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이 임원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이호진 전 회장 측근의 입지 확대가 눈길을 끌고 있다. / 뉴시스
태광그룹이 임원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이호진 전 회장 측근의 입지 확대가 눈길을 끌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이호진 전 회장의 대통령 특별 사면·복권에 이은 횡령·배임 의혹 수사로 뒤숭숭한 태광그룹이 여러모로 의미가 큰 임원 인사를 단행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호진 전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 그룹 핵심인 태광산업 대표로 선임되며 존재감을 확대한 것이다. 이호진 전 회장의 향후 행보 및 경찰 수사 결과 또한 더욱 주목된다.

◇ 이호진 전 회장 측근 태광산업 수장으로

태광그룹은 지난 17일 2024년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단연 눈길을 끈 건 성회용 대표다. 티캐스트 대표였던 그는 그룹 핵심인 태광산업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시기적으로나 인물의 배경으로나 의미가 남다른 인사다. 

먼저, 태광그룹은 최근 안팎으로 뒤숭숭한 상황이다. ‘황제보석’ 논란 등을 일으키며 10여년에 걸쳐 사법절차를 밟은 바 있는 이호진 전 회장은 지난 8월 대통령 특별사면·복권을 통해 경영 복귀가 가능해졌다. 이후 태광그룹은 계열사 티시스를 시작으로 강도 높은 내부 감사를 실시했으며, 이를 통해 김기유 전 티시스 대표가 지난 9월 해임됐다. 김기유 전 대표는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을 맡는 등 ‘실세’로 불린 인물이다. 이밖에도 주요 계열사 인사들이 줄줄이 해임 또는 대기발령 조치됐다.

이를 두고 이호진 전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 수순이란 평가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내 예사롭지 않은 변수가 등장했다. 지난 10월, 이호진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등 배임·횡령 혐의를 포착한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이후 경찰은 지난달과 이달 초까지 총 3차례에 걸쳐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태광그룹을 비롯한 일각에선 이 같은 경찰 수사가 해임된 이들의 제보에 의해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태광그룹 측은 “경찰이 이호진 전 회장의 배임·횡령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사실은 이호진 전 회장의 공백기간 동안 그룹경영을 맡았던 전 경영진이 저지른 비위 행위였다는 것이 감사결과로 확인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희용 신임 태광산업 대표는 지난해 6월 태광그룹에 처음 합류했으며 이후 존재감을 확대해왔다. / 태광그룹

이런 가운데, 태광산업의 새 수장으로 낙점된 성회용 대표는 이호진 전 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중앙일보를 거쳐 SBS에서 보도국장, 미디어사업국장, 논설위원 등을 역임한 그는 지난해 6월 티캐스트 대표로 취임하며 태광그룹에 합류했다. 또한 지난 6월부터는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부의장을 맡아오고 있으며, 지난 10월 그룹 차원의 ESG경영 강화를 위해 출범한 미래위원회의 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이처럼 태광그룹에 합류한지 1년 반 만에 존재감을 거듭 확대한 끝에 태광산업 대표로 선임되기에 이른 성회용 대표의 행보는 이호진 전 회장의 친정체제 구축 및 경영 복귀 포석이란 평가에 힘이 실린다.

여러모로 뒤숭숭한 시기에 중요한 자리에 앉게 된 성회용 대표는 곧장 까다로운 현안들을 마주할 전망이다. 태광산업은 최근 실적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무려 8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대대적인 체질 개선과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성회용 대표가 주도해야 한다.

태광산업을 향해 거침없는 공세를 펼쳐오고 있는 ‘주주행동’에 대한 대응과 ESG경영 확립 및 강화도 중요한 과제다. 태광산업에 맞서 주주행동을 전개해온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최근 첫 ‘액티브 ETF’를 상장하며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석 달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조만간 적극적인 움직임이 재개될 전망이다. 

태광그룹 측면에서는 이번 인사가 뒤숭숭한 분위기를 수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선 이호진 전 회장에 대한 경찰 수사 진행 및 결과가 중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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