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온택트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을 위해 전당원투표를 실시해 ‘당헌 개정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온택트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을 위해 전당원투표를 실시해 ‘당헌 개정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공천 문제를 놓고 여론의 눈치를 살피던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공천 방침을 공식화했다.

민주당은 29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공천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이를 위한 당헌 개정 여부를 묻는 전당원 투표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성추문에 휩싸인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각각 사망과 자진 사퇴로 중도 하차하면서 치러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 570억9,900만원, 부산시장 보궐선거 267억1,300만원 등 총 838억1,200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집계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원인 제공으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게 된 만큼 당헌 규정에 따라 무공천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정치권 안팎에서 거셌다. 민주당 당헌 96조 2항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금까지 공천 여부에 대해 “후보를 낼 것인지 늦지 않게 책임 있게 결정해서 국민들에게 보고하고 그 이후에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말을 아껴왔다.

그러나 이미 민주당 분위기는 ‘공천 불가피론’이 대세였다. 당 내에서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해야 1년 뒤 치러지는 대선에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집권여당이 무공천을 선택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민주당이 사실상 공천으로 가닥을 잡고도 역풍을 우려해 여론 눈치를 살피며 이를 공식화하는 시점을 저울질했다고 볼 수 있다.

◇ 전당원 투표, ‘공천’ 수순 밟기

민주당 일각에서는 정기국회가 끝난 후에나 ‘공천 문제’ 공론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도부는 예비후보 등록이 오는 12월 8일부터 시작되는 만큼 더 이상 결단을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당 안팎의 의견을 폭넓게 들었고,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은 아니며, 오히려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 있는 공당의 도리라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며 “저는 오늘 최고위원회의의 동의를 얻어 후보 추천의 길을 열 수 있는 당헌 개정 여부를 전당원투표에 붙여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희 당 소속 시장의 잘못으로 서울과 부산의 시정에 공백을 초래하고,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데 대해 서울, 부산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과드린다”며 “특히 피해여성께 마음을 다해 사과드린다”고 사과 입장을 밝혔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전당원 투표 실시’ 관련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 “서울, 부산 후보 다 내야 한다”면서 “여러 고심이 있었지만 공당이자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한 정치적 결단”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내달 1일 전당원 투표에서 당헌 개정 찬반을 묻고, 당무위·중앙위 의결을 통해 당헌 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무공천’ 관련 당헌 규정을 완전히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현행 당헌에 ‘다만 최고위 의결이 있을 경우에는 달리한다’는 식의 단서 조항을 붙일 예정이다.

전당원 투표 문구는 ‘내년 재보선에 후보를 내기 위해선 당헌 개정이 필요한데 찬성하느냐’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내에서 ‘공천 불가피론’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투표 결과도 ‘당헌 개정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온택트 의원총회에서 한정애 정책위의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당 소속 시장의 잘못으로 서울과 부산의 시정에 공백을 초래하고,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데 대해 서울, 부산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과드린다”고 밝혔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온택트 의원총회에서 한정애 정책위의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당 소속 시장의 잘못으로 서울과 부산의 시정에 공백을 초래하고, 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데 대해 서울, 부산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과드린다”고 밝혔다./뉴시스(공동취재사진)

◇ ‘공천 결정’ 역풍 차단이 관건

민주당의 이 같은 결정이 알려지자 야당에서는 즉각적으로 비판을 쏟아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전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기네들이 당헌·당규에 자책 사유가 있으면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했다”며 “약속 파기”라고 비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당원 투표 결론이 뻔하니까 그렇게 할 줄 알았다”면서 “민주당이 온갖 비양심은 다 한다. 천벌이 있을지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도 민주당 비판에 가세했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주당 전당원 투표는 결국 공천 강행의 알리바이용 당원 총투표로 집권여당의 책임정치 절연”이라며 “각 정당의 당헌·당규는 스스로에 대한 약속이다. 스스로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도 못하면서 국민의 삶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야당은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민주당 광역단체장들의 ‘성추문’과 무공천 ‘약속 파기’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이 같은 야당의 공격을 차단하고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필승 후보’ 찾기도 과제지만, 공천 결정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민심을 달래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시민들에게 왜 공천을 해야 하고 어떤 의미로 할 것인지 소상하게 설명을 드리고, 죄송스런 마음을 잘 전달하는 것부터 우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내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이날 <시사위크> 기자와 만나 “오늘 이낙연 대표가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 것에 대해 사과 입장을 밝혔다”며 “그러나 오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기회가 될 때마다 계속해서 사과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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