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가 이번에 5세대 그랜드 체로키 모델을 출시하며 전동화 모델을 함께 선보였다. / 지프
지프가 지난해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 모델의 연말 지원에 힘입어 2019년 실적을 뛰어넘었다. / 스텔란티스코리아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2021년 수입자동차 시장에서 지프와 렉서스는 지난해 마지막으로 ‘수입차 1만대 클럽’ 진입 가능성을 보인 브랜드다. 두 브랜드 중 1만대 클럽에는 지프만 이름을 올렸다. 렉서스는 아쉽게 문턱에서 제동이 걸리긴 했으나, 반등에 성공하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 2021년 12월 등록자료에 따르면 두 브랜드의 지난해 판매 실적은 △지프 1만449대 △렉서스 9,752대 등으로 집계됐다.

◇ 목표 달성한 제이크 아우만 사장… 소비자 중심 마케팅 한몫

먼저 지프의 지난해 실적은 2019년 성적을 갈아치운 신기록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앞서 지난해 5월 제이크 아우만 스텔란티스코리아(전 FCA코리아) 사장은 ‘지프 캠프 2021’ 행사에서 “올해 (지프 브랜드의) 목표는 1만대 클럽 재진입”이라며 “구체적으로 2019년 판매실적인 1만252대 성적을 넘어서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우만 사장이 한국 시장에서 온전히 한 해를 보낸 올해는 그의 경영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첫해부터 그가 내세운 목표치를 달성하고 그 목표치가 역대 최대 실적이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남다르다.

하지만 지프의 신기록 달성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제이크 아우만 사장이 제시한 목표치 달성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프는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 연속 월 판매대수 1,000대 이상을 꾸준히 기록해 2021년 1∼7월 6,930대라는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전 세계 자동차 업계에 반도체 칩 공급난이 발생, 이는 생산 차질로 이어졌다. 결국 지프의 하반기 성적은 7월을 제외하고, △8월 428대 △9월 592대 △10월 750대 △11월 650대 등 상반기 대비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결국 지프가 1만대 클럽에 진입하고, 2021년 목표치인 2019년 실적(1만252대)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12월 판매실적을 900대 이상까지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반기 판매실적에 빗대보면 결코 쉽지 않아 보였다. 그나마 11월말에 한국 시장에 투입한 신차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5세대)’ 모델이 존재한 것은 다행인 점이었다. 올 뉴 그랜드체로키L의 초도물량은 500∼600여대 수준으로 알려졌고, 사전계약 첫날부터 100대 이상이 계약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12월 지프는 올 뉴 그랜드체로키L을 등에 업고 1,099대를 판매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올 뉴 그랜드체로키L은 380대로, 지난해 마지막달 실적을 견인한 모델로 이름을 올렸다. 지프의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낸 모습이다. 지프의 막내 레니게이드도 지난해 12월 341대가 판매돼 라스트 스퍼트에 일조했다. 연간 실적에서는 랭글러가 3,128대로 지프 브랜드 중 가장 많이 판매됐고, 이어 △레니게이드 2,708대 △그랜드체로키(4세대·5세대 포함) 1,923대 순이다.

지프 드라이브-스루 행사 현장.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서 지프 차량으로 오프로드 주행을 경험할 수 있다. / 제갈민 기자
사진은 지프가 지난해 3월 서울 뚝섬에 마련한 지프 드라이브-스루 행사 현장.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서 지프 차량으로 오프로드 주행을 경험할 수 있어 색다른 재미와 볼거리가 됐다. / 제갈민 기자

지프가 한국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적극적인 소비자 중심 마케팅이 있었다. 지프는 지난해 브랜드 창립 8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는데, 서울 도심에서 소비자들이 직접 지프 차량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국내에서 특정 자동차 브랜드를 시승해보거나 직접 만져보고 느껴보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전시장(대리점)을 방문해야 하는데, 구매 의사가 없는 소비자들이 전시장을 직접 찾는 경우는 드물다. 그나마 모터쇼(모빌리티쇼)에 참가해 이곳을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고 소비자들과 접점을 늘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지프는 이러한 획일화된 마케팅에서 벗어나 서울 도심 복판에 오픈된 행사장을 마련해 차량을 전시하거나 짧은 시승체험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2021서울모빌리티쇼에 참가하지 않는 대신 동기간 서울 롯데월드몰과 파주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 등에 팝업 부스를 운영해 소비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소비자들과 접점을 늘린 것이다.

지프는 지난해 말 국내에 출시한 올 뉴 그랜드체로키L 외에 ‘올 뉴 그랜드 체로키’ ‘그랜드 체로키 4xe’ 등 모델을 올해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 성장동력이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지프가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렉서스코리아
렉서스가 지난해 반등에 성공했다. 사진은 렉서스가 지난해 1월 오픈한 서울 강서 서비스센터 및 시승센터. / 한국토요타자동차

◇ 렉서스 9,752대, 전년 대비 9.4%↑… 품질경영·하이브리드, 노재팬 꺾어

렉서스는 지난해 1만대 클럽 진입에는 아쉽게 실패했으나, 전년 대비 9.4% 증가한 판매대수(9,752대)를 기록하는 등 반등에 성공해 아쉬움을 달랬다.

일본차 브랜드는 지난 2019년 한일 외교갈등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내 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졌다. 2019년 하반기부터 일본제품 불매운동인 ‘노 재팬’이 불었고, 2020년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렉서스도 노 재팬 여파로 인해 2019년 1만2,241대를 기록했던 것에 반해 2020년에는 판매량이 27.2%나 급락해 8,911대에 그쳤다. 그럼에도 렉서스는 국내 시장을 포기하지 않고 품질경영과 서비스 네트워크 확대 등을 통해 2021년 노 재팬 여파를 극복했다.

렉서스의 품질경영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미 정평이 나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렉서스는 지난해 컨슈머인사이트가 실시한 2021 자동차 기획조사 수입차 부문 품질조사에서 ‘판매서비스 만족도(SSI), A/S 만족도(CSI), 초기품질(TGW-i), 내구품질(TGW-d)’ 등 전체 4개 평가 항목에서 모두 1위를 석권했다.

품질조사에서 초기품질(TGW-i)은 새 차 구입 후 평균 3개월 동안 사용하면서 경험한 품질상의 문제점 수를 기준으로 산출하며, 내구품질(TGW-d)은 새 차 구입 후 3년이 지난 소비자가 보유기간 동안 사용하면서 경험한 품질상의 문제점 수를 기준으로 산출한다. 두 조사 모두 차량 보유자에 의한 직접 평가라는 점에서 신뢰도가 높다.

또 렉서스는 A/S 만족도(CSI)는 지난 2019년 이래 3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판매서비스 만족도는 2016∼2018년, 2021년 등 1위를 차지해 눈길을 끈다.

뿐만 아니라 2020년과 2021년 컨슈머인사이트 소비자체험평가에서는 렉서스 ES300h가 2년 연속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 컨슈머인사이트의 ‘올해의 차’ 선정은 지난 2001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는 연례 자동차 기획 조사 중 하나로, 지난해 조사는 △제품만족도(TGR) △초기품질(TGW-i) △비용대비가치(VFM) 등 3개 항목에 대해 1년 이내 국산·수입 신차를 구입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렉서스 ES300h는 해당 조사에서 국산차와 수입차 전체 부문에서 1위 차지했다.

렉서스가 지난 9월말 7세대 ES 300h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국내에 출시하면서 ES 300h F 스포츠를 추가해 라인업을 강화했다. / 한국토요타자동차
렉서스가 지난해 9월말, 7세대 ES 300h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국내에 출시하면서 ES 300h F 스포츠를 추가해 라인업을 강화했다. / 한국토요타자동차

특히 렉서스의 차량의 ‘비용대비가치(가성비)’가 높게 평가되는 이유는 ‘스트롱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한몫한다. 렉서스가 사용하는 스트롱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내연기관(엔진)과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함께 사용해 시동을 걸고, 가속할 때는 엔진과 모터를 함께 작동하며 감속할 때는 회생제동을 통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이러한 시스템 덕에 일반적인 주행 환경에서 엔진은 큰 힘을 쓰지 않고, 모터와 배터리가 차량 구동을 위해 적극 개입해 연료효율(연비)을 향상시킨다. 실제로 렉서스의 메인 모델로 꼽히는 ES300h 모델은 E세그먼트(준대형) 세단이라는 크기에도 20㎞/ℓ 이상의 연료효율을 보여 동급 경쟁모델 중에서는 유지비가 저렴한 모델로 항상 거론된다.

지난해 렉서스 ES 모델의 판매대수는 총 6,746대로 집계됐다. 렉서스가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한 총 대수의 70%에 육박하는 실적이다. 이 외에는 렉서스는 플래그십(기함급) 세단 LS와 플래그십 스포츠카 LC, 그리고 SUV 라인업 RX·UX·NX(R·U·N), 해치백 CT 등의 모델이 있어 소비자층이 넓게 분포하는 점도 반등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분석된다.

또한 전시장 및 서비스 네트워크의 꾸준한 확대도 긍정적인 부분으로 작용한다. 렉서스는 지난해 1월 서울 강서 서비스 및 시승센터 운영을 시작했으며, 이어 판교 및 진주 딜러 네트워크 확장 이전, 천안아산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를 신규로 오픈해 지난해 연말기준 전국에 31개의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전국 서비스 네트워크 31개는 지난해 수입차 판매 4위를 기록한 볼보자동차코리아와 동일한 수준으로, 상당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품질경영과 네트워크 확대로 노 재팬을 꺾은 렉서스의 2022년 실적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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