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 할머니가지난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인터불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이 8년 전인 지난 2012년 제19대 총선 출마를 선언한 이용수 할머니를 강하게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이 할머니가 정의연의 회계 문제 등을 지적하며 ‘윤미향 사태’를 촉발시킨 것은 자신의 국회의원 출마를 막아선 윤 당선인이 정작 본인이 국회에 진출해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는 정의연의 회계 부정 문제, 윤 당선인의 기부금 유용 의혹 등이 제기된 상황에서 이번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7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이 할머니와 윤 당선인의 2012년 3월 8일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이 할머니에게 “국회의원을 안 해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출마를 만류했다.

윤 당선인은 이 할머니에게 ‘총선 출마를 다른 위안부 할머니들이 싫어한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고, 이 할머니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죽어야 한다. 죽어가는 사람들이 안타깝다”면서 “국회의원이 되면 월급은 다 좋은 일에 할 것”이라고 출마 의지를 나타냈다.

이후 이 할머니는 그해 3월 14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서 민주통합당(현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국회에 진출해 직접 정부와 일본을 압박하는 것이 살아 있는 동안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 할머니는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으나 후보 명단 40명 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장이었던 안병욱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은 한 언론을 통해 “당시 이 할머니가 비례 신청서를 낸 것이 기억난다”며 “국회의원은 국정 전반을 보고 운영해야 하는 자리다. 당시 특별한 사정만으로 비례대표 자리를 배려할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27일 민주당 당선인 워크숍에서 기자들과 만나 “할머니의 분노는 ‘내가 정치를 하고 싶었는데 나를 못 하게 하고 네가 하느냐, 이 배신자야’로 요약할 수 있다”며 “(윤 당선인이) 할머니의 분노를 유발한 것이 동기”라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다른 할머니들은 윤 당선인이 국회의원이 되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데 좋다고 하는데, 이분은 특이하게 배신을 프레임으로 잡았다”며 “윤 당선인이 관두기 전에는 해결이 안 된다. 다른 분들은 정치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이용수 할머니에 호응하지 않는 것”이라며 윤 당선인을 옹호했다.

최창렬 용인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는 이날 YTN에 출연해 우상호 의원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굳이 그 문제를 제기하는 건 썩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그게 설령 팩트라고 하더라도 이용수 할머니가 8년 전에 그게 아주 사무쳐서 ‘너는 네 할 거 다 하고, 나는 못 하게 했어?’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지난 7일 기자회견을 봐도 그렇고 25일 기자회견만 봐도 그렇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감정의 산물로 한 기자회견이 아니다. 그렇게 가면 이용수 할머니가 제기했던 여러 문제들이 다 묻혀버린다”며 “대단히 위험한 프레임들이다. 이 사태의 본질을 정말 호도하고 훼손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대학 교수도 같은 방송에서 “할머니를 두 번, 세 번, 네 번 죽이는 것이다. 이런 식의 접근방법은 정말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고 부당한 것”이라며 “그동안 말만 열면 도덕 찾고 정의 찾고 윤리 찾았던 사람들이 궁지에 몰리면 어떤 한 사람을 프레임을 가지고 몰고 들어가려고 한다는 건 그게 바로 적폐고 반드시 청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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