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4 14:36
‘준법경영’ 요구에 답 내놓은 삼성
‘준법경영’ 요구에 답 내놓은 삼성
  • 서예진 기자
  • 승인 2020.01.03 17: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룹 전반 감시하는 독립기구 ‘준법감시위’ 구성… 파기환송심 재판장 요구 이행 취지
/뉴시스
삼성그룹이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고 위원장에 대법관 출신 김지형 변호사(사진)을 내정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삼성그룹이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고 위원장에 대법관 출신 김지형 변호사(법무법인 지평)을 내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주문한 ‘준법경영 강화방안’의 일환으로 보인다. 

삼성은 내부 준법경영 강화를 위해 준법감시위원회 구성을 준비하고 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김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고, 삼성 외부 인원을 중심으로 10여명 안팎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대법관은 법조계 내에서 ‘진보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2005~2011년 대법관을 지내며 동료 대법관들과 함께 진보 성향의 의견을 주로 내 ‘독수리 5형제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노동법 전문가로 유명한 김 전 대법관은 2011년 퇴임후 공익적 성격의 대외 활동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지난 2016년에는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장을, 2018년에는 ‘김용균 씨 사망 사고’ 관련 진상규명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또 삼성전자 반도체질환 조정위원장을 맡아 매끄러운 마무리를 지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는 2009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 대법원 2부 주심으로 참여해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김 전 대법관은 지난 2일 위원장 내정 보도가 나오자 “워낙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사안이고 모든 것이 확정된 상태에서 제대로 준비해 말씀드리는 것이 더 도리에 맞을 듯하다”면서 오는 9일 간담회를 열고 위원장 수락의 배경, 향후 위원회 구성과 운영방향 등에 대해 밝히기로 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법무팀에는 기업 내부의 준법경영을 위한 ‘준법지원인’ 제도가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준법감시위원회’는 각 계열사가 아닌 삼성그룹 전반을 살피는 기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어느 급으로 둘지는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신설하는 준법감시위원회에 그룹 차원의 ‘준법 경영’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면, 별도 직제로 편제해 독립성을 보장하고 객관적 의견을 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그렇다면 삼성이 이같이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재계는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부 정준영 부장판사가 지난해 10월 첫 공판에서 이 부회장과 삼성에게 ▲과감한 혁신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 ▲재벌체제 폐해 시정 등 3가지를 주문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부장판사는 이 자리에서 기업 총수의 비리 행위도 감시할 수 있는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지난해 12월 3차 공판에서는 “정치 권력으로부터 또 다시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응하지 않을 그룹 차원의 답”을 4차 공판이 열리는 이달 17일가지 가져오라고 요구했다.

또 최근 삼성 계열사 임원들이 법원에서 줄줄이 유죄를 받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준법경영’을 위한 숙제를 준비하던 와중 지난달 이상훈 이사회 의장, 강경훈 부사장이 ‘노조 와해’ 혐의로 법정 구속된 바 있다. 

결국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구성은 재판부의 주문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형량 줄이기’를 위한 임시방편으로 ‘준법경영’ 숙제를 내세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다만 이는 준법감시위원회가 그룹 내에서 정확히 어떤 위상을 차지하고, 실질적인 감시 권한이 주어지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일 경기 화성사업장 내에 있는 반도체연구소를 찾아 “과거의 실적이 미래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며 “역사는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잘못된 관행과 사고는 과감히 폐기하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 나가자”고 강조한 바 있다. 준법감시위원회가 이 부회장의 어떤 의지를 담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관련기사

해당 박스는 '광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