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지방소멸의 시대인 지금, 귀농을 하면 누릴 수 있는 여러 혜택들이 있다. / 청양=박우주
지방소멸의 시대인 지금, 귀농을 하면 누릴 수 있는 여러 혜택들이 있다. / 청양=박우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우리부부는 귀농을 하고 이런저런 혜택들을 찾아보았다. 다른 곳에도 혜택이 있겠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인구 3만명의 청양군은 인구를 늘려야하기 때문에 다양한 혜택들이 있었다. 오늘은 귀농 과정에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혹은 아쉬움이 남는 여러 혜택들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 결혼장려금

청양군에는 ‘결혼장려금’ 제도가 있다. 청년인구가 적고, 결혼 또한 크게 줄어들다 보니 마련된 제도다. 우리가 결혼할 때만 해도 ‘결혼장려금‘ 제도가 없는 곳이 훨씬 많았고, 있더라도 100만원~200만원 정도였다. 그런데 당시 청양에선 ‘결혼장려금‘으로 500만원을 줬다. 미처 생각지 못한 혜택이었다. ‘결혼장려금‘은 3년에 걸쳐 나눠 받았는데, 귀농 초기 이것저것 돈 들어갈 일이 많을 때 큰 도움이 됐다. 

참고로 인구가 2만1,000명인 전남 장수군은 장려금으로 1,000만원을 준다고 한다. 더 흥미로운 건, 지자체 차원에서 ‘결혼장려팀’이란 부서를 두고 아예 배우자를 찾아주는 업무까지 하는 지역도 있다는 거다. 이만큼 지방도시는 사람이 필요하다.

▲ 집들이지원금

귀농을 하고 집들이지원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문의를 하니 마을 분들과 친해질 수 있는 만남의 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50만원의 집들이 비용을 지원해주는 사업이었다. 지원금으로 음식 등을 마련해 마을잔치 겸 집들이를 하며 인사도 나누고 새로운 이웃으로서 가까워지라는 취지다.

우리의 멘토였던 이장님께 말씀드리니 현수막도 달아야하고 여간 귀찮은 게 아니라고 하셨다. 하지 말라고까지는 안 하셨지만, 그리 좋아하지 않으셨다. 그래서 집들이지원금은 받지 않기로 하고, 따로 몇 분만 초대해서 우리가 직접 요리를 해 대접했다.

우리도 그랬지만, 귀농에 있어 주변의 도움은 무척 절실하다. 큰 도움을 주실 수 있는 분들을 만나고, 친해지고,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 관건이다. 우리는 이미 그런 분을 만난 상태였고 따로 자리를 마련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집들이지원금을 활용해 동네 분들과 친해지며 ‘은인’을 만나는 계기를 마련해보는 것도 좋겠다.

우리는 여러 이유로 받지 않았지만, 청양군엔 빈집수리비를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다. / 청양=박우주
우리는 여러 이유로 받지 않았지만, 청양군엔 빈집수리비를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다. / 청양=박우주

▲ 빈집수리비 지원

귀농해서 빈집에 살게 될 경우 빈집수리비로 500만원을 주는 사업도 있었다. 우리도 빈집을 구하면서 이러한 지원사업을 알고 있었고, 받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우리가 신청할 땐 이미 작년에 신청한 사람들에게 우선권이 있었고 경쟁률도 높았다. 또 이 빈집수리비 지원을 받으면, 다른 지원사업을 활용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신청하지 않았다. 그 빈집은 내집도 아닌 임대였고, 몇 년 안에 새집을 짓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후 우리는 사람이 살 수 있는 수준의 환경까지만 셀프수리 및 인테리어를 했다.

다른 지인이 빈집수리비 지원을 받아 창호와 문, 데크 등을 수리한 것을 봤는데, 500만원으로는 임시방편 정도의 빈집수리만 가능한 것 같다. 옛날집은 손볼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귀농을 하면서 빈집에 살게 된다면 쏠쏠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지원 제도다.

▲ 선도농가 현장실습

이 혜택은 정말 좋다고 생각한다.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업기술이 부족한사람들이 신청을 하면 농업을 잘하는 농부멘토를 붙여준다, 그러면 그 멘토 농장에 찾아가서 일을 하며 농업을 배우고 월 80만원의 월급도 받는다. 농업을 알려주는 멘토에게도 월 40만원이 지급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형태가 정말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몸으로 직접 경험하고 느끼는 배움이야말로 제대로 된 교육이다. 

반면,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하는 멘토링 사업도 있다. 나도 경험을 했는데 각 분야 전문가들이 우리농장에 찾아와 1~2시간 동안 우리농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조언을 해주는 토크멘토링이다. 시간낭비라고 생각한다. 농업 전문가라 해도 내가 하고 있는 작물에 대해서는 나보다 모른다. 그리고 대농으로 수익을 많이 내는 사람은 나같이 소농으로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의 생각을 모른다. 즉, 대화가 안 된다. 그런데 이걸 1년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할 수밖에 없던 시기가 있어서 그때마다 힘들었다. 의무기간이 끝난 뒤 매년 전화가 와서 멘토링을 받겠냐고 하는데 우리는 절대 안 받는다. 

차라리 세무전문가, 농기계 전문가, 시설 전문가처럼 우리가 잘 모르지만 꼭 필요한 전문가들이 멘토링을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의미 없는 보여주기식 사업은 싫다.

귀농 관련 여러 지원제도 중엔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것들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청양=박우주
귀농 관련 여러 지원제도 중엔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것들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청양=박우주

▲ 귀농인의 집

귀농 초기에는 일단 살 곳이 있어야 뭐라도 할 수 있으니 주거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청양군엔 ‘귀농인의 집’이라는 제도가 있다. 저렴한 월세를 내고 살면서 농업교육도 받고, 적응도 할 수 있는 기회다.

하지만 우리는 귀농인의 집을 활용하지 않았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귀농인의 집을 이용해도 농사지을 땅은 내가 구해야한다. 우리는 단순한 귀촌이 아닌 농사를 짓기 위해 귀농한 것이기 때문에 집 못지않게 농사지을 땅도 중요했다. 귀농인의 집에서 살아도 농사지을 땅이 없다면 소용이 없었던 거다. 또 트럭도 없기 때문에 집과 농사지을 땅이 붙어있는 곳이 필요했다.

귀농인의 집이 참 좋은 제도이긴 한데, 아쉬움도 있다. 단순히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보다 실질적으로 농업을 겪어보게 하면 어떨까. 귀농인의 집과 가까운 농지를 매입해 귀농인의 집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빌려주고, 직접 농사를 지으며 수익도 창출해보게 하는 거다. 만약 과거로 돌아가 귀농인의 집에서 농지까지 임대를 해준다면, 나는 무조건 귀농인의 집을 이용할 것 같다.

▲ 농업 관련 혜택

300평 이상 농업을 하면 농업경영체라는 것이 생긴다. 그라면 다양한 농업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특히 충청남도에서는 농어민수당이라는 것이 몇 년 전에 생겨서 우리 2인가구는 1년에 90만원을 받는다. 

또 2020년부터는 공익직불제라는 제도도 생겼다. 농업활동을 통해 환경보전, 농촌공동체 유지, 식품안전 등의 공익기능을 증진하도록 농업인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우리는 이를 통해 1년에 100만원 정도의 지원금도 받는다. 그리고 여성행복카드를 통해 여성 농업인이 사용할 수 있는 20만원을 지원해주기도 한다. 

이렇게 금전적인 지원 말고도 군민안전보험에 가입하거나 농작물재해보험을 아주 저렴한 금액으로 가입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건 농기계 임대다. 소형 굴삭기부터 관리기, 예초기 등 없는 게 없고,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할 수 있다. 

그밖에도 정말 다양한 혜택들이 있다. 다만, 이런 혜택들은 없어지기도 하고 또 생기기도 하기 때문에 그때그때 정보를 잘 확인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www.youtube.com/channel/UCx2DtLtS29H4t_FvhAa-vkw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