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옥(왼쪽사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여야 원내대표 비공개 회동에 각각 참석하고 있다. / 뉴시스
윤재옥(왼쪽사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여야 원내대표 비공개 회동에 각각 참석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전두성 기자  여야가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적용을 2년간 유예하는 방안에 대해 협상을 이어왔지만, 끝내 합의가 불발됐다. 이에 따라 오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이 결렬된 원인 중 하나는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두고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중대재해법 유예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정부‧여당은 민주당이 새로운 조건을 제시했다며 반발했다. 이에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적용 유예를 추진하기로 한 초창기부터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제시했다고 맞받았다.

법 적용일이 오는 27일이기 때문에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유예안을 처리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처럼 여야가 ‘네 탓 공방’을 하며 평행선만 달려오다 협의에 이르지 못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본회의가 열리는 중에도 협상을 이어갔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진전된 것이 있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없다”고 말했고,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추후 협상 여지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정부가 안을 가져오면 (하겠다)”며 진전이 없었음을 알렸다.

◇ 여야, ‘네 탓 공방’ 속 협상 결렬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중소‧영세 기업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촉구 규탄대회’를 열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적용이 시작되는 27일까지 딱 이틀 남았다”며 “수많은 중소기업과 영세소상공인들은 중대재해법 유예가 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폐업을 해야 한다.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국회가 적용을 유예해 주길 절실하게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민주당은 법 통과를 위한 요구사항을 추가하며 여야 합의를 어렵게 하고 있다”며 “떡 하나 주면 또 다른 떡을 내어놓으라는 것인데 이쯤 되면 법을 통과시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겠다는 말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여야는 그간 중대재해법 유예 법안 처리를 위해 지속해서 협상을 해왔지만 그 과정에서 민주당이 느닷없이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추가 조건으로 제시하며 협상을 방해했다”며 “문재인 정부 때도 해내지 못한 일을 이제 와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은 애초에 민주당이 ‘법 적용 유예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중대재해법 유예를 처리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를 위한 여야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근로자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특히 경영난에 허덕이는 83만 영세업자의 처지도 생각해야 한다”며 “오늘 국회에서 중대재해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한 위원장도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 모레(27일)부터 대기업 등과 동일한 기준으로 이 법률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에는 소상공인과 거기에 고용돼 있는 서민들에게 결과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며 법안 처리를 요청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무작정 중대재해법을 유예해달라고 했다며 응수했다. 최혜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중대재해법을 유예해 달라는 윤석열 정부의 억지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며 “이제는 억지를 부리는 것으로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공포 마케팅까지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최 원내대변인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등 3개 부처 장관들이 ‘동네 빵집에도 중대재해가 날 것’이라며 국민을 협박하고 나섰다”며 “중대재해법은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6개월 이상 치료 받아야 할 사람이 2명 이상 생길 경우인데 동네 빵집과 음식점을 예로 드는 게 맞는가”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기간이 2년이나 있었고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도 2년이 다 돼 간다. 그동안 아무 준비도 안 해놓고 무작정 유예해달라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 안을 제시하고 기다려온 민주당이 무작정 반대만 하는 것처럼 호도하면서 정작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손 놓고 시간만 보낸 것은 윤석열 정부”라고 받아쳤다.

또한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중대재해법 유예 논의가 시작될 때부터 요구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제가 분명히 지난해 11월 23일부터 산업안전보건청이 핵심이라고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은) 하지 않고 있다”며 “만약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서 현장에 혼란이 있다면 준비하지 않고 최소한의 안전판을 만들어달라는 우리 당의 요구까지 걷어찬 정부‧여당이 그 책임을 다 져야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민주당 내에서는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하더라도 중대재해법 유예를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다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본회의 중 기자들과 만나 “산업안전보건청을 정부가 수용해도 당내에서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았다”며 “원내지도부는 그걸 뚫고 나가야 되는 것이 과제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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