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예산을 둘러싸고 여야의 대치가 심해지고 있다. 23일 국민의힘이 원전 예산을 삭감한 민주당을 비판했고 민주당은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했다. 사진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원전 예산을 둘러싸고 여야의 대치가 심해지고 있다. 23일 국민의힘이 원전 예산을 삭감한 민주당을 비판했고 민주당은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했다. 사진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송호영 기자  원전 예산을 둘러싸고 여야의 대치가 심해지고 있다. 23일 국민의힘이 원전 예산을 삭감한 민주당을 비판했고, 민주당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탈원전의 망령을 되살리며 원전산업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고,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내년도 원전사업 예산을 삭감한 것은 매우 신중치 못한 처사”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한정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사실과 다르다”며 “총액 규모로는 올해 원전 예산과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 국민의힘, 원전 예산 삭감한 민주당 비판

윤 원내대표는 23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년도 원전사업 예산과 관련해 “한국의 원전은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주요 수출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데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탈원전의 망령을 되살리며 원전산업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산중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원전 관련 예산 전액을 삭감하고 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은 증액하는 예산안을 단독 의결했다. 현재 국회 산중위의 구성원은 △ 더불어민주당 16인 △ 국민의힘 12인 △ 비교섭단체 2인이다. 

이날 산중위 전체회의에서 △ 원전 수출 보증 예산 250억원 △ 원전 생태계 조성 예산 1,112억원 △ 소형모듈원자로(SMR) R&D 관련 예산 333억원 등 총 1,813억원 규모의 원전 관련 예산이 삭감됐다. 반면 △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사업 예산 2,302억원 △ 신재생에너지 보급 지원 예산 1,620억원 △ 신재생에너지 핵심기술 개발 예산 579억원 등 4,500억원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이 추가됐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소형모듈원자로 관련 예산 삭감을 비판했다. 소형모듈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는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소형 원자로이다. SMR은 공장에서 모듈로 제작할 수 있어 건설 시간 단축과 비용 절약이 가능하며, 필요 면적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윤 원내대표는 “혁신형 SMR은 2021년 문재인 정부 하에서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2022년 5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후 현재 진행 중인 사업으로 이재명 후보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며 “민주당 과방위 위원들이 윤석열 정부의 R&D 예산을 1조 1,600억 삭감할 때도 혁신형 SMR 예산만은 손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신재생에너지가 탄소 중립의 유일한 길인 것처럼 선전하고 있지만 세계는 다른 길로 가고 있다”며 “원전은 탄소 중립의 실현에서 필수적이며, EU도 이미 원전을 그린 택소노미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형 SMR은 2040년까지 연간 146조 원의 거대 시장으로 성장할 전망”이라며 “민주당의 망국적 예산 폭주로 황금알을 낳는 원전산업에도, 탄소 중립에도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도 민주당의 원전 예산 삭감을 비판했다. 유 의장은 “원전사업 예산을 삭감한 것은 매우 신중치 못한 처사”라며 “민주당 소속 산중위원장이 지난달 우크라이나 의원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의 SMR 기술을 홍보했다”고 지적했다. 

유 의장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SMR과 같은 무탄소 분산 에너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세계 최고의 원전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가 미래 먹거리 산업을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민주당의 대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 민주당 “원전 예산 차이 없어”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즉각 반발했다. 내년도 원전 관련 예산이 올해 예산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산중위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한정 의원은 “올해 민주당이 삭감한 원전 관련 예산은 불요불급한, 또 정체가 불명확한, 그리고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또 심도 깊은 검토가 필요한 사업에 대해서 감행했을 뿐”이라며 “총액 규모로는 올해 원전 예산과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김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원전 올인 정책은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총 발전량의 30% 이상을 원전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율이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며 “재생에너지 비율을 획기적으로 늘려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예산안에 대해 “산업부의 기존 원전 R&D 예산은 오히려 160억원 증액에 (민주당이)동의했다. 원전을 포함한 해외 프로젝트 수주 지원 확대를 위한 무역보험기금 출연금 500억 원을 증액시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는 산업부가 제출한 SMR소형원자로 R&D 예산 392억 원 그리고 신규 원전 생태계 지원이라는 1,300억 원 규모의 정체불명 또는 나눠주기식 예산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의원은 SMR사업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기술적 안전성 그리고 경제성과 사업성에서 의문이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 미국도 재고하고 새롭게 검토해야 된다는 사업에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예산을 증액해 나가겠다는 데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고준위방폐장법 관련해서도 오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0층짜리의 최첨단 빌딩을 지었는데 그 원자로라는 빌딩에는 화장실이 하나도 없다. 이제 화장실을 위한 새로운 지하 빌딩을 지어야 하는데 정부여당은 원전 무한 확대를 전제로 한 기본법을 내놓았다”며 “고준위방폐장법도 결국 사용 후 핵연연료를 영구매장하기 위한 아주 거액의 예산이 들어 수십 조 수백 억이 될지도 모르는 대형 사업인 만큼 계속 정부여당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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