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바이오 측은 니클로사마이드를 이용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이지만, 이와 관련해 보도자료만 배포할 뿐 언론의 취재에 응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사진은 이화여자대학교 산학협력관에 위치한 현대바이오사이언스 본사./ 제갈민 기자
현대바이오 측은 니클로사마이드를 이용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이지만, 이와 관련해 보도자료만 배포할 뿐 언론의 취재에 응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사진은 이화여자대학교 산학협력관에 위치한 현대바이오사이언스 본사./ 제갈민 기자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현대바이오사이언스가 구충제 성분 ‘니클로사마이드’를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그러나 현대바이오 측이 개발 중인 ‘니클로사마이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는 국내 및 해외 의약품 심사 당국의 인체 임상 허가를 받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인체 임상을 단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회사 측은 “니클로사마이드가 코로나19에 독보적인 효능을 확인했다”고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하는 등 홍보를 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 현대바이오,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임상1상 신청 접수만…  

현대바이오 측은 지난 4월말과 9월말, 10월초 등 자사의 ‘경구용 니클로사마이드 코로나19 치료제(CP-COV03)’ 개발 관련 보도자료를 수차례 배포했다.

현대바이오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의 주요 내용으로는 △코로나로 인한 폐손상 차단에 니클로사마이드의 효과가 최고 △니클로사마이드 코로나19 알약, 현존 경쟁약물 중 효능 가장 우수 △구충제 니클로사마이드, 코로나19 치료용 항바이러스제로 재탄생 △정부출연 연구기관서 생체실험으로 효능 확인 등이다.

주요 내용만 살펴보면 니클로사마이드가 코로나19 감염자의 치료에 효능이 있다고 오인할 수도 있는 내용이 적지 않다.

현대바이오 측이 이러한 보도자료를 배포한 근거는 ‘니클로사마이드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네이처지를 통해 보도가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바이오 측은 현재 니클로사마이드를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을 받기 위한 첫 단추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 시험 허가도 받지 못한 상황이다.

현대바이오는 지난 9월 30일, 세계 최초로 니클로사마이드를 경구용 개량신약으로 개발한 항바이러스제 ‘CP-COV03’의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식약처에 신청했다. 그러나 한 달 이상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허가 관련 내용은 감감무소식이다.

현대바이오가 계획 중인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의 임상 1상 시험은 카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임상 1상 시험 대상자는 단 18명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시중에서 처방이 이뤄지는 약물을 이용하는 ‘약물 재창출’이라면 임상 모집단이 적을 수도 있지만, 18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너무 적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임상 1상 시험은 독성을 비롯한 안전성을 테스트하는 단계”라며 “현재 처방 중인 약물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는 약물 재창출이라면 임상 2상 시험부터 진행해 인체에 효능을 검증하는 게 보통이며, 임상 1상의 안전성 테스트는 큰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카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측에서는 이러한 임상과 관련해 신청이 접수된 것은 맞지만 아직 임상 허가가 나지 않은 상황이라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현대바이오 측은 임상 1상 시험 허가도 받지 않았으며, 임상 진행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 서울 강남성모병원 측에 니클로사마이드 코로나19 경구용 치료제 개발 임상 1상을 선제적으로 신청한 것이다. 사실상 임상 1상 시험 허가신청 결과도 모른 채 행동이 앞선 것으로, 임상이 허가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허위내용으로도 볼 수 있는 부분이 상존한다.

또한 니클로사마이드는 현재 대웅제약 측에서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임상을 진행 중인데, 아직 효능에 대해서는 확인이 되지 않은 상황이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4월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측과 협업해 니클로사마이드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고 나섰다. 대웅제약이 개발하는 코로나19 치료제는 주사제 형태로, 현재 임상 1상을 마무리하고 결과를 분석 중이다.

결국 니클로사마이드가 코로나19 감염 환자를 치료하는 효능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히 확인된 내용이 전무한 셈이다.

현대바이오 측이 주장하는 네이처지에 실린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니클로사마이드 관련 논문 중 하나는 단순 플라스크 실험에 불과해 니클로사마이드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 네이처지 보도 내용 갈무리
현대바이오 측이 주장하는 네이처지에 실린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니클로사마이드 관련 논문 중 하나는 단순 플라스크 실험에 불과해 니클로사마이드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에게도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 네이처지 보도 내용 갈무리

◇ 현대바이오 측 근거 ‘네이처지 임상’은 플라스크 실험… 전임상도 자체 실험에 불과

현대바이오 측의 관계자는 “‘니클로사마이드가 폐손상 차단 최고의 약물’이라는 부분은 우리의 입장이 아니라, 의학계 소식을 인용한 것”이라며 “유럽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니클로사마이드가 폐손상을 차단할 수 있는 최고의 약물로 선정이 됐고, 해당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지에서 발표됐는데, 이를 인용한 것이다”고 말했다.

현대바이오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11월 8일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하며 재차 강조했다. 현대바이오는 “세계적 과학저널 네이처는 지난해 4월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폐병변 개선 약물로 미국과 유럽에서 시판 중인 주요 약물 중 니클로사마이드를 1위로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5월 이후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현대바이오는 “씨앤팜(현대바이오 대주주)은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에서 수행한 항바이러스 효력시험을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된 동물(햄스터)에 니클로사마이드의 생체이용률을 개선한 CP-COV03를 경구투여해 항바이러스 효능을 테스트했으며, 정부출연 바이오전문 연구기관에 위탁 생체실험도 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해당 실험과 관련해 “(니클로사마이드가) 현존하는 항바이러스 경구제 중 폐렴 병변 개선율, 폐조직 바이러스 농도, 폐손상 수치 등 모든 효능지표에서 효능이 가장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씨앤팜과 현대바이오 측이 실시한 햄스터 대상 실험은 전북대학교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와 함께 진행된 것이 아닌 것으로 시사위크 취재 결과 확인됐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측이 장소만 제공한 것으로, 결국 자체 실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전임상은 인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에게도 효과가 동일하게 발현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네이처지에 실린 니클로사마이드 관련 내용 중 최근 자료인 ‘Drugs that inhibit TMEM16 proteins block SARS-CoV-2 spike-induced syncytia’ 제하의 올해 4월 7일 보도를 살펴보면 이 역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아닌 ‘플라스크 실험 결과’를 서술한 것이다.

◇ 학계 전문가 “플라스크 실험, 매년 수만건 이상 진행… 인체 임상과는 하늘과 땅 차이”

해당 논문에서 니클로사마이드 관련 플라스크 실험 결과는 ‘니클로사마이드가 스파이크 발현 세포의 칼슘 활성과 막 전도도를 현저히 둔화시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코로나19 질병 치료를 위해 니클로사마이드의 용도 변경을 지원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네이처지 논문 내용과 같은 생체 외 플라스크 실험은 1년에 수백, 수만건이 진행된다”며 “특정 질병을 예방하는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안전데이터를 확보하고 효과데이터를 포함하는 임상 결과를 도출해 상용화에 성공하기까지 약 10년의 시간이 걸리는데, 이러한 플라스크 실험만으로 ‘니클로사마이드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라고 말하는 것은 과대해석”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만약에 이러한 것(니클로사마이드)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고 하면, 보건복지부나 식약처, 질병관리청 등 기관에서 니클로사마이드와 관련해 국가 차원의 공식 입장이 나와야 할 것인데, 현재 이러한 발표는 없다”며 “그럼에도 니클로사마이드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이러한 홍보 방식은 잘못된 것이며, 충분한 임상(임상 1∼3상)을 통해서 검증이 되기 전까지는 절대로 품목허가를 해서는 안 된다”이라고 꼬집었다.

뿐만 아니라 “햄스터를 대상으로 한 전임상과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에서 나타나는 효과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달라질 수 있다”며 “동물실험은 약물의 농도와 용량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면서 쥐가 사망하더라도 다른 쥐를 대상으로 대체할 수 있으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은 자칫 잘못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어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고, 더군다나 논문을 발표하지 않은 자체적으로 실험한 결과는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의학계 관계자는 “해당 논문의 실험 내용은 실험실 수준의 유리용기(in vitro) 실험”이라며 “니클로사마이드가 코로나19에 효과적이라고 명확히 말을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꼬집었다.

현대바이오와 현대바이오의 최대주주인 씨엔팜 측은 네이처지 내용을 인용하면서도 이러한 실험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명시하지 않고 단순히 “니클로사마이드가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모습이다. 결국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라는 중대 사안을 마케팅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와 관련, 현대바이오 관계자는 본사를 방문한 기자에게 “이러한 민감한 사안(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대해서 개별적인 인터뷰는 진행하지 않는다”며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해 알려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본지는 그간 현대바이오 측 관계자에게 유선상으로 수차례 입장 표명을 요청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본사를 방문해 답변을 요청하는 등 반론권 보장을 위해 숱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임상1상 허가 전 임상1상 진행 계획 수립 및 카톨릭대 병원 측에 임상 신청 △햄스터 실험 관련 내용 등과 관련된 세부적인 답변은 받지 못했다. 본지는 향후에라도 현대바이오 측의 반론을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한편, 식약처 측은 이번 현대바이오 측의 보도와 관련해 “임상시험 승인 신청 시 제출된 자료는 관련 규정 등 과학적 기준에 따라 심사하고 적합할 경우 승인되며, 아직 검토 중인 사항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어렵다”며 “우리 처에서 승인된 임상시험의 정보를 ‘의약품안전나라’에 공개해 승인현황 및 경과 등을 모든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