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내년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추석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구속을 자신했던 국민의힘은 추석 귀성인사 일정을 미루고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고, 민주당은 기세를 타고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파면 등을 요구했다. 

◇ 당혹스러운 국민의힘… 안도하는 민주당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제1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은 헌정사 처음이었는데, 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이 대표는 취재진을 만나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굳건하게 지켜주고 현명한 판단을 해준 사법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여야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예정됐던 추석 귀성인사 일정을 취소하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와 긴급 의원총회를 연이어 소집해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에 당혹스러운 기색이었다. 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에서야 서울역에서 추석 귀성인사를 했다. 대통령실 역시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법원이 ‘국민 법감정’에 맞지 않는, 법리에서 벗어난 판단을 했다고 주장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소명된 부분은 소명된 대로, 기각 사유의 문제점은 문제점대로 우리 의원들이 지역에서 대국민 홍보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명절 여론전에서는 ‘이 대표의 범죄 사실이 소명됐고, 법원이 기각한 것이 잘못’이라는 논리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이 대표 구속을 반신반의했던 민주당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윤 대통령 사과와 한 장관 파면을 요구하는 등 총공세를 펼쳤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한 의원총회에서 “이번 일에 대해서는 반드시 대통령께서 사과해야 한다”며 “이 문제를 정중히 사과하고 그 책임을 물어 실무총괄책임자였던 법무부 장관의 파면조치를 즉각 취해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요구했다. 

또 윤 대통령에게 야당과의 협치를 주문했다. 홍 원내대표는 “국회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협치를 기대할 수 없을 것”며 “그 태도를 바꾸는 시작은 국회 다수 의견으로 보낸 국무총리 해임안에 대해 대통령이 존중을 표해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을 근거로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했다’며 정부의 실정을 지적할 전망이다. 이 대표도 구속영장 기각 직후 “국민들의 삶은, 우리의 경제·민생의 현황은 참으로 어렵기 그지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추석 민심’의 승자는 어느 쪽일까. 영장심사 하루 전인 지난 25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너지경제신문 의로, 18~22일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6.1%, 국민의힘 지지율은 37.5%로 나타났다. 양당 간 격차는 8.6%p다. 다만 지난 22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19~21일 조사)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33%로 동률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야가 이같이 팽팽하게 맞서지만 ‘추석 민심’에서 판정승을 얻은 쪽은 이 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장기화됐지만, 구속을 피했다는 점에서 민주당 쪽으로 민심이 기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특히 내달 11일 치러지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