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종섭 주호주대사 출국 논란을 고리로 여권을 정조준한 가운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사태를 진화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여권은 이번 문제의 본질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지연에 있다며 국면 전환에 나섰다.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이종섭 주호주대사 출국 논란을 고리로 여권을 정조준한 가운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사태를 진화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여권은 이번 문제의 본질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지연에 있다며 국면 전환에 나섰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대통령실과 여당이 이종섭 주호주대사 출국 논란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공천 파동’으로 주춤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사태를 ‘정권 심판론’의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은 야당의 ‘억지 도피 프레임’이라고 주장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책임론으로 반전을 노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당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가 총선을 앞두고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15일 민주당은 이 대사의 출국과 관련해 총공세에 나섰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열고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이 대사를 해외로 도피시켰다고 주장했다. 송갑석 민주당 의원은 “좌고우면 할 것 없이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비롯해 조태열 외교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직권남용과 범인 도피죄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민주당은 지난 10일 이 대사가 호주로 출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본격적으로 공세의 전열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었던 인물이 돌연 호주대사로 임명된 뒤 출국한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공수처가 이 대사를 ‘출국 금지’ 대상으로 지정했으나 법무부가 이를 해제했다는 점은 야당의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핵심 피의자를 도피시켜 대통령실로 수사가 연결되지 않도록 수사를 방해한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민주당이 이 대사의 출국 문제를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데는 총선 국면에서 ‘정권 심판론’을 강화하기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공천 파동 등으로 흔들렸던 지지율이 상승세로 접어들었다는 점은 자신감을 높이는 요인이 됐다. 한병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주까지 불리했던 여론 지형이 이번 주 들어서 회복세로 뚜렷이 전환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범죄은폐 게이트에 정권 심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고 했다. 

◇ 여권, ‘공수처 책임론’으로 국면전환

정부·여당은 이러한 야당의 공세가 억지 프레임이라고 보고 있다. 이 대사를 임명한 것은 업무 적합성 때문이었으며, 이 대사가 언제든 조사에 응하겠다고 밝힌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공식 홈페이지에 ‘사실은 이렇습니다’를 통해 “재외공관장은 일정이 모두 공개되며 숨 가쁘게 업무를 진행하는 공적인 직위”라며 “수사를 회피하거나 도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도 전날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서 “차라리 서울 어딘가 핸드폰을 끄고 조용히 있으면 훨씬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권은 오히려 이 사태의 원인을 공수처의 책임으로 돌리며 국면 전환에 나선 모습이다. 지난해 9월 고발 이후 공수처가 지금껏 사건을 조사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6개월 동안 불러서 소환 조사를 충분히 할 수 있었는데 해놓지 않고선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서 출국했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장 실장도 전날 방송에서 “야당이 정말 수사나 조사에 진심이라면 6~7개월 동안 아예 조사하지 않은 공수처부터 문제 삼아야 한다”고 했다.

한발 더 나아가 여권은 총선을 앞둔 ‘정치 공작’ 가능성까지 꺼내 들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 '야당과 공수처 좌파 언론이 유착한 정치 공작’이라는 언급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여당도 이에 보조를 맞췄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수사기관만 알 수 있는 통화 내역과 출금 사실 등이 언론에 유출돼 특정 언론이 악의적으로 보도하고 야당이 이를 받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며 “공수처가 의도적으로 수사 기밀을 흘리고 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범죄일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뒤흔드는 선거 개입”이라고 했다.

정부·여당이 야당의 공세에 적극 대응하고 있지만, 정작 당 내부에선 불안한 기류가 역력하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총선 국면에서 이번 논란이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낸 원희룡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여당 지지자 중에도 걱정하는 분들을 현장에서 꽤 접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원 위원장은 “총선이라는 게 결국 민심의 선택을 받는 그런 상황이 아니겠나”라며 “이 부분에 대해 당 지도부나 정부에서도 잘 신중하게 검토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