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해 입원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고 있다. / 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해 입원중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이 대표의 무기한 단식이 이어진 지 20일째 되는 날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문 전 대통령의 만류가 이 대표의 단식 중단 ‘출구 전략’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가 정부에 요구한 것이 하나도 관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문 전 대통령, 이 대표 만나 단식 만류

문 전 대통령은 19일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병상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 대표를 만나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와 23분가량 만났다.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를 위로했다”며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병원장에게 이 대표 건강을 묻고 단식을 그만두게 해달라는 말씀도 하셨다”고 전했다.

또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이제 혼자의 몸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있으니 빨리 단식을 중단하고 다시 활동을 하셔야된다’는 취지의 말을 여러 차례 했다”고 설명했다.

한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끝없이 떨어지는 나락 같다. 세상이 망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단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단식 중단에 대해서 말은 없었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문 전 대통령의 여러 차례 중단 권유를 들으시고 ‘잘 알겠다’는 정도의 답변만 했다”며 “오늘 자리에서 중단하시겠단 말씀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드린다”고 답했다.

이날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에는 천 비서실장과 김영진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서영교 최고위원, 윤건영‧박홍근 의원이 함께했다. 

◇ 이재명 ‘당 장악’에 힘 실리나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 단식에 메시지를 낸 것은 이번이 3번째다. 이 대표의 단식 2일 차인 지난 1일에는 전화를 걸어 “건강을 잘 지키라”며 격려 전화를 했다. 지난 13일엔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이 대표의 건강을 우려하며 단식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단식으로 지지층이 결집하는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이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문 전 대통령이 이 대표의 손을 잡아줌으로써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정부‧여당에서 이 대표를 만나지 않는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이 정치인의 품격을 에둘러 보여준 것이고 정부‧여당의 정치 역량을 비판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의 방문으로 이 대표가 단식을 중단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이 대표가 정부에 요구한 사항이 관철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 전 대통령의 만류만으로 단식을 중단하는 것은 단식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평론가는 “문 전 대통령이 단식 중단을 요청한다고 해서 이 대표가 단식을 그만둔다면 취지가 초라하게 보일 수도 있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도 통화에서 “문 전 대통령의 단식 만류가 참작은 될 수 있다”면서도 “정부에 요구한 사항이 하나도 관철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식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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