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강한 의지를 갖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를 한다는 입장에 대해 민주당은 윤 당선인이 직접 하라고 맞불을 놨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를 두고 여야가 충돌하는 모양새를 빚고 있다. 당초 ‘강한 의지’를 드러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이를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회동 자체가 연기되면서 ‘MB 사면’ 때문에 걸림돌이 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이 매듭을 지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한 반면, 민주당은 윤 당선인이 직접 하라며 맞불을 놓고 있다.

16일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은 양자 간 회동이 불발됐음을 전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오늘로 예정됐던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은 실무적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담 결렬 이유에 대해 김 대변인은 “양측 합의에 따라 밝히지 못함을 양해 바란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입장이 나오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MB 사면’ 문제가 발화점이 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과의 회동에 앞서 윤 당선인 측이 사면 문제를 공론화한 데 대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란 설명이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면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그런 걸로 충돌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사실 관계와 별개로 이 전 대통령의 사면 논란이 정치권의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점이다. 이를 둘러싼 여야의 이해관계도 복잡하다. 민주당으로서는 ‘국민통합’을 명분 삼아 사면을 ‘압박’하는 모양새를 빚고 있는 데 대한 부담감은 물론, 이를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사면과 엮으려는 것 자체도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이러한 모양새 자체가 ‘정치 거래’라는 비판이다.

◇ 민주당 “필요하면 직접 하라” 맞불

이렇다 보니 민주당은 사면 논의 자체에 날을 세우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가 짙은 만큼 원칙적으로 사면을 건의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이수진·이탄희·홍정민·양이원영 등 민주당 의원 18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직 대통령이 중범죄로 수감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면되는 상황을 관행처럼 반복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의원들 개개인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박근혜 씨를 사면할 때 MB 사면 관련된 것도 검토됐다고 알려졌다”며 “국민 법 감정이나 이런 것들을 고려했을 때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던 부분이다. 지금 와서 당선인 요청이 있다고 그 판단을 뒤집는 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오히려 사면이라는 공을 윤 당선인에게 넘겼다. 문 대통령에게 덧씌워진 책임의 무게를 윤 당선인 쪽에 지우겠다는 심산으로 읽힌다. 당선인 시점에서 대통령 권한에 대해 압박을 할 게 아니라 직접 본인이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의원들은 “윤 당선인은 중앙지검장 시절 이 전 대통령을 수사하고 기소했다”며 “직접 수사하고 기소했음에도 사면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윤 당선인이 대통령이 된 뒤에 책임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정 사면하고 싶으면 본인이 취임한 이후에 하면 된다”고 못 박았다.

대통령직 인수위 인사 중 ‘MB 정권’ 출신이 대거 포진했다는 점도 공세의 포인트다. 사면 요구를 일종의 ‘내편 챙기기’ 프레임에 가두겠다는 것이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인수위 구성을 보아하니 윤석열 정부는 가히 2기 MB 정부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며 “MB 사면 요구는 당연한 수순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입장도 완강하다.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정치적 부담감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 “(사면은) 진작됐어야 한다”며 “문 대통령이나 현 정부를 생각한다면 스스로 풀고 가는 것이 나중에 두고두고 정치적 짐에서 시달리는 일을 예방하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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