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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르탄 사태’ 구상권] 건보공단 vs 제약업계, 갈등 점입가경
[‘발사르탄 사태’ 구상권] 건보공단 vs 제약업계, 갈등 점입가경
  • 제갈민 기자
  • 승인 2019.10.16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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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일방적 구상금 요구… 이의신청 대상도 아니라 제약업계 ‘눈치’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고혈압 약 발사르탄 사태와 관련한 건강보험 추가 지출 손실금에 대한 책임을 국내 제약사들에게 묻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발사르탄 사태와 관련한 건강보험 추가 지출 손실금에 대한 책임을 국내 제약사들에게 묻고 나섰다. 이번 사태와 엮인 국내 69개 제약사가 건강보험 손실금을 메워야할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다수의 제약사는 억울한 면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구상금 납부를 하지 않고 있다. 이에 건보공단은 구상금 납부 독촉 고지를 하고 최종 미납 제약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건보공단과 제약사는 갑과 을의 관계로 볼 수 있는데, 건보공단이 지위를 이용해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 건보 “발사르탄 사태 손실금 내라” vs 제약업계 “위법행위 없는데 책임 전가”

이 사태는 지난해 7월 발발됐다. 당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약품청(EMA) 등 주요 정부기관들은 발사르탄에서 발암추정물질인 ‘N-니트로소다이메틸아민(NDMA)’이 검출됐다고 밝혀 논란이 확산됐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도 FDA, EMA 등 발표 후 조사에 나섰고 69개 제약사의 고혈압 약에서 NDMA가 검출돼 총 175개 품목에 대해 판매중지 처분을 내렸다.

이와 관련 지난 1일 건보공단은 69개 제약사 측에 구상금 고지서를 발송하고 10일까지 납부를 통보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발사르탄 사태 당시 환자들의 기존 처방 가운데 잔여기간 약제 교체에 소요된 비용을 제약사로부터 환수하겠다는 결정에 따라 이뤄졌다. 69개 제약사에 청구된 구상금의 총액은 20억3,000만원에 달하며 이 중 6곳은 구상금 규모가 1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다수의 제약사는 구상금 청구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기준에 맞는 원료를 사용하고 제조 공정에도 위법행위가 없는 가운데 빚어진 불가항력적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구상금은 이의신청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점을 지적하면서 제약사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묻지마식’ 청구는 ‘갑질’로 비쳐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건보공단은 제약사의 주장엔 아랑곳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구상금 납부 독촉 고지를 할 예정이고, 그럼에도 납부하지 않을 시엔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제약사 관계자는 “해당 약품을 허가해준 곳이 식약처인데 그렇다면 식약처도 책임이 있지 않은가”라며 “그럼에도 손해보상금을 구상금 청구라는 방식으로 100% 제약사 측에 떠넘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제약사들은 이러한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구상금 미납’이라는 행동으로 표출하면서 소극적인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며 “건보공단이 소를 제기한다면 이 문제와 엮여있는 제약사 모두가 공동 피고가 되니 그때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식약처와 건보공단 등이 규제기관인 만큼 척을 지면서까지 선제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어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이다. 현재 30여개 이상 제약사가 구상금을 납부할 수 없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향후 건보공단의 움직임에 따라 법무법인을 선임해 대응하는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형 법무법인 4곳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문제의 발암가능물질 NDMA에 대해 애초에 발사르탄 원료에서 규격기준이 없는 유해물질이며 정부와 제약업체 모두 발사르탄 원료에서 NDMA 검출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하면서 제약사들의 소송을 적극 독려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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