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우리는 4개월에 걸쳐 직영으로 집을 지었다. / 청양=박우주
우리는 4개월에 걸쳐 직영으로 집을 지었다. / 청양=박우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2년 전 직접 집을 지으면서 알게 되고, 느낀 것들이 참 많다. 아마 다시 집을 지으라고 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집을 지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직영으로 집을 지을 계획, 즉 건축업체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집을 지을 계획을 구상 중인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나의 노하우를 공유해본다.

본격적으로 집을 짓기 시작하면, 아무리 글을 읽고 유튜브 영상을 봐도 숙련된 전문가를 따라 갈 수 없는 분야들이 있다. 이런 분야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여러모로 더 낫다.

집을 지을 때 기초가 되는 뼈대, 즉 철골을 용접하는 건 전문가가 해야 한다. 숙련된 용접공이 있어야 튼튼한 집을 짓는 첫 번째 단추를 잘 끼울 수 있다. 돈을 아끼려고 어정쩡한 사람을 쓰면 시간과 퀄리티 두 가지 모두 놓칠 수 있다. 꼭 좋은 용접공이 필요하다.

배관도 설치전문가가 필요하다. 우리는 글과 영상을 보고 쉽게 생각해 덤볐다가 집을 짓는 도중에 모든 배관에서 물이 새 타일을 깨고 배관작업을 다시 하는 고초를 치렀다. 시간은 시간대로, 돈은 돈대로 더 들었고 집을 지으면서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부분이다.

전문가의 손길이 꼭 필요한 작업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 / 청양=박우주
전문가의 손길이 꼭 필요한 작업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 / 청양=박우주

화장실과 주방에 꼭 필요한 타일도 전문가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직접 했다가 구배(경사)를 못 맞추거나 방수 문제로 낭패를 볼 수 있으니 꼭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좋다. 참고로 우리가 부른 전문가는 타일만 전문으로 했고 방수 쪽은 전문가가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직접 방수를 했는데, 정말 비싸고 좋은 방수용품을 썼더니 아직까지 이상은 없다. 

전기 작업도 내가 직접 할 수 없다. 전문가에게 꼭 맡겨야하는데, 이때 고려해야 할 점 중 하나는 A/S다. 우리는 집을 짓고 1년여가 지난 뒤 전기 쪽에 이상이 생긴 것 같았고, 작업을 했던 전문가에게 연락했더니 처음엔 그럴 리가 없다며 와서 확인한 뒤 문제가 없다고 돌아갔다. 그런데 몇 달 뒤 전기안전공사에서 전기가 새는 곳을 찾아줬다. 그래서 다시 연락했더니 꼼꼼하게 살펴보고 고쳐주고 갔다. 문제가 있는 것 같을 땐 한 쪽의 말만 듣지 말고, 보다 확실한 곳에 의뢰해보는 것이 좋다.

집 내부에 설치하는 석고보드 작업도 전문가가 있다. 전문가는 1~2일이면 30평 정도 작업은 다 끝낼 거다. 그런데 석고보드 작업은 눈으로 보기엔 굉장히 쉬워 보인다. 석고보드를 잘라서 붙이면 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직접 했다가 열흘이 넘게 걸렸다. 보는 것만큼 쉬운 작업이 아니니 전문가를 부르는 게 훨씬 더 빨리 마무리될 거다.

집을 짓는 과정은 어렵고 힘들었지만, 집을 다 지은 뒤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 청양=박우주
집을 짓는 과정은 어렵고 힘들었지만, 집을 다 지은 뒤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 청양=박우주

각종 화장실 용품을 설치 해주는 전문가도 있다. 나도 이건 타일전문가로부터 들어 처음 알게 됐다. 그 분의 지인 중에 변기부터 세면대, 거울 등 화장실에 들어가는 모든 물품들을 설치해주는 전문가 분이 있다고 해서 작업을 의뢰했는데 너무 만족했다. 내가 직접 했다면 뭔가 엉성했을 텐데 깔끔하고 완벽하게 작업을 해주셨다.

문을 전문적으로 작업해주는 분에게도 큰 도움을 받았다. 우리는 직접 집을 지어서 아무래도 완벽하진 않았고, 그러다보니 방문이 잘 안 닫히거나 뻑뻑했다. 그런데 문 전문가 분이 문을 갈아서 잘 열리고 닫히게 해줬다. 애초에 문틀을 완벽하게 작업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내 욕심 때문에 문틈에 단열을 많이 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기고 말았다.

그밖에도 장판, 벽지,싱크대, 보일러 등 각각의 분야마다 전문가가 있으니 가격과 작업사진 등을 참고해 선택하면 좋다. 물론 좋은 전문가를 섭외하는 일도 결코 쉬운 게 아니다. 나도 집을 짓는 4개월 동안 매일 같이 검색해보고, 먼저 집을 지은 사람들을 참고하곤 했다.

우리가 집을 지은 순서와 방법을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우선 3월 초에 집짓기를 시작해 4명이서 약 한 달간 기초 작업을 진행했다. 기초 작업은 집이 들어갈 자리를 잡고, 뼈대를 잡는 것이다. 그리고 4월 초부터 4명이 2주간 뼈대에 판넬을 붙이고, 2명이 2달간 외장재와 내부 등을 작업하면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섭외해 작업했다.

3월초~4월초 뼈대(4명)→4월초~4월 중순 판넬(4명)→4월 중순~6월 중순 외장재 및 내부(2명~3명+전문가) 이렇게 작업해서 아내 생일인 6월 20일에 우리는 새집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매일 아침 7시에 집을 지으러 가고 저녁 6시 넘어서 집에 들어오는 4개월이었지만 내집이 생긴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행복했다. 

집을 짓고 나서 우리 부부에겐 평화가 찾아왔다. 빈집에서 살 때는 의견충돌도 많고 힘들었는데 아늑하고 포근한 보금자리가 생기니 심적으로 안정이 돼 다투는 일이 거의 없다. 이사 온 뒤로는 웃음꽃만 피는 생활을 하고 있다.  

집을 지은 뒤 1년 동안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요즘엔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 / 청양=박우주
집을 지은 뒤 1년 동안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요즘엔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 / 청양=박우주

물론 지금 집을 보면 아쉬운 점들이 보이기도 한다. 한 단계 높은 고급 자재를 사용했으면 어땠을까, 구조를 다르게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집을 지을 당시에 형편에 맞게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기 때문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 

집을 지을 때 안전과 단열에 신경을 많이 써서 좋은 자재를 사용했더니 집을 다 짓고 난 뒤 남은 돈이 없었다. 그때 집을 지었던 가격으로 지금 지으라고 하면 절대 못한다. 자재비와 인건비가 올라 아마 1.5배 이상은 더 돈이 필요할거다. 

다시 집을 지으라고 한다면? 못 할 것 같다. 집을 한 번 지으면 10년은 늙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정말로 스트레스도 많고 힘들었다. 너무나 절실했고, 처음 하는 일이다보니 용감하게 뛰어들었던 것 같다. 너무 힘들었다보니 집을 다 짓고 나서 1년 동안은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다. 이제는 스트레스가 서서히 사라지면서 하나 둘 변화를 주고 있기도 하다. 올해 한 마당 조경도 그중 하나고, 외부에 타일도 붙였다. 하나둘씩 천천히 바꾸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우리는 농사를 짓는 농부인데, 집을 지은 해에는 그만큼 농작물에 관심을 많이 못주다보니 수확량이 30%이상 확 줄었다. 그 다음해부터는 평년 수확량을 유지하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 보려고 했지만 그건 쉽지 않았다. 대신 고생한 시간 덕분에 이제 더 이상 집에 대해선 생각할 게 없다. 이제는 농사짓는 환경을 더 좋게 개선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시골일은 적당히 하면 쉬엄쉬엄 할 수 있지만, 하나하나 신경 쓰기 시작하면 할 게 너무 많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www.youtube.com/channel/UCx2DtLtS29H4t_FvhAa-v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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