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24일 퇴임 기자회견을 열었다. 선거제 개혁 실패에서부터 총선 실패까지의 아쉬움이 엿보였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4일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14개월간 당 대표로서의 소회를 밝혔다. 정의당 3기 당 대표 시절엔 ‘대중정당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선거제 개혁 좌초부터 총선 참패 등으로 아쉬움이 짙었다.

심 대표는 이날 “솔직하게 말씀드려 그동안 높은 산 정상에 홀로 서 있는 사람이라고 느낄 때가 많았다”며 “책임져야 할 무게도 가볍지 않았다. 이제는 그 짐을  동료들과 나눠 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 선거제 개혁 실패와 총선 참패

지난 4‧15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은 ‘선거제 개혁’에 당력을 쏟았다. 심 대표는 당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거제 개혁을 주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거대 양당의 ‘비례 위성 정당’으로 그 뜻은 물거품이 됐다. 

이에 대해 심 대표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저는 기득권 양당체제를 혁파하겠다고 약속을 드리며 당 대표가 되었다”며 “그러나 혼신의 힘을 쏟아부어 이뤄낸 개정선거법은 실현되지 못했다. 개혁 공조로 천신만고 끝에 일군 제도적 성과가 기득권 공조에 의해 유린된 과정은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뼈아픈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총선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를 거둔 데 대해서도 사과했다. 심 대표는 “재난의 시대, 불평등의 시대에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희망을 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며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이 더 필요했는지 깊이 성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총선 결과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보내주신 9.67% 지지율의 의미는 남다르다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의 애정을 담은 지지가 총선실패나 작은 의석수에 가려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승리를 이루었을 때는 모든 것이 기적처럼 느껴졌지만, 돌아보면 기적은 어디에도 없었다″라며 ″매번 큰 패배와 수렁의 깊이를 느낀 후에 승리는 서서히 다가왔다. 진보정치 20년이 저에게 준 교훈”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시 한번 신발 끈 조여 매고 초심으로 돌아가 정치개혁의 길로 나설 것″이라며 ″낡은 양당체제를 극복하고 재난의 시대를 살아가는 고단한 시민들의 삶의 복판에 정치를 세우겠다”고 말했다.

당 대표에서 물러난 심상정 대표는 전 지도부로서 차기 지도부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뉴시스

◇ ‘평당원’으로 복귀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2015년 3기 당 대표를 맡아 정의당을 대중정당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진보 진영을 결합해 정의당의 외연을 확장하고, 당세를 키우며 역량을 인정받았다. 2017년 대선에 출마해 6.17%의 득표율을 받으며 존재감을 보였다. 정의당 5기 대표로 뽑힌 것도 이같은 모습이 주효했다.

하지만 이후 불거진 문제들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당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심 대표가 스스로 임기를 단축한 것 역시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던 탓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3기 지도부가 물러날 때는 ‘대표’를 바꾼다는 뉘앙스가 컸다면, 이번에는 ‘세대’를 바꾼다는 의미가 크다”며 “더 이상 당 대표로 나설 일은 없을 것이다. 1세대가 할 일은 다 했다고 판단하고 플레이어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직에서 물러난 심 대표는 실질적인 혁신을 이끌 차기 지도부를 지원하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심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제가 대표직에서 조기에 물러나기로 결심한 까닭은 총선 결과에 대한 책임감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정의당 시즌 2를 하루라도 빨리 선보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대표직을 잘 물려주는 것이 최우선 과제고 이후에 새로운 대표 체제가 될 때 하루빨리 단단해지도록 평당원으로 돕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정의당 관계자는 “처음부터 총선 직후 새로운 세대교체의 산파 역할을 하겠다고 한 만큼 어떤 지도부가 등장하든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국민들이 보기에는 1세대 리더십에 비해 2~3세대 리더십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전 지도부로서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이 집중하고 있는 ‘정치 개혁’과 ‘기후 위기’ 과제를 안착시키는 것은 심 대표의 마지막 과제다. 심 대표는 “이번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냈지만, 결국은 지키지 못한 책임 당사자로서 앞으로 선거제도 개혁을 비롯한 정치개혁에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심 대표의 임기는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될 때까지다. 빠르면 오는 27일 결정된다. 당 대표 1위 후보가 과반을 넘지 못해 결선투표를 진행할 경우 내달 9일에 당 대표가 선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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