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내년 총선을 100여 일 앞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분열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시사한 데 이어 당의 원로인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까지 탈당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 전 부의장은 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을 탈당하고 이 전 대표와 함께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재명 대표의 사심으로 민주당에 민주와 정의가 실종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전 부의장은 “민주당은 침몰 직전의 타이타닉호다. 배가 대선 패배라는 유빙에 부딪혔을 때, 선장도 바꾸고 배도 정비했어야 한다”며 “선장이 파국으로 배를 몰아도 선원들은 배의 크기만 믿고 자기들만의 선상 파티를 즐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원칙에 귀를 닫고 상식을 조리돌림 하다가는 결국 난파해 침몰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이 전 대표와 함께 신당을 만들겠다”며 “신당은 윤석열도 싫고 이재명도 싫은 국민에게 제3의 선택지를 제공하는 일이다. 민주당은 신당이 국민 지지가 없다고 말하는데, 중도는 말이 없을 뿐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전 부의장은 기자회견 후에도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나는 민주당을 원로당원으로서 한없이 사랑하지만 이 대표 독단과 전횡으로 당이 망가졌다”며 “이 대표 1인 정당이 된 것에 대해 개탄한다”고 직격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 대표와 이 전 대표의 회동 가능성 또한 희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의 최측근인 남평오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이 ‘대장동 의혹’의 최초 제보자가 본인이라고 밝히면서 친명계(친이재명계)의 비판이 있었던 데다 이 전 대표 또한 이 대표와의 회동 협상이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전날(28일) 최성 전 고양시장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측근을 통한 협의에 의견 접근이 안 돼서 지금은 협의 자체가 중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전 대표는 내년 1월 첫째 주 안에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이달 말까지 이 대표의 사퇴와 통합 비상대책위원회의 구성이 없다면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김부겸 이어 정세균도 ‘단합’ 강조

이처럼 당내 잡음이 적지 않게 나오는 상황에서 내년 총선 승리의 관건은 당의 단합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정세균 전 총리는 지난 28일 이 대표와의 회동에서 “단합은 선거 승리의 필요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와 정 전 총리는 이날 서울 종로구에서 1시간 40분가량 회동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정 전 총리는 이 대표에게 “총선 승리 없이 국가 미래도 민주주의도 없다.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선민후사 얘기를 했다”며 “이 대표도 선민후민 정신으로 정치를 하고 당을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최근 (민주당이) 구심력보다 원심력 커져 걱정”이라며 “당의 분열을 막고 수습할 권한과 책임은 당 대표에게 있다. 수습을 부탁한다”고 했다. 

아울러 정 전 총리는 이 대표에게 ‘현애살수(懸崖撒手)’라는 사자성어도 언급했다고 한다. 이는 낭떠러지에서 손을 놓아 떨어진다는 뜻이다. 정 전 총리의 이러한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선 이 대표의 희생을 요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한편 민주당은 29일 공천관리위원장에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공관위원장으로 민주주의의 세계적 석학인 고려대 임혁백 교수를 임명했다”고 전했다.

강 대변인은 “(임 교수는) 한국 정치사 현장과 함께했다. 그리고 한국 정치를 일원화해서 가야 할 길을 제시한 분으로 유명하다”며 “임 교수가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 관리 업무를 이끌어 줄 것을 기대한다. 그리고 변화를 주도하는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이 될 수 있도록 공정한 선거관리를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외부 인사를 공관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은 지난 19대 총선 이후 처음이다. 당 지도부가 임 교수를 임명한 것에 대해 당내 계파 간 공천 갈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통합을 강조하기 위한 인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임 교수는 한 번도 정치를 해본 적이 없고 계파색이 없는 인물”이라며 “당 지도부가 계파 간의 공천 갈등을 우려해 임 교수를 발탁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