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무권구속 유권석방' , '법치몰락 정의기각'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서 '무권구속 유권석방' , '법치몰락 정의기각'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을 기각하면서 국민의힘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 국면 등으로 민주당의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을 이용하려던 구상도 물거품이 됐다. 오히려 ‘정치탄압’을 주장해 온 민주당에게 공세의 명분만 제공한 꼴이 되면서 이에 대한 역풍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이렇다 보니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 ‘이재명 무죄 아냐’ 국민의힘 총공세

27일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구속 영장 기각에 곤혹스러운 모양새다. 당초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서울역‧용산역을 방문해 추석 귀향길 인사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은 일정을 오후로 미뤘다. 그 대신 긴급 최고위원회의와 비상 의원총회를 차례로 진행했다. 이번 사안에 대한 당내 의견을 모으기 위해서다.

당 곳곳에서 법원의 판단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비상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 기각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회의에서 “결론적으로 이번 기각 결정은 국민이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의원들은 이와 관련해 강한 유감 표명을 하는 데 뜻을 모았다.

무엇보다 국민의힘은 법원의 판단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의 구속 영장 청구 사유는 △검사 사칭 관련 위증교사 △백현동 용도변경 특혜 의혹 △대북 송금 사건 등 세 가지인데, 법원이 ‘위증교사’의 경우는 혐의가 소명된다고 봤고 ‘백현동 의혹’에 대해선 상당한 의심이 든다고 했음에도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는 것이다. 

증거 인멸 우려에 대해서도 위증교사 혐의를 상당히 소명된다고 했음에도 우려가 없다고 한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라는 모순적 결론을 가진 기각 사유”라고 쏘아붙였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법원의 판단이 ‘제1야당 대표’라는 특수한 신분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총 후 ‘무권구속 유권석방’이라는 규탄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번 기각 결정과 관련해 발 빠르게 대야 공세 전열을 가다듬고 나섰지만, 불안감도 역력하다. 법원의 기각 판단이 민주당에게 공세의 명분을 쥐여준 결과를 낳았다는 점이 뼈아픈 대목이다. 당장 민주당은 ‘정치검찰의 무리한 수사’라는 프레임을 가동하며 여권을 향한 맹공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파면을 주장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향후 민심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로 인한 역풍으로 내년 총선도 위기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재로선 추석 국민들의 민심에 영향을 미칠 건 틀림이 없다”며 “다만 국민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기에 사안을 정확히 보고 계실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일단 민주당의 공세에 대한 ‘맞불 작전’에 돌입했다. 비록 영장은 기각됐지만, 이것이 이 대표의 무죄를 입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했다. 우선 당은 기각 사유의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상세히 보고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사과와 한 장관 파면 요구에 대해 이 대표의 사과와 당 대표 사퇴 요구로 맞받아쳤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오히려 범죄사실에 대한 상당 부분은 판단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당 일각에선 이번 기각이 오히려 민주당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여전한 데다가 돌아온 이 대표가 ‘가결파’ 색출에 힘을 실을 경우 민주당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이유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가결표를 던진 사람들에게 인민 재판, 마녀사냥식으로 공천 배제 등을 했을 때 당이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저희 당으로선 나쁠 게 없는 결과일 수 있다”고 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이번 구속영장 기각으로 민주당은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분리할 절호의 기회를 잃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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