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19일차인 이재명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 뉴시스
단식 19일차인 이재명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단식 19일 차에 병원으로 이송된 가운데 국민의힘이 이 대표의 쾌유를 바라는 메시지를 냈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의 병문안 등 만남에 대해선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이 대표의 단식에 명분이 없다는 점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18일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쾌유를 바라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떤 경우든 제1야당 대표의 생명과 안전에 위험이 생기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며 “단식을 중단하고 조속히 건강을 회복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빨리 쾌유하고 국회에서 정상적 업무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7시 14분경 119구급차에 실려 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실로 이동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까지는 의지를 가지고 단식을 이어갈 정도였으나 밤사이 건강 상태가 악화되면서 탈수 증세와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응급실에서 생리식염수 투여 등 응급처치를 받은 이 대표는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으로 이송됐다. 다만 그는 수액 치료를 받은 상태에서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 대표의 건강 상태가 악화된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는 정부·여당을 겨냥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졌다. 이 대표의 단식이 진행되는 동안 여권의 ‘대화’ 시도는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언론 보도를 통해서 대통령실 관계자의 ‘누가 하라고 했느냐’라는 발언이 흘러나온 것도 민주당의 불만을 고조시켰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참으로 잔인하고 비정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결국 대화 없는 대통령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 ‘명분 없는 단식’ 지적하는 국민의힘

이 대표의 병원 이송으로 이날 국회 일정은 모두 올스톱 됐다. 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안을 제출하고 상임위원회를 보이콧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이 대표의 병원 이송 소식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과 백현동 개발사업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 민주당의 심기를 더 건드렸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민주공화국을 검찰 왕국으로 만들려고 하는 윤석열 정권의 검찰 독재에 당력을 총집중해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결국 병원에 입원하게 된 가운데 여야의 분위기는 극단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문제는 이 와중에도 여권에서는 ‘병문안’ 등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뜻 하려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는 그 부분(병문안 등)에 대해서 별도로 결심이 있진 않다”고 했고, 윤 원내대표도 이날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병원에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간 이 대표의 단식에 명분이 없다고 지적해 온 국민의힘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해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대표의 단식이 궁극적으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법 리스크 방어를 위한 것이란 인식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이를 받을 경우 오히려 민주당의 정략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엿보인다. 

오히려 국민의힘은 더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이 이를 기회로 대여 공세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을 비판하면서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단식과 관련된 출구전략이 참으로 고약하다”며 “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돌파를 위해 민생을 던지고 정치 투쟁에 나서겠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여야가 평행선을 그리는 상황에서 만남의 가능성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단식할 때부터 명분이 없는 단식이라 회복은 해야 한다는 기본적 생각은 있지만 병문안까지 갈 필요가 없다는 (당내) 의견이 강하다”며 “민주당에서 국무총리 해임안까지 내는 판에 민주당 스스로가 여야 협상과 대화의 물꼬를 막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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