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한국시장에서의 퇴장을 발표한 한국닛산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전범기업’ 논란에 대해선 끝까지 입을 닫을 전망이다. 이미 고객들의 불만과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마지막까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게 됐다.
한국닛산은 지난달 28일 한국시장에서의 철수를 공식 발표했다. 오는 12월을 기해 한국시장에서의 영업을 종료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 올해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어온 한국닛산은 앞서 수차례 철수설에 휩싸인 바 있었다. 그때마다 한국닛산은 한국시장에서의 사업 지속 의지를 보였으나, 최근 국내 전시장이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철수설이 재차 고개를 들었다. 결국 한국닛산은 공식 철수 발표를 통해 한국시장과 이별을 고하게 됐다.
한국닛산은 “한국시장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내외적인 사업 환경 변화로 인해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며 “본사는 한국시장에서 다시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를 갖추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한국닛산 고객들은 불만과 우려를 표출하고 있다. 철수 발표와 함께 중고차 가격 하락 등 실질적 피해를 입게 됐을 뿐 아니라, 향후 A/S 문제 등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닛산은 한국시장에서의 영업 종료 이후에도 국내 법규에 의거해 2028년까지 8년간 품질보증과 A/S를 지속 제공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밝히지 않은 상태다.
전범기업 논란에 대해 끝까지 침묵을 지킨 것 역시 씁쓸한 뒷맛을 남길 전망이다. 한국닛산은 일본차 브랜드의 일원으로 일본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면치 못했다. 특히 닛산은 단순히 일본차 브랜드일 뿐 아니라, 전범기업이란 지적까지 받았다. 전투기 등 군수물자를 생산·제공하고, 강제징용까지 저지른 타치가와비행기 및 일본국제항공공업이 닛산의 전신이란 지적이었다.
하지만 한국닛산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줄곧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킨 것이다. 오히려 “정치적인 질문엔 답변할 수 없다”며 전범기업 관련 논란을 ‘정치적 사안’으로 규정했다.
한국닛산의 이러한 기조는 한국시장에서의 철수를 전격 발표할 때까지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사과나 반성은커녕 최소한의 인정조차 끝내 하지 않은 채 한국시장을 떠나게 됐다. 한국닛산의 초라한 뒷모습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격언을 떠올리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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