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국민의힘 내년 총선 불출마를 한 것을 두고 정치권의 시선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에게 쏠리고 있다. 당 혁신위원회 조기 종료 이후 책임론이 피어난 김 대표가 장 의원의 희생 결단에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 뉴시스
장제원 국민의힘 내년 총선 불출마를 한 것을 두고 정치권의 시선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에게 쏠리고 있다. 당 혁신위원회 조기 종료 이후 책임론이 피어난 김 대표가 장 의원의 희생 결단에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친윤’, ‘주류’로 평가돼 온 장 의원의 ‘결단’에 당내에선 긍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정치권의 시선은 곧장 김기현 대표에게 쏠리고 있다. 당 혁신위원회의 활동 종료 이후 ‘책임론’에 직면해 온 김 대표가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 때문에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장 의원은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장 의원은 “운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역사의 뒤편에서 국민의힘의 총선승리를 응원하겠다”고 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보다 절박한 게 어디 있나”라며 “총선승리가 윤석열 정부 성공에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족하지만 저를 밟고 총선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당내에서 이번 결단을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 데는 장 의원이 당내 주류의 상징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안철수 당시 후보의 단일화를 성사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고, 인수위원회 시절에는 당선인 비서실장 역할을 맡으며 친윤 핵심으로 통했다.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는 김기현 대표와 ‘김·장 연대’를 띄우며 현 지도부 체제를 구성하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당 혁신위원회를 중심으로 주류 인사들의 ‘희생 요구’가 빗발칠 때만 해도 그는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4,200명의 지지자들을 동원한 산악회 행사를 열고 ‘세 과시’를 하며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하지만 혁신위 좌초를 기점으로 당 안팎의 여론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장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충정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 김기현 결단에 ‘이목’

당내에서는 장 의원의 결단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이어졌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본인이 희생하는 결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국민의힘 지도부나 윤핵관의 소위 말해 웰빙 정당의 모습으로 자기 보신만을 위해 정치를 한다는 그런 이미지는 희석시켰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즉각 시선은 김 대표에게로 쏠리고 있다. 혁신위의 조기 종료와 관련해 김 대표의 책임론이 연이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류 핵심 인사가 ‘희생’의 모양새를 취한 만큼, 거센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김 대표가 어떤 형태로든 결단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 새어 나온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장 의원이 불출마를 시사하는 내용을 보면서 김 대표도 비슷한 결단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김 대표께서도 그런 일들에 대한 고민이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날 공개 일정 없이 장고(長考)에 돌입한 모습이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도) 시간을 갖고 싶을 것”이라고 했다. 당초 윤재옥 원내대표, 이만희 사무총장 등 지도부와 연탄 나눔 봉사활동에 나설 예정이었지만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팎에서는 김 대표가 이르면 오는 13일 거취를 결정할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당내에서 김 대표가 불출마·험지출마가 아닌 사퇴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는 점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판을 뒤엎으면 대안이 보인다”고 했고, 김태흠 충남도지사도 “사즉생은 당 구성원 전체에게 요구할 것이 아니라 김기현 대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라고 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공개서한’을 올리고 “대표님의 희생과 헌신이 불출마나 험지 출마여서는 안 된다”며 “지금 당 대표로서 응답하는 정치적 책임일 뿐이므로 대표직을 내려놓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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