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에게 '연대' 시그널을 연일 보내고 있다. 야권 단일화가 무산되면서 반윤석열 연대를 형성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에게 '연대' 시그널을 연일 보내고 있다. 야권 단일화가 무산되면서 반윤석열 연대를 형성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연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에게 손짓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 후보 간의 단일화가 결렬되자, 이 후보는 안 후보에게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는 모습이다. 야권 단일화 결렬을 기점으로 분산되는 중도표심을 잡기 위해 통합정부·정치개혁 연대를 고리로 제3지대 후보에게 적극 손을 내밀고 있다.

◇ 이재명, ‘반 윤석열’ 구도 의도?

이 후보는 23일 오전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통합정부론과 관련해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하지 않는, 우리나라가 잘 되어야 한다는 선의를 가진 사람과는 비록 지금은 경쟁해도 통합의 정부를 만들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진행자가 “안 후보에게도 통합정부 질문하던데, 러브콜로 봐도 되겠느냐”고 질문하자, 이 후보는 안 후보가 ‘정치교체’, ‘세상교체’, ‘다당제’, ‘통합정부’ 등을 강조한 것을 언급하며 “그 점에서 우리가 일치하는 점이 있기 때문에 꼭 안 후보여서가 아니라 분열의 정치를 하지 않는 모든 정치세력은 함께 하자는 러브콜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전날 인터뷰에서도 안 후보의 ‘새정치’와 자신의 ‘정치교체’가 일치하며 협력할 수 있는 모든 정치세력과 협력하자고 했으나, 이번에는 ‘러브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려는 모양새다. 또 윤 후보가 ‘분열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규정하기 위한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이 후보가 안 후보와의 연대에 적극적 의사를 표하는 것은 야권 단일화 결렬과 상관관계가 있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21~22일 조사), 이 후보는 38.3%를 기록했고 윤 후보는 39%로 2주 전보다 1.1%p 떨어졌다.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무산으로 인해 지지율 변동도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에 이 후보는 4자 구도이면서도 ‘반(反) 윤석열’ 연대를 통해 윤 후보를 앞지르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선관위 주최 경제 정책 토론에서 이같은 구도가 드러나기도 했다. 안 후보는 토론회에서 윤 후보를 매섭게 공격했다. 완주를 결심한 안 후보의 경우 윤 후보로 향하는 중도 표심 일부를 흡수해야 유의미한 득표율을 얻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이 후보와 안 후보의 토론은 ‘정책 토론다웠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평온한 분위기로 이어졌다. 또 이 후보는 토론 다음날인 22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윤 후보에 대해선 “벽에다 대고 이야기하는 느낌이었다”고 혹평했으나, 안 후보에 대해서는 “한 때 제가 대표로 모시던 분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존경하는 분”이라며 추켜세웠다. 

◇ ‘단일화’ 대신 연대, 안철수의 반응은?

특히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후보의 통합정부론 구상 등을 구체화해 안 후보를 비롯한 제3지대 야권 대선 후보들과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전날 비공개 회의를 통해 책임총리제, 대선 결선투표제를 포함한 4년 중임제 개헌 등을 논의했다. 안 후보가 주장해온 다당제 정치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대선 결선투표제 개헌 등을 모두 포함하는 내용이어서 이 후보와 제3지대 후보 간 연대를 위해 이같은 논의를 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흘러나왔다.

다만 민주당의 최종 목표는 이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고용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회에서 다당제를 위한 중대선거구제, 4년 중임제 도입을 논의했던 것은 사실이나 아직 논의 단계일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공개적인 단일화 제안을 할 경우, ‘단일화 무산’의 리스크를 안게 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민주당과 이 후보의 행보는 ‘통합 정치’를 매개로 중도 표심을 흡수하기 위함으로 볼 수 있다.

안 후보가 이 후보의 제안에 긍정적으로 응할지는 미지수다. 안 후보는 이날 울산지역 기자간담회에서 이 후보의 연대 ‘러브콜’에 “그게 왜 거래 대상인가. 조건부로 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 이 후보와 범진보 진영으로 묶인 심 후보도 변수로 꼽힌다. 심 후보는 지난 21일 토론에서 이 후보는 물론 윤 후보에게도 공세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와 심 후보는 대부분의 현안을 두고 맞섰다. 지지율 제고를 위한 심 후보의 독자 행보 역시 ‘반 윤석열’ 연대 응집력을 떨어뜨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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