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다시 돌아온 겨울은 농번기에 비해 여유롭지만 여러모로 중요한 시기다. / 청양=박우주
다시 돌아온 겨울은 농번기에 비해 여유롭지만 여러모로 중요한 시기다. / 청양=박우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올해 우리는 11월 중순 쯤 수확을 마쳤다. 다시 돌아온 겨울은 수확철처럼 바쁘고 분주하진 않아도 무척 중요한 시기다. 겨울을 잘 보내야 내년 한 해를 잘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수확을 끝냈다고 해서 곧장 마냥 쉬는 건 아니다. 뒷정리를 잘해놓아야 한다. 첫째로 잡초가 나지 않도록 농작물 사이사이 깔아뒀던 제초매트나 부직포를 걷어야 한다. 그래야 제조매트나 부직포가 눈·비를 맞지 않고, 땅이 눈과 비를 맞으며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 좋아진다. 이때 함께 박아두었던 핀도 하나하나 잘 뽑아 잘 챙겨둬야 한다. 잘 뽑지 않으면 다음해 농사지을 때 걸리적거리고, 잘 챙겨두지 않으면 다시 사야하기 때문이다.

하우스도 예외 없이 걷어준다. 우선, 하우스가 밖보다 더 따뜻하기 때문에 벌레들이 숨어들 공간을 없애는 목적이 있다. 또 하우스 작물에게 적절한 생육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비가 차단된 하우스 내부는 항상 물이 부족해 건조하다. 물을 듬뿍 주지 않으면 하우스 작물에 생육장애가 발생한다. 우리는 맹물이 아닌 미생물 EM이나 아미노산을 섞어서 같이 준다. 특히 겨울철엔 하우스 문을 활짝 열어줘야 한다. 수확할 때는 하루라도 더 수확하기 위해 하우스 문을 낮에는 열고 저녁에는 닫지만, 겨울엔 다 열어서 벌레도 없애고 작물들이 겨울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시골의 겨울나기에 있어서 또 하나 중요한 게 동파 예방이다. 동파가 되면 돈도 들고 몸도 고생한다. 예전 집에선 동파가 돼 주변에 아는 사람 집에서 씻고, 전기장판과 히터를 켜고 잔적도 있다. 새집으로 이사 온 뒤에도 작년에 지하수 모터가 계속 돌아가 살펴보니 집밖의 수전이 동파돼있어 엄청 고생했다. 동파된 곳을 찾아 땅을 파고 해결을 해야 하는데, 땅이 꽝꽝 얼어있어 임시방편으로만 작업을 해두고 영하 10도가 넘는 겨울에 3일에 한 번씩 수리를 했다. 모터를 끄면 집에서 물을 사용할 수 없어 하루하루를 불안함 속에 살아야했다. 그래서 올해 봄에 동파방지용 수전을 사서 수리했다. 

동파는 가정에서의 일상생활에도 큰 불편함을 주지만 농업에 있어서도 큰 문제가 된다. 때문에 관수작업을 해놓은 관이나 모터도 겨울이 되면 전부 분리해 보관해야 한다. 작년에 한 곳을 분리 안하고 밖에 뒀다가 수도관이 5미터 정도 금이 가고 물이 새서 버려야했다. 동파는 미리미리 예방하는 게 돈과 몸과 시간을 아끼는 길이다.

12월 연말은 우리를 돌아보고 중요한 결정을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동안 부족했던 점을 짚어보고. 수지타산도 잘 따져야 한다. 우리는 올해 비가 많이 오고 시설이 노후된 점을 고려해 하우스 보수를 결정했고, 보조사업도 신청했다. 200평 기준으로 하우스 비닐을 교체하는데 약 250만원이 들어가는데 50%를 지원해준다. 

하우스도 하나 더 지으려고 알아보는 중인데, 가격이 너무 비싸 고민이다. 결정을 최대한 빨리해야 한다. 무조건 빨리 짓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인건비와 자제비가 계속해서 오르는 가운데, 신속한 결정과 실행은 비용을 아껴준다.

우리가 판매하는 농산물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도 이 시기에 꼭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다. 다른 곳과 비교하고 수지타산을 맞춰 가격을 올릴지 내릴지 결정해야 한다. 매년 가격이 달라지는데, 다른 곳보다 너무 싸도 문제고 너무 비싸도 문제가 된다. 매년 판매량과 비교해 신중하게 따져보곤 한다. 특히 이번년도부터는 물가가 많이 오르면서 농산물 가격도 다 올랐다. 우리도 5년째 같은 가격으로 판매해왔는데, 가격을 올렸다. 우리는 한 번도 우리 농산물을 일반 농부가 판매하는 가격으로 판적이 없고, 매년 고민하고 통계를 내 결정한다. 이렇게 해야 발전하고 먹고 살 수 있다. 

겨울이면 우리 농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기 위해 분주히 다니곤 한다. / 청양=박우주
겨울이면 우리 농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들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기 위해 분주히 다니곤 한다. / 청양=박우주

겨울엔 재충전도 꼭 해야 한다. 우리는 직장인이 아닌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앞길을 개척해야한다. 그래서 재충전하는 시기인 겨울에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해 그것을 우리의 삶과 사업에 적용시켜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겨울에 큰 농장을 찾아가거나, 박람회를 다녀오거나, 본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간다. 

농부들은 봄·여름·가을이 바쁘다. 연락을 하고, 무언가 배움을 주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겨울에는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 한결 편하다. 이것저것 귀찮게 물어봐도 설명을 잘해주신다. 

특히 우리는 친환경농산물에 관심이 커서 청양군에 있는 친환경 농업자재 공장을 찾아가 그곳 사장님과 이야기도 나누고 새롭게 나오는 농자재가 어떤 게 있는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떤 원리인지 배우곤 한다. 그리고 우리가 유튜브를 하면서 알게 된 대형 농업전문업체를 찾아가거나 문의를 해서 내년에는 어떤 품종이 좋은지 어떤 약이 새롭게 나왔는지도 배운다.

작년에는 제주도를 다녀왔는데, 귤로 만들어진 상품들이 어마어마하고 포장지나 디자인도 너무 훌륭해 배울 점이 많았다. 마음에 드는 상품들은 꼭 당장 우리사업에 적용을 시키지 않더라도 영감을 얻는 차원에서 사서 모아놓거나 사진을 찍어뒀다. 우리가 판매하는 구기자도 차 형태로 많이 끓여먹기 때문에 오설록 티뮤지엄 카페에서 아디이어를 얻어 준비하고 있는 것들도 있다. 

제주도 뿐 아니라 앞으로 갈 곳이 많다. 귀농은 사업이다 발전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마지막으로 겨울에 꼭 해야 하는 것이자, 했으면 하는 것을 말하자면 ‘운동’이다. 농업은 노동이다. 아무리 기계화가 많이 됐다고 해도 사람 손이 안가는 게 없다. 시골 어르신들을 보면 60세 정도 되면 다들 병원을 다니며 치료를 받는다. 특히 허리와 무릎 어깨 세 곳이 가장 큰 문제다. 우리와 가장 가깝게 지내고 주변에서 가장 농사를 많이 하셨던 유선생님 사모님도 최근에 허리와 무릎을 수술하셨다. 그분뿐만 아니라 농사지으시는 분들은 하나같이 다들 어디가 아프시다. 그럴 수밖에 없다. 허리를 숙이면서 일을 하고, 무릎을 쪼그려서 작업하고, 몸 아래로만 어깨를 쓰면서 일을 해서 병이 날 수밖에 없다. 

우리도 처음 귀농한 20대엔 젊음으로 극복했겠지만, 이제는 한해 한해 지날수록 몸이 뻐근하고 체력이 떨어지고 지치는 시간이 빨라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이렇게는 안 될 것 같아 얼마 전부터 헬스장에 등록해 PT를 받고 있다. 3주 정도 했는데, 효과가 좋다. 허리 통증은 사라졌고, 건강해지는 게 느껴진다. 농업에서 노동은 무언가를 들고 반복 동작을 하는 것이 많다. 따라서 무거운 것을 안전하게 들고 반복 동작하는 곳을 스트레칭해주며 단련한다면 건강하게 농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 근육’과 ‘헬스 근육’은 다르다. 경험해보니 노동만 해서 근육을 키우면 그 외에 다른 근육들이 약해진다. 골고루 근육들을 키워야 몸이 덜 아프다. 수확 철에는 시간이 없어서 운동을 못할 수도 있지만, 시간여유가 있을 땐 운동을 적극 추천한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www.youtube.com/channel/UCx2DtLtS29H4t_FvhAa-v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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