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와 관련해 "더 이상 답변을 기다리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결국 ‘독자 완주’를 천명했다. 앞서 단일화 제안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과 윤석열 후보가 별다른 반응이 없자, 더 이상 여기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이유다. 사실상 야권 단일화가 무산된 가운데, 국민의힘은 단일화 불씨 살리기에 나섰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21일 “(단일화 결렬에 대해) 아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정권교체를 위해선 그게 무슨 노력이든 계속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권교체라는 게 우리가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하는 대의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노력이라면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전날(20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더 이상 무의미한 과정과 시간을 정리하겠다”며 단일화 철회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난 일주일간 무대응과 일련의 가짜뉴스 퍼뜨리기를 통해 제1야당은 단일화 의지도 진정성도 없는 점을 충분하게 보여줬다”며 “단일화가 성사되지 못한 책임은 제1야당과 윤 후보에게 있음을 분명하게 말씀 드린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안 후보가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선제안 했음에도 불구하고 야권 단일화 논의는 쉽사리 진전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단일화 방식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윤 후보와 안 후보의 격차가 상당한 만큼 굳이 이같은 제안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이는 곧 안 후보를 향한 ‘통큰 단일화’ 결단 촉구로 이어졌다. 안 후보가 ‘대의’를 위해 스스로 물러나 주길 내심 바란 것이다.

입장 차가 크다 보니 접점을 찾긴 쉽지 않았다. 더욱이 이를 바라보는 당내 일각의 부정적인 시선도 안 후보의 심기를 건드린 것으로 보인다. 그간 단일화를 두고 안 후보를 맹비난해 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당 유세차를 운전하는 사람들은 들어가기 전 유서를 써놓고 가냐”고 비판했다. 안 후보가 유세 차량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이들의 뜻을 강조하며 ‘완주 의지’를 표명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당장 국민의당은 분개했다. 신나리 국민의당 선대위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천인공노할 발언”이라며 “패륜적 망언에 대해 사과하고 당 대표직에서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최진석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도 이날 KBS 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공당 대표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 정치가 이 정도까지 됐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에 있는 문제들을 제거하고 그다음에 진정성을 표현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겠나”라며 단일화의 걸림돌 중 하나로 이 대표를 겨냥하는 듯한 대답을 했다.

◇ 꼬일대로 꼬인 단일화 실타래 

상황은 악화일로다. 국민의당은 이날 단일화 협상 결렬과 관련해 일제히 국민의힘 측의 책임을 따져 물었다. 그간 표면적으로는 단일화를 해야 한다면서도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난 1월 말부터 이 대표가 나서서 선거 비용 운운하며 단일화 관련된 이야기를 흘리고, 국민의힘 관계자 발로 ‘총리 제안이 있었다’ 등 모종의 진행 상황이 있는 듯한 자가발전이 극성을 부렸다”며 “그런 시간 동안 윤 후보는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러한 총체적 상황이 “국민의힘의 팀플레이”라고 평가했다.

단일화 협상 과정을 둘러싼 ‘진실 공방’이 벌어지면서 실타래는 더욱 꼬여가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와 안 후보가 기자회견 전 통화에서 만나기로 하는 등 단일화의 발판이 놓여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국민의당은 이미 안 후보가 ‘완주 의지’를 굳힌 상태에서 이같은 입장을 전달한 것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선대본부장은 직접 안 후보가 윤 후보에게 보냈다는 문자메시지도 공개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 역시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공전만 거듭하는 모양새다.

‘냉각기’에 접어든 만큼 국민의힘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도 ‘단일화 불씨’를 꺼뜨리지 않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물론 당내에선 ‘자강론’의 목소리도 새어 나오곤 있지만, 정권교체를 확실히 하기 위해선 안 후보와의 합심을 마냥 외면할 수만도 없기 때문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안타깝다”면서도 “아직 남은 시간이 있으니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에 화답하는 결단이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 수석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전투표 전, 솔직히 본 투표 전까지도 (단일화는) 가능하다고 본다”며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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