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런던 영국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런던 영국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 의회에서 연설했다. 윤 대통령은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인용하며 “우리의 우정이 행복을 불러오고 우리가 마주한 도전을 기회로 바꿔주리라”라고 했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한영 관계가 더욱 돈독해 짐을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영국 웨스트민스터 의회 로열 갤러이에서 연설을 위해 연단에 섰다. 약 15분간 이어진 윤 대통령의 연설은 영어로 진행됐다. 의회 영어 연설은 지난 4월 미국 국빈 방문 이후 두 번째다. 존 맥폴 영국 상원의장, 린지 호일 영국 하원의장 등 약 450명 가량의 영국 측 인사들이 연설을 들었다.

윤 대통령은 “‘의회의 어머니’인 영국 의회에 서게 돼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위대한 영국을 이끌어 온 핵심이 바로 영국 의회임을 저는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영국 출신으로 한국에 도움을 준 인물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했다. 1887년 한국어 신약성서를 번역한 존 로스(John Ross) 선교사, 1904년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한 어니스트 베델(Earnest Bethell), 1916년 세브란스 병원 수의학자로 한국에 온 뒤 한국의 독립운동에 기여한 프랭크 스코필드(Frank Schofield) 선교사 등이다. 아울러 6·25 전쟁 당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8만명의 군대를 파병한 영국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전쟁의 포화로 잿더미만 남은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했다. 영국은 이번에도 우리를 외면하지 않았다”며 “유엔한국재건단에(UNKRA)에 두 번째로 많은 2,684만 달러를 출연했고 울산조선소, 고리원자력발전소, 울산공대 설립을 지원하는 등 한국이 신흥공업 국가의 기틀을 다지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을 비롯한 자유세계의 도움에 힘입어 대한민국은 기적과도 같은 성공 신화를 써내려 왔다”며 “최빈국이었던 나라가 반도체, 디지털 기술, 문화 콘텐츠를 선도하는 경제강국, 문화강국이 되었다.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한영 FTA 개선 협상을 개시해 공급망과 디지털 무역의 협력 기반을 다져 나갈 것”이라며 “이번 국빈 방문 계기로 체결하는 ‘한영 어코드’를 기반으로 이제 양국은 진정한 '글로벌 전략자 동반자'로 다시 태어난다”고 했다. 이어 “보다 자유로운 국제질서를 영국과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북한 핵 위협 등 지정학적 리스크 앞에 국제사회가 분열되고 있다”며 “역동적인 창조의 역사를 써 내려온 한국과 영국이 긴밀히 연대하여 세상의 많은 도전에 함께 응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화는 혼자 지켜낼 수 없다. 한국은 영국, 그리고 국제사회와 연대해 불법적인 침략과 도발에 맞서 싸우며 국제규범과 국제질서를 수호해 나갈 것”이라며 “한국은 영국과 함께 인도 태평양 지역의 정치적 안보와 경제안보를 튼튼히 하는 데 함께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양국은 자랑스러운 도전과 응전의 역사를 만들어 온 공통점과 함께 문화예술의 매력도 지니고 있다”며 “영국이 비틀즈, 퀸, 해리포터,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엔 BTS,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 그리고 손흥민의 오른발이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제 우리 양국이 창조적 동반자로서 인류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기여할 때”라며 “우리는 국제사회의 자유, 평화, 번영을 증진하는 데 함께 힘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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