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국민의힘의 김기현 대표가 사퇴하고 장제원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에 대한 여파가 더불어민주당까지 미치고 있다. 당 지도부는 이른바 ‘김장연대’의 퇴장에 대해 평가절하하고 있지만, 당내 비주류 의원들이 이재명 대표와 지도부의 혁신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다만 ‘혁신 요구’에 얼마나 많은 의원들이 응답할지에 따라 압박의 강도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 ‘김기현‧장제원 퇴장’ 평가절하

민주당은 친윤계(친윤석열계)의 핵심으로 꼽히는 김 전 대표와 장 의원의 퇴장에 “예상했던 상황”이라며 의미를 축소하는 모양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영남에 텃밭을 둔 국민의힘 지도부나 중진의 자리는 사지가 돼버린 것 같다”며 “김 전 대표는 ‘당이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대표인 자신의 몫이라며 자신의 거취 문제로 당이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바지 대표로 뽑힌 김 전 대표는 용산의 지시에 충실했을 뿐, 지금 국민의힘이 처한 모든 상황은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더욱이 장 의원의 불출마와 김 전 대표의 사퇴 뒤에는 윤 대통령의 그림자가 짙다”며 “김 전 대표의 사퇴는 용산 직할 체제로 가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보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자신을 당대표로 낙점해 준 윤 대통령의 지시만을 쫓다가 결국 팽 당하는 김 전 대표의 모습이 한편으로는 안타깝다”고 했다.

또 “누구 한 사람 용산을 향해 바른 소리 하지 못한 국민의힘이 자초한 결과”라며 “이제 용산이 준비한 비대위원장이 등장할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본격적으로 여의도로 출근할 시간도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는 껍데기만 남은 국민의힘이고, 윤석열 측근 검사들이 주축이 된 검찰당일 것이 불 보듯 자명하다”며 “그런 점에서 김 전 대표의 사퇴는 국민의힘의 종언에 다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김 전 대표)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 어떤 외력에 의해서 일어난 일이고 민주적 절차라든가 이런 걸 전혀 볼 수 없는 과정이었다”며 “(국민의힘) 공천 파동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전 대표의 사퇴를 언급하며 “이준석 쫓아내고 김기현 쫓아내고, 국민의힘 당대표 킬러는 도대체 누구인가”라고 직격했다.

윤건영 의원은 김 전 대표의 사퇴를 윤 대통령의 뜻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14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결국 윤 대통령 뜻대로 정리되고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도 정리하고 장 의원도 정리하고 김 전 대표도 정리했다. 저는 봉합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용산의 명령 없으면 이렇게 되지 않는다”며 “김장연대는 정권의 실세다. 정권 실세를 바꾼 건 용산의 명령”이라고 했다.

◇ 원칙과 상식, ‘이재명 사퇴’ ‘통합 비대위 구성’ 요구

하지만 당내 비주류 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쇄신 바람’에 맞춰 민주당도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선을 4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혁신 경쟁’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시쳇말로 ‘선빵’은 빼앗겼기 때문에 국민들이 그에 상응하게 인정하려면 (인적 쇄신을) 더 세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욱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민주당 인적 쇄신은 없다. 당 지도부를 비판하면 중국 홍위병처럼 고립 작전, 비난 작전만 펼치고 있다”며 “국민의힘의 쇄신, 국민의 요구에 의해 (인적 쇄신을) 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이 의원은 “장 의원도 (불출마 선언) 하는데 ‘이재명 대표’는 왜 못하는가. 친명 주요 인사들은 왜 안 하는가”라고 직격했다.

이러한 가운데 조응천‧이원욱‧윤영찬‧김종민 의원이 속해 있는 ‘원칙과 상식’은 민주당의 혁신을 요구하며 이 대표와 지도부의 총사퇴와 통합 비대위 체제 전환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꼭 필요한 두 가지만 말씀드리겠다”며 “통합 비대위로 가야 한다. 당 대표부터 지도부 그리고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중진들 각자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선당후사를 결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당의 이익보다 국민 신뢰가 먼저”라며 선거법 약속(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반대 및 위성정당 창당 금지)을 반드시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네 명 모두는 자신의 공천이나 당선 욕심을 내려놨다”며 “험지 출마든, 백의종군이든 선당후사의 길에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원칙과 상식의 이러한 요구에 이 대표와 지도부가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원칙과 상식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크지 않고, 친명(친이재명) 체제가 공고화돼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계파색이 옅은 한 민주당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제가 비판한다고 해서 지도부가 바뀔 것 같지도 않다”며 “경선 때 피해가 가면 안 되니까 (당내 의원들도) 말을 아끼는 것 같다”고 당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 대표나 지도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나 혁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