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 면밀히 살펴 협조”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만찬 회동에서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의례적인 축하가 아니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상춘재에서 윤 당선인과의 만찬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며 "정당 간 경쟁을 할 수는 있어도 대통령 간 성공 기원은 인지상정"이라고 했다고 회동에 배석한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통의동 인수위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회동은 171분간 이어졌는데,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간 만남 중 최장시간이다. 

이에 윤 당선인은 "감사하다. 국정은 축적의 산물"이라며 "잘 된 정책을 계승하고 미진한 정책을 개선하겠다"고 화답했다.

장 비서실장에 “2시간 36분 간 화기애애하게 흉금을 털어놓고 얘기를 나눴다"며 "과거 인연을 주제로 반주 한두 잔을 곁들이며 만찬을 했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은 "많이 도와달라"고 했고 문 대통령은 "저의 경험을 많이 활용해달라, 돕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회동 직후 윤 당선인에게 넥타이를 선물하며 "꼭 성공하시기를 빈다. 제가 도울 것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달라"고 말했고 윤 당선인은 "건강하시기를 빈다"고 화답했다.

장 비서실장에 따르면 회동은 두 사람의 과거 인연을 주제로 이어진만큼, 서로 소회를 나누거나 반려견 ‘토리’도 화제에 올랐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모두 ‘토리’라는 이름의 반려견을 기르고 있다. 또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독대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장 비서실장까지 배석해 4명이 만찬을 겸한 회동으로 끝낸 셈이다. 

장 비서실장은 회동에서 대통령집무실 이전 문제와 관련해 논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자연스럽게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얘기가 나왔다"며 "문 대통령께서는 ‘집무실 이전 지역에 대한 판단은 차기 정부 몫이라 생각한다. 지금 정부는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집무실 이전 예비비 국무회의 상정’에 대해서는 "그런 절차적인, 구체적 얘기는 하지 않으셨다"며 "대통령 집무실 이전 지역에 따른 판단은 오롯이 차기 정부가 판단할 문제고 지금 정부는 정확하게 이전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느끼기에는 실무적으로 시기나 이전 내용을 공유해서 대통령께서 협조하겠다는 말씀으로 이해했다"고 덧붙였다.

취임식 전 집무실 이전 여부에 대해서는 "그 문제는 두 분께서 (특정) 시기까지 가능하다 안 하다는 말씀은 없었다"며 "어쨌든 문 대통령이 협조를 하고 실질적인 그런 이전 계획 예산을 면밀히 살펴보시겠다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추가경정예산안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은 안 됐다"며 "실무적으로 계속 논의하자는 말씀을 서로 나누셨고 추가적으로 실무적 현안 논의에 대해선 이철희 정무수석과 제가 실무적으로 그 라인에서 계속 협의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양측이 갈등을 빚었던 임기 말 인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인사를 어떻게 하자는 얘기는 전혀 없었다"며 "(대통령은)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해야 할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이 수석과 장 비서실장이 국민의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잘 의논해주길 바란다’고 했고, 윤 당선인도 ‘장 비서실장과 이 수석이 잘 협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여민1관에서 상춘재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한편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대면 만남은 지난 2020년 6월 22일 반부패정책협의회 참석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당선인은 야당의 당선인 신분으로 문 대통령과 재회하게 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동 장소인 청와대 상춘재가 아닌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여민1관 1층에서 직접 윤 당선인을 맞이하며 예우를 보였다. 윤 당선인도 차량에서 내리면서 문 대통령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 두 손으로 악수를 청했다. 문 대통령도 엷은 미소로 악수를 청한 뒤 두 손을 맞잡았다.

윤 당선인은 여민관을 등지고 걸으면서 "이쪽 어디에서인가 회의한 기억이 난다. 대통령 모시고 그때 저걸 했었나"라고 말을 건넸다. 1년 9개월 전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했던 경험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녹지원 잔디밭을 가로질러 회동 장소인 상춘재까지 함께 걸었다. 문 대통령은 함께 걷는 동안 윤 당선인에게 청와대 경내를 직접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녹지원을 가리키며 "우리 최고의 정원"이라며 "이쪽 너머가 헬기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춘재 오른쪽을 가리키며 "저기 매화꽃이 폈습니다"라고 설명하자, 윤 당선인은 "네. 정말 아름답습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상춘재 현판을 가리키며 "아마 항상 봄과 같이 국민들이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했고, 윤 당선인은 "네"라고 짧게 답했다. 윤 당선인은 상춘재 왼쪽에 핀 꽃나무를 가리키며 "저건 무슨 꽃인지 모르겠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이 "산수유에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상춘재에 이르러서 '청와대는 한옥 건물이 없기 때문에 여러모로 상징적 건물이다. 여러 행사에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간 회동이 상춘재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찬 테이블에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첫 회동에 의미를 담아 ‘화합’과 ‘통합’을 상징하는 봄나물비빔밥과 탕평채가 올랐다.

또 주꾸미·새조개·전복 등 계절 해산물 냉채와 해송 잣죽, 한우갈비와 더운 채소, 금태구이와 생절이, 모시조개 섬초 된장국, 더덕구이 등도 제공됐다. 밑반찬으로는 배추김치와 오이소박이가, 후식으로는 과일과 수정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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