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9일 동대구역 제2맞이방에서 신당 추진 가능성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9일 동대구역 제2맞이방에서 신당 추진 가능성에 대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준석 전 대표가 대구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신당을 창당한다면, 당의 필요에 따라 역할을 다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영남 기반 신당’을 언급한 이 전 대표가 정면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표하면서 국민의힘 내부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의 신당은 물론 대구 출마 가능성까지 ‘현실성이 없다'며 일제히 공세에 나섰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가능성은 더욱 구체화 되는 모습이다. 이 전 대표가 이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금태섭 전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장과 회동을 하면서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따로따로 할 게 없으니 서로 협업해 하나로 가보자는 취지의 만남”이라며 “내가 보기에 (두 사람의) 이견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함께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전 대표 역시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이날 CBS 유튜브 채널 ‘노컷 지지율 대책회의’에 출연해 “수권정당을 가야 한다는 생각에 대해선 저랑 일치하는 것 같다”며 “다른 부분이 더 많겠지만 그런 것들은 많이 꺼내놓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같이 할 가능성은) 당연히 열어 놓는다”며 “오늘 가능성을 부정할 정도의 이견을 보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가 그리는 신당은 ‘대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가장 ‘어려운 지역’에서 강하게 부딪혀 보겠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유튜브에서 “국민의힘에게는 대구가 제일 쉬운 곳이지만 신당에게는 제일 어려운 곳으로 역설적으로 그걸 한번 해볼까 한다”고 했다. 이러한 구상에는 본인이 직접 출마하는 선택지도 포함돼 있다. 이 전 대표는 전날(9일) 동대구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이라는 건 혼자 하는 게 아니기에 역할을 해달라는 요구가 있을 땐 회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가 대구를 꼽은 데는 나름의 ‘명분’이 존재한다. 그는 지난 8일 유튜브 채널 ‘디톡스’에 출연해 “정치개혁이라고 한다면 가장 어려운 승부를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권력자만 바라보면 되는 영남 정치인”이라고 지적하며 “그 사람들이 편하게 정치하도록 놔두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에서 지역 의원들을 ‘비만 고양이’라고 언급한 것과 같은 결이다. 

◇ 맹비난 쏟아낸 국민의힘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의 명분을 앞세웠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를 다르게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 전 대표의 신당을 ‘국민의힘에 대한 복수정당’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수권정당을 목표로 해보고 싶다(고 한다)”며 “약간 모순되게 영남 쪽 신당 이런 걸 또 강조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정리가 덜 됐구나, 본인도 고민 중이구나 (싶었다)”고 했다. 

이러한 시선은 국민의힘이라고 다르지 않다. 그간 서울 노원병을 닦아왔던 이 전 대표가 돌연 ‘대구 출마’를 꺼내 들며 영남 신당을 띄우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고향이 아닌 다른 지역에 출마하겠다는 명분들을 자꾸 찾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노원병에 당연히 출마한다고 얘기했는데 자꾸 말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내에선 이 전 대표 신당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는 기류가 강하다. 이 전 대표의 신당이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가 모호한 상황에서 지지를 설득해 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도는 지역에서 인지도가 있는 이 전 대표가 경쟁자로 나설 경우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은 이날 이 전 대표의 신당을 일제히 맹폭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민의힘이 제대로 된 역할을 추진한다면 이 전 대표의 신당은 0석, 그야말로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고 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광 팔기 수법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너무 정치공학적으로 풀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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