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김택진 엔씨 대표(왼쪽)와 박병무 공동대표 내정자는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동대표 체제와 사업 전략을 공유했다. / 유튜브 화면 캡처
20일 김택진 엔씨 대표(왼쪽)와 박병무 공동대표 내정자는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동대표 체제와 사업 전략을 공유했다. / 유튜브 화면 캡처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엔씨소프트가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박병무 신임 공동대표 내정자는 엔씨의 경영 효율화와 함께 미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임무를 맡았다. 실적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가 시급한 엔씨가 공동대표 체제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지 관심이 집중된다. 

◇ 김택진, 게임 경쟁력 강화… 박병무, 경영 효율화

엔씨 창사 이후 김택진 대표 외의 인물이 대표로 등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엔씨는 지난해 게임 매출이 부진하고 최근 주가는 하락세다. 글로벌 게임시장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공동대표 체제를 구축했다는 것이 엔씨 측의 설명이다. 박병무 공동대표 내정자는 오는 28일 주주총회를 거쳐 취임할 예정이다.

20일 김택진 엔씨 대표와 박병무 공동대표 내정자는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동대표 체제와 사업 전략을 공유했다.

공동대표 체제에 대해 김 대표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경영 내실 다지기라는 양축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체제”라며 “(박병무 내정자가) 경영 내실을 다지는 한편 제가 회사의 코어 게임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 내정자는 “엔씨가 게임 개발과 사업을 강화하는 데 원팀으로 내부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박 내정자는 △핵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경영 효율 강화 △모든 구성원이 정확하게 상황을 인지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시스템 구축 △경험의 내재화를 바탕으로 한 세계화 기반 구축 △IP 확보 및 신성장 동력을 위한 투자와 M&A 추진 등 4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경영 효율에 대해 박 내정자는 “효과적인 방향으로 지속 진행될 것”이라며 야구단 매각에 대해 “주주들로부터 야구단 운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엔씨가 콘텐츠 기업으로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고려해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는 “단순히 재무적으로 효율화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지만 기업의 핵심 역량을 훼손해 장기적인 경쟁력을 흔들 수 있다”고도 했다.

박 내정자가 M&A(인수합병) 전문가인 만큼 엔씨의 투자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박 내정자는 △IP 확보를 위한 국내 게임사 투자 및 M&A △신규 성장 동력 M&A 등 두 가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엔씨는 비게임 분야도 M&A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지만 박 내정자는 게임사 투자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엔씨의 M&A는 ‘사업적 시너지’, ‘미래 성장 동력’, ‘재무적 도움’ 등 세 가지 관점으로 진행된다. 박 내정자는 “경험상 잠재 후보가 100여개라면 3~4개가 M&A가 돼야 성공하게 된다”며 “세 가지 관점을 모두 충족하는 대상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내부 TF를 구성해 치열하게 잠재 회사에 대한 검토 및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 “주주가치 제고 핵심, 글로벌 게임 경쟁력 입증”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대한 질문에 박 내정자는 “엔씨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기업의 실적 개선 또는 M&A를 통한 기업 가치 증대”라고 답했다. 그는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이나 배당 정책은 단기적인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박 내정자는 “자사주는 M&A를 추진하는 데에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며 “자사주는 소각보다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주가치 제고의 핵심은 글로벌 게임 경쟁력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씨는 기존 IP 기반 게임과 함께 MMO슈팅, MMO샌드박스, MMORTS 등 다양한 장르 게임을 개발하는 중이다. 김 대표는 “올해 난투형 대전 액션 ‘배틀크러쉬’, 수집형 RPG ‘프로젝트 BSS’를 글로벌 출시한다”며 “MMORPG ‘아이온2’도 완성도를 높이도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출시 예정인 ‘배틀크러쉬’와 ‘프로젝트 BSS’는 지난해 게임축제 ‘지스타 2023’에 전시된 바 있다. ‘배틀크러쉬’는 오는 21일부터 29일까지 한국을 포함한 97개국에서 CBT가 진행된다. ‘프로젝트 BSS’는 상반기에 사내 테스트와 외부 공개 행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올해 엔씨는 ‘THRONE AND LIBERTY’의 글로벌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최근 엔씨는 ‘블레이드 & 소울 2’에 대한 중국 외자판호(서비스허가권)가 발급돼 중국 출시 기회를 얻었다. 김택진 대표는 “‘블레이드 & 소울 2’는 중국 현지 퍼블리셔와 함께 수년간 중국 시장에서 테스트했다”며 “중국 대형 게임 퍼블리셔들과의 협력이 올해부터 활발해질 것이다. 다른 게임들도 중국 판호 발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엔씨는 AI 기술을 게임 제작에 도입해 비용 효율화를 이루고 제작 기간을 단축할 방침이다. 김 대표는 “앞으로는 많은 인원에 의한 제작보다 창의성이 뛰어난 작은 팀들의 역량이 훨씬 큰 시대가 된다”며 “생성형 AI 바르코 스튜디오를 사내 출시해 게임 개발 과정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박 내정자는 엔씨의 대표 IP인 ‘리니지’를 모방하는 게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 내정자는 “개발자들이 혼을 넣어서 만든 게임을 카피하는 것은 게임 개발자들의 의욕을 상실시키고 게임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며 “모든 리니지 라이크 게임에 대해 소송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법적인 권리 침해가 명백하면서도 카피의 정도가 지나치다고 판단한 게임을 대상으로 법적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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