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3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서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본부장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월 초 이 대표가 안철수 대선 후보의 사퇴를 조건으로 합당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3일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서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본부장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2월 초 이 대표가 안철수 대선 후보의 사퇴를 조건으로 합당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한 당내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간 단일화 국면이 어그러진 것과 관련해 연일 안 후보를 조롱해 온 이 대표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 대표) 본인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했으면 좋겠다고 하고, 합당 후에 이러이러한 생각을 저한테 얘기하지 않았나”라며 “합당을 할 대상한테 그렇게 비난과 비방을 하고 흑색선전을 해야 되는 이유가 도대체 뭔가”라고 반문했다.

이 같은 이 본부장의 반응은 전날(23일) 폭로전의 연장선이다. 이 본부장은 전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가 지난 2월 초 자신을 만나 직접 합당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전 이 대표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당 관계자 중 안 후보의 중도 하차를 제안한 인물이 있다고 언급했다. 국민의당이 단일화 결렬의 책임을 국민의힘에 전가하는 것을 경고하겠다는 의도였지만, 되레 국민의당의 반발만 불러일으킨 꼴이 됐다.

이 대표는 같은 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 본부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무슨 의도이고 무슨 목적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이 같은 국민의당의 대응이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합당 논의 국면과 유사하다는 게 이 대표의 시선이다. 그러면서 이 본부장이 언급했다는 제안들에 대해 “합당을 하더라도 정치적 불이익은 전혀 없을 것이며, 정치적 위상을 보장하기 위한 고민은 당 차원에서 꾸준히 할 것이란 이야기가 공개된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이러한 폭로전에 대해 권 본부장은 이날 “두 분의 기자회견으로 정리가 된 것 같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끌어오른 기류는 쉽사리 진정되지 않는 모습이다. 당장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꿈’에 “민주당은 연일 정치개혁, 통합정부론을 부르짖는데 우리 당은 단일화로 매일 우리끼리 싸우고 있으니 국민들이 어떻게 볼지”라고 비판했다. 야권 단일화를 둘러싼 잡음이 급기야 진흙탕 싸움으로 비치는 데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다.

◇ 당내 인사들은 ‘줄 경고’

야권 단일화 국면이 경색되어 가는 가운데, 야권 내에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이 드러나고 있다. 그간 안 후보를 향한 조롱 섞인 비난을 이어온 데다, 전날 폭로전의 불씨를 댕긴 것 역시 이 대표라는 점에서다. 

이 대표의 안 후보 조롱은 국민의당과 마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이 대표는 줄곧 안 후보가 선거 국면이 되면 ‘단일화 장사’를 한다며 맹비난을 쏟아냈다.

아슬아슬하던 분위기는 국민의당의 유세 차량 사건을 기점으로 더욱 극심해졌다. 이 대표는 이를 거론하며 ‘완주 의지’를 강조한 안 후보에게 고인의 유지를 어디서 확인하냐는 취지로 쏘아 붙였다. 즉각 국민의당은 ‘고인에 대한 모독’이라며 격노했다. 이후에도 이 대표의 조롱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 22일 ‘윤 후보가 단일화가 겁나서 도망쳤다’는 안 후보의 발언 기사를 공유하면서 “댓글로 ‘ㄹㅇㅋㅋ’ 네 글자만 치시라”라고 비꼬았다.

당내에서는 이러한 이 대표의 행동에 대한 ′쓴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 ‘청년의꿈’을 통해 이를 지적하는 누리꾼의 글에 “좀 심한 거 같지요”라며 답을 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안 후보에 대한 조롱을 멈춰주시길 요청한다”고 말했다. 나경원 전 의원도 전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를 향해 “조금 자제해야 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선거대책본부에서도 경고성 메시지가 새어 나왔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단일화 과정에서) 더 이상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가 조심해야 한다”며 “당 대표를 비롯해 모두가 사감이나 사익을 뒤로하고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앞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가랑잎에도 몸을 피해야 할 때”라며 “사적인 감정에 의해 이야기하거나 하는 부분은 대표든, 당 간부든, 선대본 간부든 저를 포함에 (모두) 피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대상을 포괄해서 말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를 겨냥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예정된 윤 후보의 수원 유세 지원 일정을 돌연 취소하며 미묘한 기류를 자아냈다. 직접적인 취소 사유를 밝히진 않았지만, 정치권에서는 권 본부장의 ′경고′가 기폭제가 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 당 내부 갈등이 깊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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