시사위크|인제=이미정 기자 강원도 인제군 마을 단위에서 자연·생태·전통 자원을 활용한 체험마을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체험마을은 단순히 관광객을 유입시키는 것을 넘어 마을 활성화와 인구유입 전략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농촌사회의 근간인 공동체 문화가 큰 힘이 되고 있다. 취재진은 최근 농촌체험마을을 통해 마을에 활력을 찾은 북면 월학1리 ‘냇강마을’을 방문했다. 

인제군 북면 월학1리 냇강마을은 소양강 상류의 대암산자락과 맞닿은 곳에 위치한 산촌마을이다. / 시사위크
인제군 북면 월학1리 냇강마을은 소양강 상류의 대암산자락과 맞닿은 곳에 위치한 산촌마을이다. / 시사위크

◇ 사람이 모이는 인제 냇강마을… “체험마을로 살아났죠”

“농담 삼아, 죽었다 살아난 마을이라고 하죠.”

굽이굽이 이어지는 산길 도로를 따라 찾아간 냇강마을에서 지난달 24일 만난 심인용(56) 월학1리 이장은 이 마을의 역사를 이야기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이 마을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심 이장은 "1990년경에 이 마을에는 단 두 가구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지난달 24일 냇강마을에서 만난 심인용(56) 월학1리 이장은 체험 마을 운영되면서 마을이 살아났다고 말했다. / 시사위크
지난달 24일 냇강마을에서 만난 심인용(56) 월학1리 이장은 체험 마을 운영되면서 마을이 살아났다고 말했다. / 시사위크

그러나 1990년대 말에 외부와 연결되는 도로가 뚫리면서 가구수가 늘기 시작했다. 현재 월학1리에는 158가구, 300명이 살고 있다. 심 이장은 2000년 이후 지역 주민이 증가한 배경에 대해 “길이 뚫리면서 건너 마을 주민이나 외부인들이 이주를 시작했다. 여기에 체험마을로 인해 마을의 지명도가 올라간 것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냇강마을은 소양강 상류의 대암산자락과 맞닿은 곳에 위치한 산촌마을이다. ‘냇강마을’은 체험마을 명칭으로, 지역의 특색을 살린 이름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탄생했다. 이 마을은 냇강체험, 들꽃체험, 농사체험, 산촌음식만들기 등 계절별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인제군청에 따르면 이 체험을 위해 지난해에만 4,631명이 이 마을에 다녀갔다. 올해는 3,523명이 방문했다. 

냇강마을은 최근 강원도 ‘엄지척’ 명품마을로도 선정됐다. 엄지척 명품마을은 강원도가 농어촌체험마을의 브랜드화를 통해 우수마을 육성, 농가소득을 창출하기 위해 2018년부터 시행한 지원 사업이다. 냇강마을은 지속 발전 가능한 농촌체험마을의 저력을 보여주면서 우수마을로 선정됐다. 또 냇강마을은 겨울철 수제만두와 한과 판매사업으로 마을 일자리와 수익 창출에도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냇강마을은 계절에 따라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냇강마을 홈페이지
냇강마을은 계절에 따라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냇강마을 홈페이지

심 이장은 “시골마을이 없어진다는 걱정이 많지만 그래도 저희 마을은 부흥에 성공한 본보기 마을이 됐다”며 자랑스러운 마음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앞으로 청년층이 살 수 있는 마을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심 이장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인력이 나이가 있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며 “젊은 층이 마을에 유입돼 농사도 짓고 활동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고 싶다. 블루베리 재배면적을 늘려서 젊은 정착농을 유입시키고 이들이 안정으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또 그는 “폐교된 학교 공간을 리모델링해 젊은이들을 유입시킬 수 있는 장소로 활용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김장 체험 행사서 만난 귀촌 사람들… “더불어 살아가는 문화 배워요”

이날 냇강마을 들꽃사랑센터 2층에는 흥겨운 분위기가 가득했다. 귀촌인 20~30명이 모여 김치담그기 체험 행사가 진행돼서다. 어린 아이부터 청년, 중장년,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한자리에 모여 김치를 담그고 있었다. 

지난달 24일 냇강마을에 마련된 들꽃사랑센터 2층에서 귀촌인들이 모여 김장담그기 체험 행사를 하고 있는 모습. / 김두완 기자
지난달 24일 냇강마을에 마련된 들꽃사랑센터 2층에서 귀촌인들이 모여 김장담그기 체험 행사를 하고 있는 모습. / 김두완 기자

올해 2월 인제 지역에 정착한 이신혜(46) 씨는 어린 자녀 2명을 데리고 이날 김치 담그기 행사에 참여했다. 이신혜 씨는 20년 간 타지에 살다가 부모님이 계신 고향인 인제로 돌아왔다. 

이신혜 씨는 “춘천에 살다가 올해 아이들과 함께 부모님 곁으로 돌아왔다”며 “현재 저희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않고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 단순히 김장 체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나누는 문화를 배우는 것도 홈스쿨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그는 “살아가면서 만나는 어른들도 모두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오늘 아이들이 많은 어른들을 만날 수 있어 굉장히 뜻 깊다”고 했다. 이신혜 씨 딸인 김라엘(10) 양은 인제로 이사한 것이 어떠냐는 질문에 “너무 좋죠”라고 말하며 빙그레 웃었다. 

김장 체험 행사에서 인제에 귀촌한 이신혜 씨(사진 위쪽)와 추현욱 씨를 만나 이들의 정착 이야기를 들어봤다. / 김두완 기자
김장 체험 행사에서 인제에 귀촌한 이신혜 씨(사진 위쪽)와 추현욱 씨를 만나 이들의 정착 이야기를 들어봤다. / 김두완 기자

이날 체험 행사에서 신월리에 정착한 동물권활동가인 추현욱(40) 씨도 만나볼 수 있었다. 자녀 둘과 함께 체험 행사에 함께 한 그는 캐나다에서 살다가 지난해 10월 신월리에 정착했다. 동물권 단체인 동물해방물결이 도축 위기에 놓인 소 여섯 마리를 구조해 마을의 협력을 받아 보금자리(생추어리)를 마련한 게 계기가 됐다.

이 보금자리가 조성되면서 동물권행동가 여러 명이 마을에 정착했다. 추현욱 씨 가족도 이 마을에 터를 잡았다. 젊은 활동가들이 마을에 유입되면서 지역에는 새로운 활력이 생겨났다. 소를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는 추현욱 씨는 “워낙 산골마을이다 보니 처음엔 버스도 다니지 않아 힘들었는데, 저희가 마을에 살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조금씩 오니까 버스가 생겼다. 그래서 읍내도 갈 수 있고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많아졌다”고 말했다. 

올해 냇강마을에서 ‘마을 한달살이’를 경험한 귀촌 부부 윤성원(55)·이윤정(53) 씨도 이날 행사에서 만났다. 이들 부부는 경기도 용인에서 살다가 올해 인제읍 가아리 마을에 전원주택을 짓고 귀촌했다. 

인제는 윤성원 씨 아내인 이윤정 씨가 태어난 곳이다. 그러나 이윤정 씨는 7세에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 지역에 대한 추억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이윤정 씨의 오빠가 4년 전 인제 지역에 귀촌한 데다 교통 접근성도 나쁘지 않은 지역이어서 최종적으로 인제에 귀촌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땅을 매입해 집을 지으면서 지역 탐색 시간도 가졌다. 이 과정에서 올해 냇강마을 한달살아보기 프로그램에도 참여,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부부는 전했다. 

◇ 귀촌부부 윤성원·이윤정 씨 “지역 마을 살리기에 동참하고파”

이윤정 씨는 “인제가 태어난 고향이지만 워낙 어릴 때 이사를 가 지역에 아는 사람이 없다. 또 시댁이 농사를 짓기도 했지만 제대로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없었다. 한달살아보기 프로그램을 참여하면서 커뮤니티도 생기고 농업 체험도 해봤다. 이장이 모종 심기를 잘 알려줬고 동네투어도 해주었는데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귀촌부부인 이윤정 씨와 윤성원 씨는 마을의 일원으로 적극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 시사위크
귀촌부부인 이윤정 씨와 윤성원 씨는 마을의 일원으로 적극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 시사위크

이들 부부는 자신들이 정착한 마을에서 제일 젊다고 한다. 이윤정 씨는 “저희가 마을에서 막내다. 마을에 정착한 후 마을 분들이 (젊은 사람이 왔다고) 참 좋아하셨다. 저희도 마을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하고 있다. 남편은 청년회에도 가입했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마을 살리기 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윤성원 씨는 “마을에 다소골이라는 계곡이 있다”며 “휴양림이나 체험마을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인데, 3대가 걷는 길이라는 콘셉트로 운영해볼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자신이 보유한 토지에 사람들이 체류하며 쉴 수 있는 쉼터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도 전했다. 

이날 만난 귀촌인들은 인제에서 제2의 인생을 당당히 일궈가고 있었다. 이들이 지역에서 정착해서 살아갈 수 있는 근간에는 ‘마을 공동체의 힘’이 자리하고 있다. 인제 냇강마을에서 단단한 공동체가 마을을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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