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용유예 연장이 무산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은 오는 27일부터 예정대로 전면 확대 시행된다. / 뉴시스
적용유예 연장이 무산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은 오는 27일부터 예정대로 전면 확대 시행된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첨예한 쟁점으로 떠올랐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 연장이 결국 무산됐다. 이에 따라 오는 27일부터는 상시근로자수 50인·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 예정이다. 각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어떤 효과 또는 후폭풍을 낳게 될지 주목된다.

◇ ‘시행 2주년’ 중대재해처벌법, 27일부터 전면 확대

결국 마지노선을 넘겼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 연장을 앞두고 마지막 국회 본회의가 열린 지난 25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 연장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두고 여야가 끝내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하면서 해당 개정안은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은 오는 27일을 기해 예정대로 전면 확대된다. 2021년 1월 27일을 기해 본격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근로자수 50인·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2년의 유예기간을 둔 바 있다. 이 같은 유예기간 만료를 앞두고 정부·여당이 유예기간 추가 연장을 추진하고 나섰지만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넘지 못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책임을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묻는 것이 핵심인데, 앞으로는 소규모 영세사업장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반응은 엇갈린다. 정치권에선 서로에게 책임을 추궁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총선 때 민노총 도움을 얻고자 중소기업의 절박한 사정을 외면한다면 후과를 어떻게 감당하려 하나”라고 지적했고, 같은 당 정희용 원내대변인은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조치를 끝내 외면해 가뜩이나 경영난에 허덕이는 중소·영세기업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 민주당은 민생 파탄의 책임을 오롯이 지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중대재해법이 시행돼 현장에 혼란이 있다면 준비하지 않고 최소한의 안전판을 만들어달라는 민주당 요구까지 걷어찬 정부·여당이 그 책임을 다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대통령도 강한 어조로 유감을 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중소기업의 어려움과 민생 경제를 도외시한 야당의 무책임한 행위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히며 관계부처에 철저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경제계와 노동계의 반응도 극과 극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은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전면 확대 시행될 경우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려를 쏟아냈다. 반면, 양대노총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나란히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엄정한 법 집행과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후속조치를 촉구했다.

이 같은 첨예한 대립과 논란은 중대재해처벌법 전면 확대 시행 이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우선, 27일을 기해 확대 시행되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됐지만 추후에라도 추가적인 유예기간을 두는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과 갈등, 노동계의 반발 등 진통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영세·소규모 사업장이 중대재해 발생에 있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해온 만큼, 실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례가 나오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발생 빈도 또한 한층 잦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각 사례별 쟁점도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어서 이에 따른 논란과 갈등 역시 심화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특히 영세·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으로 폐업하는 사례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효과를 둘러싼 갑론을박도 지속되는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지난해 눈에 띄게 줄어든 중대재해 사망자수를 두고도 전혀 다른 해석과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3~4년간 600~700명대였던 중대재해 사망자수가 지난해 500명대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변화가 중대재해처벌법이 아닌 산업안전보건정책 패러다임을 ‘자기규율과 엄중책임’으로 전환한 효과라고 설명했다. 반면, 노동계 등은 중대재해처벌법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며, 전면 확대 및 강화가 필요한 이유라고 평가하고 있다.

정부·여당 차원에서 추진 중인 중대재해처벌법 개선도 더욱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2022년 11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중대재해처벌법 개선을 위한 작업을 꾸준히 밟아왔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 연장이 무산되고 전면 확대 시행되는 만큼,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정부의 움직임을 ‘개악’으로 규정하고 있는 노동계의 반발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