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도 예산안 기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가 또다시 극한대치 상황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제55주년 대한민국헌정회 창립기념식에 참석해 있는 모습. / 뉴시스
2024년도 예산안 기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가 또다시 극한대치 상황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제55주년 대한민국헌정회 창립기념식에 참석해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2024년도 예산안 심사 기한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2명의 검사 탄핵을 재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자신들이 요구한 예산안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자체 수정 예산안’을 준비한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예산안 처리 합의 없이 본회의를 열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여야의 극한 대치가 다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예산안 협상과 관련해 연일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5조원으로 편성된 예비비를 대폭 삭감하겠다고 밝혔고, 에너지 바우처와 R&D(연구개발)와 관련된 예산은 증액하겠다고 예고했다.

홍 원내대표는 “불과 예산안 심사 기한이 이틀 남았고, 법정 기한도 이번 주 내로 종료된다”며 “(여당은) 신속하게 예산안 심사에 함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예산안과 관련해 예비비로 5조원이 편성된 것을 대폭 삭감하겠다”며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삭감해서 2조원 가까이 대폭 삭감할 예정이고 국제개발원조(ODA) 관련해서도 9,000억원 이상 삭감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또한 △소상공인 에너지바우처 및 대출이자 부담 경감 △R&D △지역상품권 △청년내일채움공제 △새만금 사업 등에 대한 예산을 증액하겠다고 공언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같이 밝히면서 “예산 편성권이 정부에 있지만 예산에 대한 심사 및 동의권은 국회에 있다”며 “국회가 가진 헌법적 권리, 심사 동의권을 충분히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께서 얘기한 것처럼 우리 당의 자체 예산 수정안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와 협상은 하겠지만 마냥 기다리진 않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예산안 협상이 기한 내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체 수정 예산안’ 발의도 검토하고 있다. 예산 심사 기한인 오는 30일까지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그 다음 본회의에 정부 원안이 자동 부의되기 때문이다.

야당 측 예결위 간사인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여야가 합의되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감액 수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산을 올리는 것은 포기하더라도 잘못된 예산을 깎는 거라도 반드시 역할을 해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2명의 검사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했다. 민주당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와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의안과에 탄핵안을 제출했다. 박 원내수석은 제출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는 30일과 1일에 잡혀있는 본회의에서 이 위원장과 2명의 검사 탄핵을 추진하려 하고 틀림없이 탄핵이 추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예산안 합의 없이 본회의 없다는 국민의힘   

이러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예산안 처리 합의 없이 본회의를 열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이 탄핵을 재추진하는 만큼, 예산안 처리도 못 하고 탄핵안만 처리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26일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법정 처리 시한을 앞둔 예산안도, 시급한 민생법안도 아닌 오직 ‘탄핵’을 위한 본회의를 개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며 “국민과의 약속인 예산마저 정략을 위해 뒷전으로 밀어내는 것도 모자라 단독으로라도 본회의를 열어 탄핵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협박’ 속에는 이미 ‘국민’도 ‘합의’라는 국회 정신도 없다”고 비판했다.

또 “다수 의석의 힘자랑을 한 번이라도 ‘민생’과 ‘예산’에 집중해 주길 바란다”며 “국민의힘은 반드시 민주당의 예산 폭주와 탄핵 폭거를 막아내겠다”고 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민주당의 예산 삭감을 대선 불복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전날(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윤석열이란 이름이 붙은 사업이면 묻지마 삭감하고 자당 대표 이름이 붙은 사업이면 단독 처리까지 불사하는 독단적인 예산 심사를 벌이고 있다”며 “여기엔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넘어 아예 국회에 따로 이재명 정부를 차리겠다는 대선 불복 인식이 반영돼 있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원내대표는 “먹고 사는 문제가 벼랑 끝에 내몰렸음에도 정치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민주당 대표의 진단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말로는 민생을 외치면서 행동으론 특검과 탄핵을 강행하는 모순에 대한 자기반성이 없으니 정치의 목표는 오직 민생이라는 얘기가 공허하게 들릴 뿐”이라고 직격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28일 민주당의 탄핵 재추진을 맹비판했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뉴시티 프로젝트 특위 세미나’에서 “탄핵을 습관적으로 내뱉는 사람들이야말로 정말 국정을 마비시키면서 선거용 전략으로 탄핵을 남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했다.

이러한 여야의 극한 대치 상황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기한 내 예산안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국회 예산결산심사 소위원회를) 막상 진행해 보니까 감액만 중심으로 하고 증액은 충분히 논의 못 한 부분이 있다”며 “증액 심사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사실상 감액만 하고 끝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보면 이제 소소위를 해봐야 알겠지만, 이번 주에 법정 처리 기한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야는 지난해에 2023년 예산안을 12월 24일이 돼서야 처리한 바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