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갈빗집에서 탈당 기자회견 중 미소를 짓고 있다.(공동취재) / 뉴시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갈빗집에서 탈당 기자회견 중 미소를 짓고 있다.(공동취재)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준석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보편적인 민주 시민의 고민을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정당'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이란 의지도 다졌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진영의 분화라는 측면에서 정치권에서는 신당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그렇다 할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이 전 대표의 신당이 순항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심 어린 시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전 대표는 27일 서울 노원구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의 탈당을 공식화 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당초 국회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는 자신의 지역구인 노원구를 선택했다. 그는 “새로운 출발선에서 정치를 하는 이유를 다시 새기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자신의 탈당이 ‘아픈 기억’ 때문은 아니라고 했다. 윤리위 사퇴, 가처분 사태 등이 신당 창당의 궁극적 원인은 아니라는 의미다. 변화되지 않는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일종의 ‘정치적 사명’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는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2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왜 적장을 쓰러뜨리기 위한 극한 대립, 칼잡이의 아집이 우리 모두의 언어가 돼야 하는가”라고 강조했다.

신당 창당 작업도 곧장 착수했다. 이 전 대표에 따르면, 이날부로 ‘개혁신당’이라는 이름으로 창당준비위원회(창준위)를 발족한다. 이 전 대표는 “일반적인 정당 창당 과정과 마찬가지로 시도당을 결성하고 중앙당 등록 절차도 이어질 계획”이라며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이 전 대표의 신당은 내년 총선을 바라보고 본격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지역구 출마를 염두에 두고 즉시 출마할 수 있는 자원들을 60~80여명 정도 확보했다고도 밝혔다. 내년 총선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끌어낼 의석을 만들어 내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과 재결합 등 연대 가능성은 없다고도 단언했다.

◇ ‘신당 파급력’에 회의론 고개

정치권에서는 이 전 대표의 신당 파급력을 다소 낮게 보고 있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청년층과 중도층의 지지세를 이 전 대표의 강점으로 평가했지만,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오히려 무게추가 국민의힘 쪽으로 기울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특집 KBS 1라디오 ‘오늘’과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가 청년층을 대표한다, 중도층을 대변한다는 건 잘못된 분석”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의 신당에 함께하는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인사 중 이 전 대표 신당에 합류 의사를 명확히 밝힌 인물이 아직 없다는 게 대표적이다. 여기에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에 남겠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드러냈다. 유승민 전 의원 역시 신당 합류에 대해 답을 보류한 상황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신당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이미 피곤함을 가지고 있는 데다 (이 전 대표의 신당에는) 참여하는 인물도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그리고 여권에서는 한동훈이라는 인물이 새로운 바람몰이를 하며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런 측면에서 보면 상당 부분 동력이 떨어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총선 직전까지 세력화를 어떻게 해낼 것인지가 당면한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하지만 이 전 대표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외로운 탈당’이라는 지적에 대해 “합류하는 인사들에 대해서는 차근차근 공개를 하겠다”며 “김 전 최고위원은 개인적 고민으로 합류하지 못했지만, (천아용인) 다른 분들의 거취는 제 입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곧 알게 되실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와 금태섭 새로운 선택 공동대표와는 ‘긴밀한 소통’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진영에 구애받지 않는 연대 가능성도 열어뒀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 전 대표의 탈당과 관련해 구두논평에서 “이 전 대표는 우리 당에서 오랫동안 당원으로 활동해 오셨다. 그동안의 활동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뜻하는 바 이루시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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