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첨예한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시사위크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첨예한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이번엔 SK이노베이션이 반격의 칼을 꺼내들었다. 최근 국감에서도 이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는 등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양측은 한 걸음도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2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LG화학의 무분별한 소송에 다시 한 번 강력 대응한다”며 “과거 소송전의 결과로 맺었던 합의를 파기한 책임을 물어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이 이번에 제기한 소송은 LG화학이 지난달 말 제기한 2차 소송에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2차 소송 제기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엄정하고 강력한 대응을 강조한 바 있으며, 이번 소송 제기를 통해 실행에 옮겼다.

이로써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갈등은 맞소송전으로 점철되며 점입가경으로 흘러가게 됐다.

이들이 갈등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부터다. 앞서 일부 직원들의 이직과 관련해 소송을 제기해 올해 초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은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 측에  핵심인력 채용 관련 협조 공문을 보냈다. 뒤이어 4월 말에는 SK이노베이션이 2차 전지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ITC 및 델라웨어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첨예한 주장과 반박을 이어갔고, 맞소송전도 이어졌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한국 법원에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및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9월 초엔 미국에서 LG화학과 LG전자에 대해 배터리 관련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LG화학은 지난달 말 미국에서 특허 침해 관련 추가 소송을 제기하며 맞대응에 나섰고, SK이노베이션 역시 이번 추가 소송을 통해 재차 응수했다.

이 과정에서 양사의 경영진이 지난달 중순 전격 회동을 갖기도 했지만,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했을 뿐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양측의 첨예한 갈등 및 소송전의 핵심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직원들을 통해 조직적인 핵심기술 유출이 있었는지 여부다. LG화학은 이직한 직원들을 통한 핵심기술 유출의 확실한 증거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사실무근이라며 오히려 직원들이 왜 이직을 하는지 LG화학 스스로 성찰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두 번째는 특허침해 소송에 포함된 특허가 과거 양사의 합의사안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2011년에도 특허침해와 관련해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 당시에도 먼저 소송을 제기한 것은 LG화학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양사가 합의안을 도출하며 일단락 됐다. SK이노베이션은 해당 특허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한 당시 합의내용을 LG화학이 깨트렸다는 입장이다. 반면 LG화학은 당시 합의안에 포함된 특허와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특허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이 한발짝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갈등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재계 3·4위에 해당하는 국내 기업끼리의 갈등이 국가 차원의 산업경쟁력 강화를 저해할 뿐 아니라, 대외 신인도 등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다.

지난 1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제기됐다. 이종구 산자위원장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서로 싸우고 소송하는데, 이걸 그냥 방치하면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성윤모 장관은 “어느 시점에 어떠한 역할을 진행할지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 모두에게 민감한 사안이고, 현 시점에 합의점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며 “그룹 차원의 극적인 타결이나 정부 차원의 개입 등 반전을 기대해볼 수밖에 없는데, 이 역시 여러 문제로 인해 당분간 현실화 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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