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복귀를 추진 중인 강정호의 운명은 결국 키움증권이 결정하게 될 전망이다. /뉴시스
국내복귀를 추진 중인 강정호의 운명은 결국 키움증권이 결정하게 될 전망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야구선수 강정호가 국내 복귀를 본격 추진 중인 가운데, 사실상 키를 쥐고 있는 키움증권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상황 속에 강정호가 키움증권 품에 안기게 될지, 이대로 선수생활을 마감하게 될지 주목된다.

◇ 음주운전으로 추락한 메이저리거 강정호

강정호는 한국 야구가 배출한 최고 선수 중 하나다. 뛰어난 수비력에 강력한 공격력까지 겸비한 그는 KBO리그를 평정한 뒤 2015년 메이저리그로 진출해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성공한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대표주자일 뿐 아니라,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최초의 야수 및 타자이자 유일하게 성공한 사례로 남아있다.

하지만 강정호의 화려한 선수생활과 이력은 음주운전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메이저리그 2년차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있던 2016년 12월 음주운전 사고를 낸 것이다.

심지어 강정호는 이미 두 차례나 음주운전에 적발된 바 있어 ‘삼진아웃’ 적용 대상인 것으로 나타났고, 거센 후폭풍을 마주해야 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을 뿐 아니라, 선수인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검찰의 약식기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정식 재판에 회부하면서, 강정호는 당장 2017시즌 정상 복귀가 어려워졌다. 이후 상황은 더 악화됐다. 1심과 2심에서 징역형(8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서, 이에 따른 비자문제로 메이저리그 복귀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결국 강정호는 2018년 4월에 이르러서야 비자문제를 해결한 뒤 미국으로 향할 수 있었고, 그해 9월 말 복귀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2년여에 달하는 공백 기간을 극복하기 쉽지 않았고, 부진을 거듭한 끝에 지난해 방출됐다. 이후 새로운 팀을 찾아 나섰으나 그의 손을 잡은 팀은 없었고, 코로나19 사태로 메이저리그가 멈춰서면서 더 이상의 기다림과 도전은 의미가 없게 됐다.

이처럼 야구선수로서 갈 길을 잃은 강정호는 최근 국내복귀를 추진 중이다. 국내복귀를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징계 절차에 착수해 KBO에 상벌위원회를 요청했고, 유기실격 1년과 봉사활동 300시간의 징계를 확정 받았다. 강화된 음주운전 관련 징계규정이 시점상의 문제로 인해 강정호에겐 적용되지 않았다.

KBO의 결정을 놓고 솜방망이 징계라는 거센 비판이 제기된 가운데, 강정호는 이달 초 귀국해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한층 본격적으로 국내복귀를 추진하고 있다. 오는 23일엔 기자회견까지 예고한 상태다.

강정호가 싸늘한 여론을 무릅쓴 채 국내복귀를 추진하고, KBO가 유기실격 1년의 징계를 내리면서 이제 공은 키움증권에게 넘어가게 됐다.

강정호는 미국 진출 당시 FA가 아닌 포스팅 시스템을 통했다. 때문에 전 소속구단인 키움 히어로즈(구 넥센 히어로즈)가 강정호에 대한 보류권을 쥐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와 계약을 맺고 복귀하거나, 키움 히어로즈의 임의탈퇴 말소 조치 이후 다른 구단과 계약을 맺어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키움 히어로즈의 선택과 결정, 조치가 있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키움 히어로즈 앞에 놓인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강정호와 계약을 맺고 복귀시키는 것이다. 팀 전력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싸늘한 여론이 부담이다.

두 번째는 임의탈퇴 말소 조치를 통해 강정호를 포기하고 관계를 정리하는 한편, 그에게 공을 넘기는 것이다. 이 경우 강정호는 어떠한 이적료나 보상 없이 나머지 9개 구단으로 자유롭게 이적 가능하다. 상당한 부담을 안고 그를 영입할 구단이 나올지 미지수지만 말이다. 다만 만약 그런 구단이 나오고 강정호가 복귀해 좋은 활약을 펼칠 경우, 키움 히어로즈가 씁쓸한 뒷맛을 남기게 될 전망이다.

세 번째는 키움 히어로즈 차원에서 강정호의 복귀를 차단하는 것이다. 임의탈퇴 말소 조치를 하지 않은 채 두거나, 사실상 복귀가 불가능한 수준의 구단 자체 징계를 내리는 방법 등이 있다. 과거 구단소속으로 두 차례나 음주운전을 한 전력이 드러난 만큼 책임 있는 조치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한 선수의 선수생명을 가로막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 또한 부담이 적지 않다.

키움증권은 여러 논란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2018년 11월 서울 히어로즈 야구단과 메인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 /뉴시스
키움증권은 여러 논란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2018년 11월 서울 히어로즈 야구단과 메인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했다. /뉴시스

◇ 강정호 복귀 여부, 결국은 키움증권에 달려

이처럼 키움 히어로즈가 민감하고 중대한 결정을 앞두게 된 가운데, 야구계에선 결국 키움증권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 지난해 <엠스플뉴스>는 키움증권이 히어로즈 야구단 운영에 깊숙이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이 계약서에 명시돼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키움증권은 명확하지 않은 내용이며, 야구단 운영에 개입 또는 관여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사안의 경우 사회적으로 논란이 상당하다는 측면에서 히어로즈 야구단과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일차적으로는 히어로즈 야구단에서 판단하겠지만, 결국 최종 결정은 키움증권에 달려있다”며 “히어로즈 야구단이 강정호의 복귀를 결정하더라도, 키움증권이 여론 등을 감안해 반대할 경우 무산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키움증권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히어로즈 야구단과 손을 잡았을 때처럼 ‘실리’를 취할지, 기업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결단’을 내릴지 이목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키움증권은 2018년 11월 서울 히어로즈 야구단과 메인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부터 프로야구 무대에 발을 들였다. 당시 히어로즈 야구단은 전 구단주 및 경영진의 비리와 구단 운영상의 각종 난맥상이 드러나고 뒷돈 트레이드 적발, 핵심선수의 성폭행 혐의 등이 더해지면서 프로야구계의 ‘문제아’로 전락한 상태였다. 이로 인해 전 메인 스폰서였던 넥센타이어와 불화를 노출하기도 했다.

키움증권은 이 같은 각종 논란 및 우려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히어로즈 야구단과 손을 잡았다. 히어로즈 야구단이 지닌 부정적 이미지와 여러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프로야구 마케팅 효과를 더 주목한 것이었다. 국내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이자 봄부터 가을까지 거의 매일 경기가 치러지는 프로야구는 인지도 향상 등 마케팅 효과가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렇게 프로야구계에 발을 들인 이후 키움증권의 프로야구 마케팅은 줄곧 롤러코스터를 탔다. 새로 선임한 단장이 논란 속에 곧장 물러나고, 옥중경영 논란이 꼬리를 무는 등 불미스런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으나, 다른 한편으론 첫해부터 한국시리즈에 진출에 성공하며 최고의 마케팅 성과를 남기기도 했다.

야구계 관계자는 “히어로즈 야구단과 키움증권 모두 강정호의 기자회견 내용 및 이후 여론 추이를 살펴본 뒤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복귀가 간절하다면 사태를 초래한 강정호 본인이 성난 여론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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