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영국 총리 관저에서 리시 수낵 총리와 정상회담 및 한·영 합의문서인 '다우닝가 합의' 문서에 서명 등을 마친 뒤 환송을 받고 있다. (공동취재) / 뉴시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영국 총리 관저에서 리시 수낵 총리와 정상회담 및 한·영 합의문서인 '다우닝가 합의' 문서에 서명 등을 마친 뒤 환송을 받고 있다. (공동취재)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리시 수낙 영국 총리와 ‘다우닝가 합의(Downing Street Accord)’에 서명했다. 지난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수립된 ‘포괄적·창조적 동반자 관계’는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양국이 사실상 최고 수준의 관계를 수립함에 따라 향후 여러 분야에서의 협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안보 분야’에 있어서 양국 간 협력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2+2 장관급 협의체, 합동 훈련 합의

윤 대통령은 이날 영국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수낙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다우닝가 합의에 서명했다. 다우닝가 합의는 양국 관계 발전의 청사진과 이행계획을 제시하는 정치적 합의이자 전략문서로 협력 분야와 개별 과제의 성과 및 이행 계획을 열거해 놓았다. 양국은 이날 안보(8개)·경제(26개)·지속가능한 미래(11개) 분야에서 총 45개 과제를 합의했다.

대통령실은 “전 영역에 걸쳐 양국의 협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려는 노력의 산물”이라고 이번 합의를 평가했다. 이를 계기로 한영 FTA 개선 협상이 시작된 것은 양국 간 무역 활성화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지점이다. 수낙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FTA 개선을 위한 재협상의 시작으로 민간 부문의 협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한 ‘한영 반도체 협력 프레임워크’ 체결도 이번 합의의 성과로 꼽힌다.

이번 합의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양국 간 ‘안보협력’ 분야다. 양국은 이날 외교·국방 2+2 장관급 회의체를 설치하기로 하고 이를 통해 지역·국제 정세의 협의를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방협력의 제도적 틀 마련을 위한 ‘한영 국방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양국 군대 간 상호운용성 증진을 위한 합동 훈련을 실시하기로 했다. 안보리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한 해양 공동 순찰, 해양 안보 관련 정보 공유 등도 이번 합의에 담겼다.

양국은 이와 별개로 ‘한영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양국 정상이 체결한 최초의 사이버 분야 협력문서로 사이버 위협에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북한의 WMD(대량살상무기) 자금확보 등 불법적 사이버 활동 억지에 공동으로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이번 파트너십 체결을 통해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5개국으로 구성된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과의 사이버 안보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가교를 마련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한영 양국이 이번 합의에서 AI양자(퀀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는데, 이 역시도 군사전략적 함의가 내포됐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AI와 디지털 기술을 퀀텀 활용 군사기술로 변환하게 되면 적 미사일의 발사 시도를 좌절시키거나 미사일 탄두의 추진과 분리 과정에서 오작동을 유발하거나 미사일의 궤적에 영향을 미쳐 계획된 목표 지점의 타격을 무력화시킬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이번 합의에서 양국이 안보 협력에 힘을 실은 데는 북한의 위협을 적절하게 관리해야 하는 우리의 입장과 아시아에서의 입지를 확보하고자 하는 영국의 이익이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국방·안보 분야 협력 강화를 통해 한영 양국은 인도-태평양, 유럽, 글로벌 차원에서 핵심 파트너 관계를 공고히 구축하였다”고 평가했다. 영국 총리실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수낙 총리 역시 한영 안보가 불가분임을 강조했다고 영국 현지매체는 전했다. 

양국은 이날 합의문에서 북한의 핵 위협을 공동으로 규탄했다. 북한의 모든 핵무기, 대량살상무기,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포기해야 한다고도 명문화했다. 아울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글로벌 안보 현안에 대해서도 양국은 공동 대응의 의지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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