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언을 언급하며 ‘야권 통합’을 당부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 계파 사이에선 각기 다른 해석이 나왔다. 사진은 문 전 대통령이 지난 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식 '하나로 미래로'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언을 언급하며 ‘야권 통합’을 당부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 계파 사이에선 각기 다른 해석이 나왔다. 사진은 문 전 대통령이 지난 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식 '하나로 미래로'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언을 언급하며 ‘야권 통합’을 당부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내 계파 사이에선 각기 다른 해석이 나왔다. 비명계(비이재명계)는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를 비판하는 발언이라고 봤고, 친명계(친이재명계) 사이에선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을 만류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이원욱 의원은 8일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문 전 대통령의 ‘야권 통합’ 당부에 대해 “‘지금 이재명의 사당화 때문에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으니까, 이 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되는 거 아니냐’는 의미로 해석했다”고 밝혔다. ‘야권 통합’의 발언은 이 대표를 향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행동하는 양심’이라는 말씀을 하셨다”며 “‘옳은 줄 알면서도 행동하면 무섭고 손해 보니까 회피하는 일이 많다. 그래서 옳은 줄 알면 행동하는 것이 양심이고,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는 김 전 대통령 최고의 어록인데 문 전 대통령이 이 행동하는 양심의 모습을 이 대표가 새기라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해석했다. 

민주당을 탈당해 이 전 대표와 신당 창당을 하겠다고 밝힌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그는 이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지금 민주당에 민주가 없고 김대중‧노무현 정신이 사라졌다”며 “무엇을 위해 민주당을 중심으로 단합해야 하는가. 지금은 가치 중심으로 제3의 세력들이 한 곳에서 통합을 해서 하나로 당을 만들면 그 정신에 맞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이 그런 말씀을 했다면 그건 그 당시에 정의당 같은 군소정당하고 통합하라는 말이 되는 것”이라며 “그때는 야당이 사당화돼 있던 때는 아니지 않은가. 만일 지금 김 전 대통령이 살아계신다면 지금 1인 지배체제로 확고하게 돼 있는 양당의 지금 정치 형태에 대해서 비판했을 것이고 극단적인 혐오 정치에 대해서 우려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6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김 전 대통령의 유언을 언급하며 야권 통합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 위기‧민생 위기‧남북 관계 위기의 3대 위기를 통탄하면서 ‘나는 이제 늙고 병들어 힘이 없으니 젊은 당신들이 나서서 야권 통합으로 힘을 모으고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라’고 신신당부하셨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 유지에 따른 야권 대통합으로 민주통합당이 창당됐고, 끝내 정권교체를 해낼 수 있었다”며 “정치가 다시 희망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마주한 위기 앞에서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유언처럼 우리는 또다시 민주주의‧민생경제‧평화의 가치 아래 단합하고 통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에 친명계에선 비명계와 다른 해석을 내놨다. 박범계 의원은 이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김 전 대통령의 유지와 다를 바 없는 야권 통합을 통해서 정권교체를 이루라고 했기 때문에 통합민주당이 만들어졌다”며 “역시 마찬가지로 이 전 대표는 제가 국회에 있을 때나 장관 할 때나 소통이 됐던 분인데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이 전 대표가) 물을 상당히 걷고 있는 측면이 있으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며 “민주당에 대한 걱정들을 당내에서 치열한 토론과 논쟁을 통해서 해소하는 길이 아직 1%라도 남아 있다면, 돌아오셨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이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을 만류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의 축사는 감동이었다. 김 전 대통령의 유언은 ‘단결해서 총선승리, 정권교체’를 하라는 요지”라며 “오늘의 민주당과 이 전 대표에게 보내는 말씀이었다”고 적었다.

박 전 원장은 “문 전 대통령은 기념 축사에서 유언을 소환해 말씀하셨다면 이 대표도 단결에 더 강한 노력을 해야 마땅하다”며 “자신을 전남지사에서 국무총리로 발탁하고 당원들에 의해서 당 대표까지 역임한 이 전 대표도 돌아와서 윤석열 독주 정권에 투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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