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석을 앞둔 지난 25일 대구 달성군 현풍백년도깨비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 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추석을 앞둔 지난 25일 대구 달성군 현풍백년도깨비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전날(25일) 대구 달성군 한 시장을 찾아 민생 행보에 나선 데 이어 26일 공개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면 후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연이은 공개 행보에 국민의힘의 시선도 따라가고 있다. 보수의 상징성이 있는 인물로서 그의 행보가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중앙일보>는 지난 11일 진행된 박 전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를 통해 그간의 심경을 밝혔다. 2021년 12월 31일 특별사면 이후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은 무엇보다 자신의 ‘탄핵 사태’의 발화점이 된 최서원씨와 관계에 대해 “사심 없이 저를 도와주는 사람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씨가 미르‧K스포츠 재단 운영에 개입한 것에 대해서도 몰랐다는 취지로 대답하면서도 “주변을 관리하지 못한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원장 특활비 사건, 새누리당 공천 과정 불법 개입 등 재판서 실형을 선고받은 사안에서도 모든 것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렸다. 이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지만, 대통령으로서의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이것을 ‘정부의 실패’라고 보지는 않았다. 통진당 해산, 공무원 연금개혁,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 등 상당한 ‘성과’를 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실패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받아들인다”며 “‘정책적으로 실패한 정부다’라고 한다면 도대체 어떤 정책이 잘못됐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일성’에 정치권 안팎의 눈길을 끈 것은 비단 그의 메시지 때문만은 아니다. 해당 인터뷰가 전날(25일) 그의 대구 달성군 현풍시장 방문 이후 공개됐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의 상징적 인물인 만큼 이는 정치적으로 해석되기 다분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대구 팔공산 동화사 방문에 이어 지난 8월엔 경북 구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바 있다. 지난 13일에는 사저를 찾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만나기도 했다.

◇ ‘친박계 지원’ 선 긋기

박 전 대통령의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친박계 인사들의 내년 총선 출마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그간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이른바 친박계의 총선 출마 가능성이 공공연히 회자돼 왔다. 더욱이 이들이 대구·경북(TK) 지역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당내 불안 요소로 여겨졌다. 당내 일각에선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예전 만큼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하지만, 그가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경우 해당 지역 공천을 둘러싼 ‘잡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명시적으로 ‘친박 지원설’에 대해 선을 그었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선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에 별 계획이 없다”며 “정치적으로 친박은 없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정치를 했던 분들이) 정치를 다시 시작하면서 이것이 저의 명예 회복을 위한 것이고, 저와 연관된 것이란 이야기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과거 인연은 과거 인연으로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입장에 대해 국민의힘은 긍정적 반응이 이어졌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분명한 입장을 밝혀서 혼란이나 혼선이 생기지 않도록 정리된 말씀을 주셨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박 전 대통령이 갖고 계신 것 중 ‘친박은 없다’는 부분은 명확한 것 같다”며 “그건 제가 여러 경로를 통해 말씀을 들었다”고 평가했다.

이렇다 보니 정치적 의미보다는 본인에 대한 재평가를 위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정치적으로 재기하겠다든가 사람을 모으겠다는 게 아니라 자기 시대에 대한 나름 객관적 역사를 남기고 싶다는 의미인 것 같다”며 “모든 것이 실패로 규정된 현실에 대해 나름대로 공정한 평가를 받고 싶어 보인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도 이날 통화에서 “그동안 자기 곁에 있던 사람들을 다 부활시키겠다는 마음은 아닌 것 같다”며 “그동안 자기 곁에 있던 사람들을 부활시켜 주고 싶다 그런 마음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단독] 박근혜 "정치적 친박 없다…출마, 나와 연관짓지 않았으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5532
2023.09.2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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