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21일부터 지하철 1~8호선 운행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민주노총 서울교통공사노조 승무노동자들이 서울특별시청 앞에서 열린 수도권지하철 운행중단 사태 서울시 해결촉구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는 모습./뉴시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21일부터 지하철 1~8호선 운행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민주노총 서울교통공사노조 승무노동자들이 서울특별시청 앞에서 열린 수도권지하철 운행중단 사태 서울시 해결촉구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는 모습./뉴시스

시사위크=서종규 기자  서울교통공사에 연초부터 파업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승무시간 연장과 관련해 노사 간 극심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잠정수용해 갈등이 해결 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승무시간 연장에 대한 사측의 의지가 여전한 만큼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 4시간 30분→4시간 42분… 극명한 입장 차

2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 노조(이하 노조)는 오는 21일 새벽 4시부터 지하철 1~8호선의 운행을 거부할 예정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지난해 11월 18일자로 기존 평균 4시간 30분이었던 기관사들의 운행시간을 4시간 42분으로 늘린 것에 대해 전면 파업을 예고한 것이다.

노조는 앞서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서울교통공사의 기관사 운전시간 변경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노동시간 개악이라며 21일부터 열차운전업무 지시를 거부하는 합법적 권리행사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조는 인력 부족 문제를 인력 확충이 아닌 근무 시간 연장으로 해결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당시 노조는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 가까이 불법과 위법으로 점철된 서울교통공사의 일방적인 승무원 노동시간연장 철회와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투쟁을 해왔다”며 “지하철 승무원들의 노동시간을 원래대로 돌려놓고 부당한 업무지시를 철회하기를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울교통공사 측은 1~4호선의 경우 기관사 평균운전시간은 노사간 합의가 이뤄진 사안이고, 5~8호선의 경우에는 취업규칙에 명시돼 있다고 반박했다. 1~4호선의 경우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던 당시인 2000년, 노사간 협의로 평균 운행시간을 4시간 42분으로 정했고, 5~8호선을 운영하던 서울도시철도는 당초 취업규칙으로 기관사들의 평균 운행시간을 4시간 42분으로 정했던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기관사 충원이 이뤄지지 않아 업무강도가 증가한 것에 대한 자구책이라고도 설명했다. 사기업과는 달리 공기업의 특성 상 인력 충원이 다소 제한적이고, 이에 기존 기관사들의 평균 운행시간을 늘려 기관사들의 휴일 근무 등을 지양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1~4호선의 경우 2000년 합의를 통해 4시간 42분으로 기관사들의 평균 운행시간을 정했다“며 ”하지만 이후에도 1~4호선 기관사들은 통상 4시간 42분보다 적은 시간을 운행해왔고, 기관사 충원이 이뤄지지 않아 기관사들의 휴일 근무 등이 이뤄짐에 따라 기존 합의 사안을 기반으로 실제 운행시간을 늘린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21일 전면 운행 거부를 선언했다. 사진은 2호선 열차에서 촬영한 노조의 성명 사진./사진=서종규 기자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21일 전면 운행 거부를 선언했다. 사진은 2호선 열차에서 촬영한 노조의 성명 전단./사진=서종규 기자

◇ 공사, 노조 요구 잠정수용… 노조 ”파업 철회 결정 안돼“

공사 측의 해명에도 노조는 전면 운행중단을 표명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기존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제기했던 20일 이후인 21일 첫 차부터 운행거부 등 행동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20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일부터 부당한 업무지시를 거부하며 기관사가 열차 운전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루 1,000만명에 달하는 이용객이 있는 수도권 지하철 운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면 출퇴근 시간의 대란이 예상된다“며 ”지하철 운행중단이 현실화됐을 때 시민불편을 야기한 책임에서 서울시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공사 내 본사 근무자를 제외한 승무직종 인원은 3,250명으로, 이 중 노조 조합원은 2,830명이다. 노조 조합원 전체가 파업에 참여할 경우 전체 승무직종 인원 중 87%가 파업에 가담하는 셈이다.

이에 서울교통공사 측은 노조 측의 주장을 잠정수용하기로 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시민들의 불편을 묵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잠정수용일 뿐 향후 노조와 운행시간 확대에 대한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설 명절을 앞두고, 승객들의 불편을 외면하기에 무리가 따른다는 판단 하에 노조의 요구를 잠정수용키로 했다“며 ”하지만 사측은 여전히 운행시간을 늘려 근무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에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명절 후 노조 측과 이와 관련한 대화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의 잠정수용을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 운행시간 관련해 노사 협의서 등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파업 철회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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