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사회는 10만㎢ 남짓의 국토에서 극명하게 다른 문제들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사람들이 너무 밀집한데 따른 각종 도시문제가 넘쳐난다. 반면 지방은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따른 농촌문제가 심각하다. 모두 해결이 쉽지 않은 당면과제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청년들의 귀농이다. 하지만 이 역시 농사는 물론, 여러 사람 사는 문제와 얽혀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시사위크>는 청년 귀농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여기, 그 험로를 걷고 있는 용감한 90년대생 동갑내기 부부의 발자국을 따라 가보자. [편집자주]

귀농을 한 뒤 우리는 다양한 불안함들을 마주해왔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방법들을 강구해오고 있다. /청양=박우주
귀농을 한 뒤 우리는 다양한 불안함들을 마주해왔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방법들을 강구해오고 있다. /청양=박우주

시사위크|청양=박우주  귀농은 누구에게는 환상 같은 이야기, 누구에게는 꿈, 누구에게는 도피처가 될 수 있다. 아무리 준비를 많이 하고 공부를 많이 해도 실제로 경험하고 겪다보면 어려운 점이 너무 많다. 오늘은 내가 귀농을 하고 매년 느껴온 불안함과 어떻게 해결해나갔는지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가장 먼저 느끼는 불안함은 뉴스를 통해서도 많이 나오는 기후변화다. 우리가 귀농을 하고 5년차가 지났는데, 그 사이만해도 기후가 너무 달라진 게 확실히 느껴진다. 매년 블로그나 사진으로 농업 기록을 남기는데, 기록 날짜 차이가 예상을 못할 정도로 많이 나고 있다. 원래는 이전 기록을 기준으로 병충해 대비 시기, 수확 시기, 판매문자 전송 시기 등을 잡곤 하는데, 차이가 커지다보니 어려움이 크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병충해다. 기온이 올라가니까 예상치 못한 벌레들이 생겨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다. 올해는 논에 피해를 주는 ‘혹명나방’이 평년 대비 6배가 증가하는 등 기승을 부려 뉴스에까지 나왔다. 우리도 하우스 주변에 논이 있다 보니 나방이 너무 많이 생겼다. 5년 동안 구기자를 재배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우리는 친환경 약재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걸로는 나방을 죽일 수도 없고 구기자 농장을 지나가면 사방에서 나방이 나와 너무 힘들었다. 앞으로 매년 이렇게 농사를 지을 수는 없기 때문에 나방이 들어 올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게 대책이다. 그래서 우리는 내년에 하우스를 정비하기로 했다. 하우스 정비는 비닐을 다시 씌우는 것을 의미하며, 보조를 받으면 1동 당 100만원 정도가 든다.

또한 기후변화는 농업과 밀접한 두 가지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바로 기온과 강수량이다. 

평소보다 높은 기온이 빨리 찾아와 오래 지속되다보니 농작물의 꽃이 빨리 펴 수확 시기도 앞당겨진다. 올해도 수확을 당초 예상보다 3주 먼저 시작했다. 꽃이 한 번에 펴서 한 번에 열매를 맺어야 일하기 편한데, 꽃이 여러 번에 나눠 피다보니 수확도 굉장히 오래 걸렸다. 그렇다고 생산량이 많은 것도 아니다. 일하는 시간은 늘어났지만, 생산량은 오히려 줄었다. 생육이 올바르지 못해서 떨어지는 꽃들도 많았고 열매의 상태가 좋지 않기도 했다.

올해 이러한 어려움과 문제를 경험했기에 내년에는 하우스 내부 온도를 차광막을 사용해 조절하려고 계획 중이다. 우리는 다행히 하우스 재배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대책을 모색해볼 수 있지만, 노지에서 하는 분들은 피해가 더 컸고 대책 마련도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기후변화는 귀농 후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 불안함 중 하나다. / 청양=박우주
기후변화는 귀농 후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 불안함 중 하나다. / 청양=박우주

우리도 고추를 노지 농사로 짓고 있는데, 내년에는 하우스를 한 동 더 지을 생각을 하고 있다. 올해 노지 고추농사는 평소보다 안 좋았다. 고추는 날이 더우면 좋지만 비가 많이 오면 좋지 않다. 비가 많이 오면 탄저병도 생기고, 약을 칠 수가 없어 벌레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온과 강수량을 인간이 컨트롤 할 수고, 변화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농업은 반드시 하우스를 지어야만 가능할 거 같다. 예전에는 농사는 하늘이 지어준다고 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을 거다. 그러니 귀농을 준비하고 계획 중이라면, 처음부터 하우스 농업으로 시작할 것을 조언한다.

요즘은 스마트팜 시설이 있어서 온도와 물 등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시스템도 있지만, 너무 비싸다. 물론 처음부터 투자를 많이 해서 편하게 하는 방법이 좋을 수도 있지만, 나는 초기비용 부담으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 특히 우리는 농업에 100%를 쏟는 게 아니라 농업에 50%를 쏟고 나머지 50%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복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방법을 찾고 있다. 

수억원대의 비싼 시설은 아니어도, 적당히 저렴한 방법으로 나름 ‘스마트팜’을 구축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는 온도가 높아지면 자동으로 팬이 돌아가 온도를 조금이라도 낮춰주는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또 조금만 더 돈을 투자하면, 비가 올 때 자동으로 하우스 개폐기를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있다. 

또 하나의 큰 불안함은 ‘돈’이다. 어디서나 마찬가지겠지만, 귀농을 하고나서도 가장 중요한건 역시 돈이다. 돈이 안 되면 귀농을 하면 안 된다. 지방에 살면서 농업을 하는 것보다 직장생활이 더 돈이 되거나 모으는 게 많다면 직장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귀농과 귀촌이 어려운 생활이 되면 안 된다는 말이다. 누구보다 행복하고 가치 있고 만족하면서 생활해야한다.

근데 갈수록 돈 벌기가 어려워진다. 경쟁업체들이 많아지고, 심지어 대기업까지 들어와 우리 같은 농가들보다 무조건 저렴하게 판매해서 농가들이 힘들어지고 있다. 어쨌든 이게 경쟁사회다.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가격이든 품질이든, 양이든 남보다 나은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다른 곳보다 가격이 저렴하진 않다. 대신 처음부터 지금까지 품질, 즉 퀄리티로 승부를 하고 있다. 우리가 직접 키우고 수확해 파는 농산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 고객들이 받고서 만족할 수 있게 꼼꼼하게 배송한다. 이렇게 해도 예전보다 판매량이 많이 줄었다. 그래도 우리는 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해 계속 우리의 존재를 알린다. 이게 중요하다. 다른 곳과 다르다는 걸 보여주려면, 일단 사람들이 알고 구매를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홍보는 필수다.

귀농해서도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돈이다. 우리도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 돈을 잘 벌기 위해 애쓰고 있다. /청양=박우주
귀농해서도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돈이다. 우리도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 돈을 잘 벌기 위해 애쓰고 있다. /청양=박우주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사는 게 맞는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함도 있다. 우리 같은 경우, 귀농을 한 뒤 쉬는 날 불안함을 많이 느낀 거 같다. 우리가 이렇게 쉬어도 되나? 사람들은 어떻게 쉬고 있나? 우리가 제대로 하는 게 맞나? 등등 잡생각들이 많이 떠오르곤 했다. 우리는 만나이로 27살에 귀농을 했다. 우리 같은 청년들이라면 쉬는 날을 꼭 만들어서 여행이나 큰 도시를 방문했으면 좋겠다.

해외도 가보고, 도시도 가보고, 다른 지방도 가보고 이곳저곳 다녀보면 느끼는 게 있었다. 극히 일부만 빼고, 결국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는 거다. 정답은 없다. 빡빡한 수도권에서 치열하게 사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그게 정답이고, 한가한 시골에서 보다 여유롭게 사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겐 그게 정답이다. 자신만의 확실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고, 자신의 결정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긍정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나는 도시에 가면 느낀다. 꽉 막힌 도로, 비싼 물가, 많은 인파 등 나는 도시보단 시골에 사는 게 몸과 마음이 훨씬 편하다. 자신이 선택한 곳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서 행복을 찾으면 된다.

귀농을 준비할 때 무엇보다 가장 큰 불안함은 첫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시작이 반이란 말이 있듯, 시작을 잘해야 다음 단계들도 착착 진행될 수 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일을 하게 되는 귀농의 경우 더더욱 시작이 중요하다. 그렇다보니 시작에 대한 부담 또한 더 클 수밖에 없다. 용기와 무모함으로 첫 시작에 나섰던 나도 불안함을 안고 살았다. 

그런데 요즘은 시작을 도와줄 귀농정책 소식들이 더 많이 보인다. 인구감소로 인해 지방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보니 여러 대책과 정책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월세 1만원’ 주택부터 아이를 낳으면 1명당 60만원씩 생후 84개월까지 총 5,040만원을 주는 정책과 주택을 신축할 경우 최대 3,000만원까지 지원해주는 정책도 있다.

수도권을 비롯한 도시에 살아도 나름의 불안함은 있다. 그렇다면, 지방인구 늘리기 차원의 정책과 혜택들을 잘 활용해 지방에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여건과 성향에 맞다면 충분히 귀농에 도전해볼 만하다. 꼭 100% 귀농이 아니더라도 귀농과 지방살이로 제2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것도 좋다. 우리는 아직까지 만족하고, 재밌고, 행복하다.

 

박우주·유지현 부부

 

-1990년생 동갑내기

-2018년 서울생활을 접고 결혼과 동시에 청양군으로 귀농

-현재 고추와 구기자를 재배하며 ‘참동애농원’ 운영 중

blog.naver.com/foreveru2u

-유튜브 청양농부참동TV 운영 중 (구독자수 4만)

www.youtube.com/channel/UCx2DtLtS29H4t_FvhAa-vk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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