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시골에 살면 유용한 정보를 확보해 활용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 청양=박우주
시골에 살면 유용한 정보를 확보해 활용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 청양=박우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시골에서는 정보를 잘 확보하면 도움 되는 것들이 참 많다. 각종 혜택이나 지원 등을 놓치지 않고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자부하는 인터넷 검색은 물론이고, 살고 있는 지역의 뉴스를 꼼꼼히 보거나 지역 공공시설에 비치된 책자를 통해 정보를 얻는 것도 쏠쏠하다. 우리 같은 경우엔 주로 인터넷 검색으로 정보를 확보하고 전화를 걸어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보곤 했다. 우리가 겪었던 에피소드를 보면, 귀농에 도움이 많이 될 거 같다.

‘시골에 살려면 이장님과 친해져야한다’라는 말이 있다. 그 동네 대표이자 많은 것들을 알고 있고 결정권을 쥐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농사와 관련된 여러 혜택이나 중요한 보조사업은 이장님을 통해 신청해야한다. 대표적으로 농사를 짓고 경영체가 있으면 매년 그 땅에 맞게 퇴비를 보조 받을 수 있는데, 이 역시 이장님을 통해 신청해야한다.

면사무도 역시 중요하다. 이장님이 모르거나 결정할 수 부분도 면사무소에선 알고 있고 결정을 해준다. 그렇다고 면사무소만 통하면 되는 건 아니다. 면사무소 담당부서에 연락해 이것저것 물어보면 결국 이장님께 신청하라는 답을 듣곤 한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면사무소에 문의를 한 뒤 이장님께 신청하는 과정을 주로 거쳤던 것 같다.

일부 혜택들은 면사무소를 통해 바로 처리되는 경우도 있다. 특정 사람들만 해당되는 혜택의 경우 이장님이 따로 공지를 하거나 일일이 연락하기 어렵다. 직불금이나 여성농업인 행복카드, 농업인 무료교육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건 본인이 대상에 해당하는지 확인해 면사무소로 연락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올 여름 폭우 피해에 따른 지원도 피해를 입은 사람들만 해당되기 때문에 마찬가지였다.

또 매년 초 농업보조사업이 공지되는데, 이건 농업기술센터 내 해당 부서들을 통해 확인 및 신청해야 한다. 지역에서 가장 큰 기관인 군청은 법적으로 잘 모르는 거나 군별로 따로 정해놓은 규정을 확인할 때 주로 연락한다.

군청하면 귀농 첫해 다소 씁쓸했던 에피소드가 떠오르기도 한다. 우리는 귀농 1년차에 부가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농어촌민박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농어촌민박 관련 내용은 각 지역마다 조금씩 달랐다. 그래서 문의를 했는데, 당시 군청 직원이 잘 몰랐던 건지 답답했던 건지 화를 내는 바람에 한바탕 말싸움이 벌어졌다. 너무 화가 난 아내가 민원을 넣었고, 그쪽 팀장님께서 전화가 와서 직접 사과하겠다고 했지만 괜찮다 하고 넘어갔다.

우리가 시골생활을 해보니 지방공무원들은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주로 어르신들을 주로 상대하다보니 톤 자체가 좀 높기도 하고, 혹시라도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인지 딱 정확하게만 말을 하는 느낌이다. 그렇다보니 처음 상대하면 “화를 내나?”하는 생각을 들게 할 수도 있는 것 같다. 적응이 된 지금은 그런 분들이 일처리를 더 잘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우리는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확인한 덕분에 큰 도움을 얻은 경우가 꽤 있었다. /청양=박우주
우리는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확인한 덕분에 큰 도움을 얻은 경우가 꽤 있었다. /청양=박우주

정보를 잘 얻기 위해 꼭 필요한 건 잘 물어보는 것이다. 우리도 적극적으로 물어본 덕분에 이득을 본 경우들이 있다.

인적이 드문 외딴 곳에 집을 지은 우리는 집을 다 짓고 나서 큰 걸림돌을 마주했다. 인터넷이 들어오지 않는 것이었다. 인터넷을 설치하려면 1,000만원 정도를 내야 선을 연결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막막했지만, 이것저것 알아보기 시작했고, 다른 지역의 경우 취약지역 인터넷 보급사업을 하고 있다는 좋은 정보를 알게 됐다. 그래서 바로 군청에 연락해 문의했더니 우리 지역도 같은 지원 사업이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렇게 지원을 신청해 1년 뒤인 지난해 인터넷 선이 들어오게 됐다. 그전까진 위성TV로 TV를 보고, 인터넷은 와이파이에그를 사서 해결했다. 

또 매년 봄이 되면 우리 집 주변은 논에 물대기 작업이 이뤄지곤 한다. 몇 주~몇 달 동안 논에 물이 마르지 않게 대는 작업이다. 그런데 물대기 작업을 하면 우리집 주변으로 항상 물이 흘렀고, 둑이 무너지거나 토양이 유실되기까지 했다.

그래서 면사무소에 전화해 어떻게 조치를 취할 수 없을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산업팀의 토목관리 담당자가 우리집에 방문했다. 상황을 살펴본 담당자는 처리가 필요할 것 같다며 마을 예산이 들어온 게 있으니 배수로를 놔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우리집과 농사체를 둘러서 배수로가 설치됐다. 1,500만원 이상이 드는 작업이었다. 아마 물어보지 않았다면 불편을 감수하거나 내 돈을 들여야 했을 것이다.

특히 우리 경험상 어떤 것을 신청하거나 알려달라고 요청했을 때 연락이 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매번 다시 확인 전화를 하곤 한다. 담당자들이 깜빡하는 일이 있을 수 있으니 직접 잘 챙기는 것을 추천한다.

한편으론 조금 속상한 일도 있었다. 정보를 열심히 찾아 활용하는 우리가 어떤 보조사업의 혜택을 받자, 당시 가입돼있던 귀농인 단체에서 왜 자신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냐는 불만이 나왔다. 그 보조사업은 경쟁을 거쳐 1명만 받을 수 있었고, 그때 우리는 귀농 초기라 비전이 없으면 도시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던 절실한 시기였다. 우리 입장에선 굳이 모두에게 알려 경쟁자를 만들 필요나 여유가 없었다. 더욱이 그분들은 퇴직 후 연금을 받고 있는 귀농인으로 우리와 상황이 다르기도 했다. 왜 알려주지 않았냐며 따질 게 아니라 정보를 찾아서 활용하려고 노력한 사람에게 박수를 쳐주는 게 맞지 않았을까.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www.youtube.com/channel/UCx2DtLtS29H4t_FvhAa-v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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