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20일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 의혹이 추가로 쏟아지자 국민의힘은 ‘사과가 불충분하다면 더 겸손한 자세로 해명하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그러면서 김 씨 관련 의혹에 총공세를 퍼붓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네거티브 대선’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한편,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아들 이동호 씨의 고발을 취소했다. 

◇ 추가 의혹에 ‘읍소’ 전략으로 전환

그간 김 씨의 허위 이력 논란에 입장 표명을 자제했던 국민의힘 선대위 지도부는 이날 낮은 자세로 읍소하는 전략을 취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선대위 회의에서 “윤 후보께서 배우자와 관련된 사항에 대해 나름대로 사과를 국민들에게 했다”며 “만약에 그 사과가 불충분하다고 생각해서 국민 여러분들께서 더 새로운 것을 요구하신다면 저희 당은 겸허하게 수긍할 자세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임선대위원장인 이준석 대표 역시 “만약에 최근 상황이 국민 눈높이에 부족한 지점이 있다고 한다면 저희 선대위는 최대한 낮은 자세로, 겸손한 자세로 국민들에게 해명하고 또 양해를 구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우리 후보자께서 지난주 금요일에 국민의 눈높이에 맞고, 공정과 상식에 맞춰 모든 일을 처리하겠다고 했다. 이것은 후보자께서 선거의 가장 큰 원칙으로 삼고 계신 것이기 때문에 믿고 기다려 달라”고 호소했다.

그간 김 씨 의혹에 대해 ‘결혼 전 일’, ‘국모를 뽑는게 아니다’라고 일관하던 국민의힘 선대위가 읍소 전략으로 전환한 것은 김 씨의 허위 이력 의혹에 대해 국민 여론이 싸늘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2001년부터 13년간 5개 대학의 시간강사·겸임교원 채용 과정에서 경력을 부풀린 이력서를 제출해 강단에 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영락여상 미술강사’를 ‘영락여고 미술교사’로 기재하거나, 2004년 설립된 한국게임산업협회에서 2002년부터 3년간 근무했다고 기재한 사례가 드러났다. 이외에도 미국 뉴욕대(NYU) MBA 학력과 ‘에이치컬쳐테크놀러지’ 근무 이력 등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됐다. 

이같은 의혹이 확산되자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보다 앞선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17~18일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대선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이재명 후보 40.3%, 윤 후보 37.4%로 조사됐다. 이 후보는 지난 주 대비 0.3%p, 윤 후보는 4.6%p 하락했다. 두 후보 모두 ‘가족 리스크’가 반영된 것이지만 윤 후보의 하락폭이 더 컸다. 

◇ ‘네거티브 중단’ 요구한 국민의힘의 속내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네거티브 선거’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민주당이 김 씨 의혹을 연일 부각시키며 공세를 가하자, 국민의힘은 이를 ‘네거티브 공세’로 치부하며 집권여당이 ‘네거티브로 선거를 혼탁하게 한다’며 날을 세웠다.

20일 선대위 회의에서 김 총괄선대위원장은 "더 이상 네거티브 전쟁은 좀 그만했으면 하는 당부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 역시 “지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이 본인들의 실책을 네거티브로 돌파하려고 했지만 결국에는 큰 실패로 귀결됐다”고 꼬집었다. 

특히 국민의힘 선대위 산하 법률지원단은 이날 예정된 이동호 씨(이재명 후보 아들)에 대한 고발을 취소했다. 이두아 법률지원단 부단장은 이날 오후 2시 대검찰청을 방문해 이 씨를 성매매처벌법 위반, 상습도박, 증거인멸 교사 혐의 등으로 고발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 일정은 취소됐다. 김 총괄선대위원장이 네거티브를 지양하자고 한 만큼, 이같은 기조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국민의힘은 상대 후보의 가족을 건들지 않겠다는 제스쳐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김 씨 의혹에 대한 공세를 지속할 경우,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언급하며 ‘네거티브 정당’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후보는 이날 강원도 철원 공개일정을 마친 뒤 ‘네거티브 중단’에 대해 “그건 가장 바람직한 얘기기는 하지만 한국 정치사에서 그런 적이 없었기 때문에...”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따라서 김 총괄선대위원장의 ‘네거티브 중단’ 방침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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