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톤자산운용이 태광산업을 향한 주주행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해나갈 전망이다. / 뉴시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태광산업을 향한 주주행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해나갈 전망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오면서 주주행동 관련 움직임도 다시 분주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태광산업을 향해 주주행동을 전개해온 트러스톤자산운용(이하 트러스톤)이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나서 눈길을 끈다. 가뜩이나 그룹 상황이 뒤숭숭한 가운데, 태광산업의 부담이 한층 커지게 된 모습이다.

◇ 한걸음 더 나간 행동주의펀드… 정기주총 표대결 예고

국내 행동주의 펀드의 대표주자 중 하나로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트러스톤은 지난 16일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 보고서’를 정정공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2022년 12월 최초 공시했던 것을 1년 2개월 만에 정정한 것이다.

해당 공시는 애초부터 상당히 큰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에서 ‘경영권 영향’으로 변경하면서 주주행동의 신호탄이란 평가를 받았다. 시기적으로도 중요한 변화였다. 태광산업은 당시 콜옵션 미행사로 파문을 일으켰던 계열사 흥국생명에 대해 자금지원을 검토하다가 일반주주 및 트러스톤 측의 반발로 논란이 일자 이를 전격 철회한 상태였다. 또한 공교롭게도 트러스톤의 보유목적 변경 이후 태광그룹이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며, 그 중심에 태광산업이 있었다. 

이번엔 한 발 더 나갔다. 당시 트러스톤은 보유목적을 ‘경영권 영향’으로 변경하면서도 구체적인 계획까지 제시하진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았다. 주주로서 이사 및 감사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 정지와 이사회 등 회사 기관과 관련된 정관 변경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고 명시한 것이다.

특히 트러스톤 측은 “태광산업은 지난 2023년 11월에 ESG경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이사회 중심 경영을 목표로 설정하고, 신임 경영진을 임명했다. 엄중한 경제상황과 영업위기 상황에 태광산업이 이사회 중심경영을 표방하고 신임 경영진을 임명해 인적 쇄신의 의지를 보여준 것에 환영한다”면서도 “이사회 구성원의 양적·질적인 보강이 필요하다는 데에 회사와 그 의견을 같이 하며, 이를 위해 2024년 2월 중 법적 시한 내에 주주제안으로 이사 후보자를 제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열릴 예정인 태광산업의 정기주총은 ‘표대결’ 양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태광산업은 오는 3월을 기해 조진환·정철현 두 대표와 최원준 사외이사 감사위원의 임기가 만료된다. 이 중 대표이사의 경우 성회용 티캐스트 대표가 내정된 상태다.

물론 태광산업은 최대주주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지배력이 비교적 공고한 편이다. 이호진 전 회장은 29.48%의 지분을 보유 중이며,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은 54.53%에 이른다. 

다만, ‘3%룰’이 적용되는 안건의 경우엔 마냥 안심하기 어렵다. 태광산업이 앞서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 만큼, 많은 소액주주들이 트러스톤에 힘을 실어주며 소기의 성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트러스톤의 공세 자체가 태광산업에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태광산업이 최근 ‘시대정신’으로 떠오른 주주가치 제고, ESG 강화, 저PBR 해소 등을 당면과제로 안고 있는 가운데, 트러스톤이 지속적으로 요구사항을 제기하며 보다 다양한 행동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태광산업은 현재 여러모로 뒤숭숭한 상황 속에 놓여있다. 그룹 차원의 비자금 의혹으로 경찰 수사가 이어지고 있고, 이 과정에서 지난해 광복절 특별복권된 이호진 전 회장과 전 그룹 고위임원들 간의 내홍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또한 실적 측면에서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줄고, 2년 연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앞서 발표한 대대적인 투자계획도 아직 뚜렷하게 실현된 것이 없다.

민감한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주주행동에 따른 부담까지 가중된 태광산업의 올해 정기주총이 어떤 결과로 막을 내리게 될지 주목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트러스톤자산운용, 태광산업 관련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 보고서’ 공시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40216000737
2024. 02. 16.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