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의 정기 임원인사가 다소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임기 만료를 앞둔 허민회 CJ CGV 대표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상 초유의 위기상황 속에 구원투수로 투입됐던 허민회 대표가 CJ CGV와의 동행을 이어가게 될까. CJ그룹의 임원인사가 늦어지며 ‘장고의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허민회 대표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늦어지는 CJ그룹 인사… ‘구원투수’ 허민회 대표 거취는?

새롭게 시작한 2024년 새해도 어느덧 보름이 지났다. 하지만 CJ그룹은 중대 연례행사라 할 수 있는 정기 임원인사를 아직 단행하지 않고 있다. 중요한 현안과 과제, 추구하는 방향성 등이 반영되는 임원인사는 통상 전년도 연말께 마무리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실제 상당수 대기업들이 이미 임원인사를 마친 상태다. 반면, CJ그룹은 당초 지난해 12월 중으로 예상됐던 임원인사가 해를 넘겼을 뿐 아니라, 보름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CJ그룹의 임원인사가 해를 넘긴 건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지난해 임원인사가 전년도 10월 말께 일찌감치 이뤄진 것과도 뚜렷하게 대비된다.

CJ그룹이 임원인사를 두고 이처럼 장고를 이어가는 배경으로는 그룹 전반에 드리운 ‘위기감’이 지목된다. CJ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CJ제일제당과 CJ ENM 등이 실적 부진에 빠지며 그룹 전반의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CJ그룹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했으나 누적 영업이익은 19.7%나 감소했다. 

더욱이 CJ그룹은 지난 2년간 계열사 대표들을 대부분 유임시킨 바 있다. 실적 개선이란 뚜렷한 당면과제를 마주하고 있는 가운데 변화의 칼을 뽑아 들지, 그렇다면 누구에게 어떤 중책을 맡길지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허민회 CJ CGV 대표의 거취 역시 이목이 집중되는 사안이다. 2020년 12월 발표된 2021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CJ CGV의 수장으로 낙점됐던 그는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된다.

허민회 대표가 취임할 당시 CJ CGV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한 상태였다. 실적이 고꾸라지고 재무상태가 심각해졌을 뿐 아니라, 영화산업 전반이 멈춰버려 회복을 기약하기도 어려웠다. 이에 그룹 재무통이란 평가를 받아온 허민회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고강도 비용절감 및 재무구조 개선을 진두지휘하며 구원투수 역할을 적극 수행했다.

결과적으로 CJ CGV는 최악의 상황은 탈출했지만, 근본적인 회복은 더뎠다. 2022년 연간 매출액이 1조2,000억원대까지 회복됐음에도 적자행진은 계속된 것이다. 또한 지난해에는 또 한 차례 대규모 유상증자 등 자금조달에 나서면서 주주들로부터 싸늘한 시선을 받기도 했다.

다만, CJ CGV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코로나19 사태의 그늘은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1조2,028억원을 기록해 사실상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며, 연간 흑자전환도 유력하다. 특히 최근엔 영화 ‘서울의 봄’ 등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극장가가 활기를 되찾기도 했다.

따라서 CJ CGV는 올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를 맞을 전망이다. 3년여의 위기를 딛고 본 궤도를 되찾은 만큼, 변화하는 업계 상황 속에서 재도약을 본격화해야 한다. CJ CGV가 지난해 대규모 자본을 확충한 것도 이를 대비한 차원이었다. 실제 CJ CGV는 지난해 극장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겠다며 ‘넥스트 CGV’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CJ CGV는 현재 커다란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허민회 대표가 취임한 때부터 지난해까지 최대 당면과제가 ‘위기대응 및 회복’이었다면, 이제는 새로운 미래로의 도약이 화두다.

허민회 대표의 거취를 두고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허민회 대표가 위기의 순간 ‘구원투수’로 투입돼 제 역할을 다한 만큼, CJ CGV와의 동행을 이어가게 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현재로선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 허민회 대표가 CJ CGV의 ‘넥스트 CGV’ 전략을 수립 및 발표한 장본인인 만큼, 구원투수 역할을 넘어 재도약을 이끌 적임자로 또 한 번 중책을 맡을 수 있다. 반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재도약을 이끌기에 더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인물이 새롭게 낙점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무엇보다 허민회 대표가 그룹 전반에서 많은 경험을 쌓으며 ‘재무통’이자 ‘해결사’로서 입지를 다져온 만큼 위기에 빠진 다른 계열사로 자리를 옮겨 또 한 번 구원투수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계에서는 CJ그룹의 임원인사가 이르면 이달 중에, 늦어도 다음 달 중순 전에는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CJ그룹이 오랜 고민 끝에 어떤 인사를 단행하게 될지, 허민회 대표의 거취는 어떻게 결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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