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민생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여야가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이 대표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조정식 사무총장과 이해식 사무부총장에게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관련해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민생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여야가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이 대표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조정식 사무총장과 이해식 사무부총장에게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관련해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민생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 여야가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게 ‘회담 제안 수용’을 압박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꼼수 제안’이라며 맞서고 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이 ‘국면 전환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자신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국면을 주도적으로 갖고 가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 여야, 영수회담 두고 ‘신경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은 추석 당일인 지난달 29일에 나왔다.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조건 없이 만나 민생과 국정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은 신속하게 할 수 있길 바란다”며 윤 대통령에게 민생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이 대표의 제안 직후 민주당은 연일 윤 대통령에게 회담 수용에 응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4일 오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1년 반 동안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거부하는 ‘뒤끝’과 ‘옹졸함’을 보였다”며 “윤 대통령은 여당 뒤에 숨은 졸렬한 정치를 멈추고 국민에 대한 책임을 직시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라면 야당이 제안한 대화와 타협의 장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국민은 정치가 정쟁을 멈추고 민심을 받아들여 먹고사는 문제에 몰두하길 원하고 있다”며 영수회담 수용을 요구했다.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영수회담을 주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김 대표는 집권 여당 대표인데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의 아바타처럼 행동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며 “정치의 복원을 위해서 김 대표가 나서서 윤 대통령께 야당 대표와 회담을 주선하는 것이 자기가 맡은 역할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정부‧여당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대통령실은 이 대표의 제안에 대해 사실상 침묵을 이어가고 있고 국민의힘은 ‘꼼수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가 뜬금없이 민생 영수회담을 들고 나온 것은 사실상 민생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본인의 정치적 위상을 회복하려는 정략적 의도로 보인다는 것이 국민 다수의 시각”이라며 “이 대표가 정말로 민생에 몰두하고 싶다면 여야 지도부 간 대화 채널을 실효적으로 복원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지난 2일 논평을 통해 “‘뜬금포’ 영수회담 제안은 이 대표의 범죄 혐의에 집중된 국민의 눈을 흐리고 여론을 희석시켜보려는 얄팍한 꼼수일 뿐”이라고 쏘아붙였다.

◇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은 국면 전환용?

이렇게 영수회담을 두고 여야의 신경전만 이어질 뿐,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만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 대표가 당 대표에 선출된 후부터 줄곧 윤 대통령에게 만남을 촉구했지만, 단 한 번도 성사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대표가 또다시 ‘영수회담 카드’를 꺼내든 것은 ‘국면 전환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2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 대표가 영수회담을 요구한 이유를 2가지 정도 추측할 수 있다”며 “하나는 (구속) 영장이 기각됐기 때문에 국면을 주도적으로 갖고 가겠다는 생각이고 또 다른 하나는 만약 영수회담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나라가 이런데 대통령이 협치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입증시키는 계기가 되기에 일거양득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성호 전 건국대 행정대학원장도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번 영수회담 제안은 정치적 의도가 크다”며 “‘야당 대표와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윤 대통령에 대한 불통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영수회담 제안이 국면 전환용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에서 반론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국면 전환은 됐고 정국의 주도권은 민주당이 쥐었다”며 “영수회담 제안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진정성을 갖고 민생을 풀어보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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