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청양군은 인구감소위기 속에서도 지역의 특성과 가치를 살리면서 점진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진은 충남 청양군 일대 전경. /청양군
충남 청양군은 인구감소위기 속에서도 지역의 특성과 가치를 살리면서 점진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진은 충남 청양군 일대 전경. /청양군

시사위크|청양=이미정 기자  지방 소도시는 인구감소 위기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특히 농촌 소도시 지역은 인구감소에 따른 위기감이 매우 높다.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으로 지속적인 인구감소가 예상되고 있어서다. 이에 농촌사회의 지속가능성도 위협도 받고 있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도 지역의 특성과 가치를 살리면서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지역도 있다. 인구 3만의 소도시 충남 청양군도 그러하다. <시사위크>에선 청양군을 탐방하며 작은 도시의 가치를 찾고 변화의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 ‘충남의 알프스’ 청양… 자연경관·농업 자원 풍부 

충남 청양군은 충남 중심부에 위치한 지역이다. 동쪽으로는 공주시, 서쪽으로는 보령시, 남쪽으로는 부여군, 북쪽으로는 예산군과 인접해 있다. 이러한 인접 도시와는 한 시간 내에 오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청양군은 ‘충남의 알프스’로 불릴 만큼 산지가 발달한 곳이다. 충남권의 대표적 명산인 ‘칠갑산’을 품고 있어 공기가 맑고 깨끗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생태·자연의 1등급 지역 비율은 충남도 내에서 가장 높다. 

지역의 주 산업은 농업이다. 청양의 전체 인구의 38% 가량이 농가 인구다. 2021년 말 기준 청양의 농가인구는 1만1,506명에 달한다. 대표적인 지역 특산품으로 고추, 구기자, 맥문동 등이 있다. 특히 청양은 고추와 구기자의 주산지로 유명하다. 일교차가 다른 지역보다 크고 토양이 비옥해 최적의 고추 재배지로 알려졌다.

농업과 농촌사회는 청양군 지역을 떠받쳐온 근간이다. 그러나 수십년간 인구감소세가 이어지면서 농업과 농촌사회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 

청양군은 현재 충남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지역이다. 1960년대만 해도 인구수가 10만명이 넘던 지역이었으나 다른 농촌 소도시와 마찬가지로 인구감소 문제를 피하지 못했다. 지역 인구는 1990년 5만명대 선으로 줄어든 뒤 최근 30년간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인구는 3만명 초반 선을 가까스로 지키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청양군의 인구는 3만177명으로 집계됐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청양군의 인구는 3만177명으로 집계됐다.  /그래픽=이주희 기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청양군의 인구는 3만177명으로 집계됐다.  /그래픽=이주희 기자

청양군은 2021년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중 한 곳이다. 인구 감소 배경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960년대 이후 시작된 산업화·도시화 흐름 속에 대부분의 농촌 소도시 지역은 이촌향도 현상에 따른 인구감소 현상을 겪어왔다. 청양군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더 좋은 일자리와 인프라를 찾아 도시로 이주하는 청년들의 움직임이 이어졌다. 

◇ ‘인구감소 위기’ 직면… 저출산·고령화율 숙제  

청양군의 토지는 산지와 농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전체 토지(479km²)의 65.77%는 임야다. 전·답(21.73%) 토지를 포함하면 기타 토지는 12.5%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토지 이용 및 도시 개발에 제한이 있다. 농업을 제외한 다른 산업군 육성과 도시개발이 더딘 것도 이러한 지리적 특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 의료 등 핵심 인프라도 대도심권과 비교하면 부족한 실정이다. 2021년 기준 청양군의 교육기관은 37개, 의료기관은 49개로 집계됐다. 청양군 내에 종합병원은 없다. 다만 보건의료원이 존재하고 있어 기본적인 의료공백은 메우고 있다고 청양군 측은 설명했다. 청양보건의료원은 응급실과 산부인과·정형외과·치과·소아청소년과·내과·성형외과·한의과 등 진료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주변 도시와 가까운 점은 강점이자 위협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주변 시군 도심권과 접근성이 용이해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인접 도시로 인구가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청양군 인구청년정책팀 관계자는 “청양은 충남의 중심부에 있어 세종, 공주, 대전, 보령, 홍성 내포 등 인접 도심권을 편하게 오갈 수 있다”며 “그러다보니 인프라가 조금 더 나은 도심 지역으로 이탈하는 인구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저출산 및 고령화 흐름도 청양군의 인구감소세를 이끌어오고 있다. 8월 말 기준 청양군의 65세 이상 인구는 1만1,688명으로 전체 인구의 38.8%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인구에서 청년층(20~39세)이 차지하는 비율은 14.1%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출생아수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여왔다. 지난해 청양군 전체의 출생아수는 76명에 그쳤다. 같은 기간 사망자수는 514명에 달했다. 

◇ 지역 자원 활용한 활성화 정책 활발

그러나 청양군은 인구감소위기 속에서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민들의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지역 자원을 활용한 지역 활성화 정책으로 변화의 흐름을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다. 인구정책에 있어선 단기적인 정책 대신, 생활인구 확대 등을 통해 장기적인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지역에 대한 경험을 늘리기 위한 관광·체험 자원 개발이 활발하다. 청양 지역을 상징하는 ‘청정한 자연’과 ‘지역 특산품’을 활용해 관광 자원 및 콘텐츠 개발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청양군은 대표적인 관광자원인 천장호, 칠갑호 등을 활용해 관광 인프라 확충 작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엔 ‘알프스로 가는 하늘길 조성사업’, ‘천장호 생태관광 기반 구축 사업’, ‘장곡천 수변생태 체험파크 조성사업’을 마무리했다. 올해는 ‘매운 고추 체험 나라’, '칠갑호 수상 관광 조성사업' 등 2개 사업을 준공할 계획이다.  

농촌체험마을 운영도 활발하다. 현재 청양군 내엔 ‘가파마을’, ‘칠갑산산꽃마을’ 등 15개 농촌형 체험마을이 운영되고 있다. 체험객은 당일이나 1박 2일 코스로 지역 특산물과 마을 문화를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다. ‘가마파을’에선 유기농구기자체험·천연염색·짚공예 등을, ‘칠갑산산꽃마을’에선 꽃사탕만들기·산나물뜯기·화전만들기·생태자연학습체험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관광객은 점차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청양군의 관광객은 143만3,141명으로 전년(122만5,677명)에 비해 20만7,464명 증가했다. 이 외에도 청양군에선 로컬투어 및 체험 프로그램을 통한 생활인구 확대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수소 산업 중심의 일반산업단지 육성 △사회적경제혁신타운 조성 △탄소중립연수원 등 기관유치를 통해 지역 일자리 기반 확충에도 힘을 쏟고 있다. 청양군의 사업체수는 최근 몇 년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기준 사업체는 4,444개로 전년(3,383개) 대비 1,061곳이 늘어났다. 

군은 농업 및 농촌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귀농·귀촌 정착 및 공동체 활성화 지원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강소농 육성 사업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농가인구 대부분이 소농, 고령층인 점을 고려해 이들의 최소 소득 수준을 보장하고 안정적인 지역 내 먹거리 선순환 체계를 만드는 데도 역점을 기울이고 있다. 

청양군은 2018년 푸드플랜 사업을 첫발을 뗀 후 적극적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래픽=이주희 기자
청양군은 2018년 푸드플랜 사업을 첫발을 뗀 후 적극적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래픽=이주희 기자

이를 위한 사업으로는 ‘푸드플랜’이 대표적이다. 푸드플랜은 지역의 먹거리에 대한 생산, 유통, 소비 등 관련 활동들을 하나의 선순환체계로 묶어서 관리해 지역구성원 모두에게 안전하고 좋은 식품을 공급하는 동시에 지역경제 활성화와 환경보호에 기여하는 종합적인 먹거리 전략이다. 

◇ 푸드플랜으로 찾은 농업의 ‘지속가능성’

푸드플랜은 2015년부터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도입되기 시작해 전국 지자체에서 확산, 도입되고 있다. 청양군은 2018년 관련 사업에 첫발을 떼 현재 선도 지자체로 꼽히고 있다. 청양군의 푸드플랜 사업은 지역 내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한편, 지속가능한 농업환경을 구축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다른 지자체 사업과 차별화된 점은 관외 지역 농산물 유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청양군에 따르면 농가 중 중소농, 귀농, 고령농, 여성농업인 등 가족 소농의 비율이 70%에 달한다. 소농들이 많아 소득이 안정적이지 못한데다 제품 가공 및 판로 확보에도 애로를 겪고 있다. 

이에 청양군은 안정적인 농산물 공급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기반시설인 ‘먹거리종합타운’을 조성했다. 2018년부터 조성 사업이 추진된 ‘먹거리종합타운’은 현재 계획된 8개 시설 중 7개 시설의 준공이 완료됐다. 1·2차 사업을 거쳐 농산물종합가공센터, 공공급식물류센터, 안전성분석센터, 구기자산지유통센터, 산채가공센터, 농산물전처리센터, 친환경가공센터 시설이 완공됐다. 

청양군은 푸드플랜 사업을 안정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기반시설인 ‘먹거리종합타운’을 조성했다. /청양군
청양군은 푸드플랜 사업을 안정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기반시설인 ‘먹거리종합타운’을 조성했다. /청양군

먹거리종합타운 운영은 2020년 7월 출범한 중간지원조직인 청양군지역활성화재단이 맡고 있다. 또한 청양군은 2020년 대전시 유성구 학하동에 직거래매장을 열고 지역 농산물의 관외 판매도 확대하고 있다. 

기자는 지난 18일 청양군을 방문해 대치면 일대에 조성된 ‘먹거리종합타운’을 직접 탐방했다. 방진우 청양군 농촌공동체과 푸드플랜 팀장 안내를 받아 농산물종합가공센터 등의 주요 시설을 둘러봤다.

농산물종합가공센터 시설은 입장부터 위생 관리가 철저했다. 위생 가운과 위생 모자를 착용한 뒤에야 시설 입장이 가능했다. 방 팀장은 “가운과 장화를 착용하고 손세척 등 청결 과정을 거쳐야 시설에 입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방 팀장의 안내에 따라 위생전실을 거쳐 전처리실, 반찬가공실, 건식가공실, 건조실, 습식가공실, 제품포장실, 교육실, 제품보관실 등을 살펴봤다. 농산물 가공부터 포장까지 체계적인 시설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농산물종합가공센터는 1년간의 교육을 받고 가동협동조합에 가입한 농민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방 팀장은 “농민들이 오셔서 가공 작업만 하면 부수적인 관리는 재단이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농산물종합가공센터를 통해 45개 가공품목이 생산돼 다양한 공급처로 납품되고 있다.

지난 18일 청양군을 방문해 대치면 일대에 조성된 ‘먹거리종합타운’을 직접 탐방했다. 방진우 청양군 농촌공동체과 푸드플랜 팀장 안내를 받아 농산물종합가공센터, 안전성분석센터 등 주요 시설을 둘러봤다. / 시사위크
지난 18일 청양군을 방문해 대치면 일대에 조성된 ‘먹거리종합타운’을 직접 탐방했다. 방진우 청양군 농촌공동체과 푸드플랜 팀장 안내를 받아 농산물종합가공센터, 안전성분석센터 등 주요 시설을 둘러봤다. / 시사위크

이후 안전성분석센터도 둘러볼 수 있었다. 안전성분석센터에선 농산물 잔류농약 463개종, 중금속 2개종을 검사할 수 있다. 방 팀장은 “푸드플랜 쪽으로 출하되는 모든 제품은 잔류농약 등 안정성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청양군은 지역 농산물 안전성 제고를 위해 ‘군수 품질 인증제’ 등 연계 정책도 펼치고 있다. 

‘통합적 기획생산체계’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에 대해 청양군 측은 “통합적 기획생산은 농가의 입장에선 언제, 어떤 품목으로, 어느 정도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예측 가능한 농업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청양군지역활성화재단은 통합적 기획생산체계 구축을 위해 매년 연초 참여농가와 연중 작부계획을 수립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지역 농산물의 유통 채널 확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학교급식, 공공급식 외에 경노당, 일반식당, 직거래매장을 통해 지역 농산물을 판매해 공급처를 확대하고 있다. 2020년부터 올해 6월말까지 누적 공급 규모는 194억원에 달한다. 이 중 대전직매장 유성점의 누적 판매액은 84억원이고, 누적 방문자는 28만명으로 집계됐다. 

방 팀장은 “농업의 지속가능성이 유지되기 위해선 농민들의 기본소득이 확보되는 게 중요하다”며 “지역 내외에 다양한 판로를 개척해 농민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청양군은 청년들의 지역 내 창업과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다음 기획편에선 이러한 움직임을 살펴보고자 한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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