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진행하고 있는 21대 후반기 국회 원 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진행하고 있는 21대 후반기 국회 원 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21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대 쟁점인 법사위원장을 두고 여야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장과 법제사법위원장을 두고 협상을 하자는 야당의 발상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국회의장은 다수당이 맡는 게 당연하고, 법사위원장은 기존에 국민의힘 측에서 야당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니 야당이 된 민주당에서 하는 것이 맞다는 논리다.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원내 제1, 2 교섭단체가 나눠 맡아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임 여야 원내대표 합의 당시) 국민의힘은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법사위 만큼은 야당이 맡아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며 “우리는 법사위원장을 무조건 민주당이 맡아야 한다고 공식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원점에서 논의를 하자”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특히 “국회 내 최고 규범인 국회법에 의장 선출 기한이 규정돼 있다”며 “국회법도 안 지키면서 국회의장까지 거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책임 있는 여당의 자세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법사위원장을 거래대상으로 삼는 인식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 입법부 공백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빨리 의장과 의장단이라도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민주당 측에서는 빠른 원 구성을 위해 법사위 권한 축소를 전제로 국민의힘에 법사위원장을 넘겨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법사위의 법안 체계·자구 심사권 남용·월권에 대한 제한 장치를 만드는 게 (지난해 7월 합의 때) 국민의힘이 법사위를 맡는 것과 연동돼 있다”며 법사위 권한 축소를 언급했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그간 법사위는 체계·자구 심사권을 이용해 사실상 상원으로 작용해 왔다. 국회 개혁 차원에서 (법사위 권한 축소를) 접근해야 하고, 원 구성 협상과 무관치 않다”고 말한 바 있다.

◇ 국민의힘 법사위 탈환 의지 강조

하지만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9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의장단 선출을 먼저하자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의장과 법사위를 시간차로 독식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민주당이 법사위원장만 양보하면 원 구성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다. 국회에는 긴급한 민생현안이 산적해 있다. 후반기 원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해 원 구성 파행의 책임을 민주당으로 돌렸다.

법사위 권한 축소에 대해서도 온전한 법사위를 탈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권 원내대표는 “자기들이 법사위원장을 차지할 때는 왜 대폭 축소하지 않았느냐”며 “자신들이 권한 행사는 하고 이제 넘겨주기 싫으니까 권한을 축소하겠다면 법사위를 우리가 받을 이유가 없다. 권한이 축소되면 법사위원장을 갖고 오는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각 상임위에서 통과한 모든 법안은 법과 충돌하지 않는지, 법안에 적힌 문구가 적정한지를 법사위에서 심사를 받은 후 본회의로 넘기게 되어 있다. 그래서 법사위가 상임위 위의 ‘상원’이라고 불리고 있다. 그런만큼 법사위 권한을 축소해 일반 상임위와 동등하게 힘을 빼면 국민의힘이 이를 탈환하기 위해 노력할 이유도 없어지는 셈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도 “법사위 기능에 손을 대는 건 더 큰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상임위 재배분에 논의를 한정해야 한다”며 법사위 개편에 난색을 표했다.

국회의장 우선 선출 후 법사위원장 논의에 대해서도 권 원내대표는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의 독식은 입법 폭주의 구조적 원인이었고, 원인을 제거해야 협치가 가능하다”며 “민주당이 법사위를 장악하겠다는 아집은 여전히 오만의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뜻이며 여전히 극단주의자들에게 당이 휘둘리고 있다는 뜻이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원내 제1, 2 교섭단체가 나눠서 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8일에는 양당 원내수석부대표가 21대 전반기 국회 임기가 끝난 지 열흘 만에 만났으나 법사위 문제로 원 구성 합의는 불발됐다. 이대로 원 구성이 지연되면 국회는 지난 달 30일 전반기 국회의 임기 종료 후 열흘이 넘게 ‘개점휴업’ 상태가 된다.

◇ 국회 공백, 여야 모두 득보다 ‘실’

국회 공백 상태가 계속되는 것은 양당 모두에게 유리할 게 없다. 민주당은 국회 원 구성 지연으로 윤석열 정부 장관 후보자들의 청문회가 열리지 않고 그대로 임명되는 ‘청문회 패싱’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빠른 원 구성이 필요하다.

인사청문회법상 국회는 임명동의안 등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심사 또는 인사청문을 마쳐야 하고, 인사청문회를 실시하지 못한 경우 대통령은 열흘 이내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한 뒤 임명할 수 있다.

실제로 김창기 국세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 기한은 이미 지나 윤석열 대통령은 8일 김창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 이달 하순까지 청문회를 해야하는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들은 각각 음주운전과 부동산 갭투자 의혹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김창기 국세청장 후보자를 비롯해 두 장관 후보자들까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임명되는 것을 막으려면 빠른 원 구성이 필수적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사실상 여당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미지와 함께 민주당의 협조 없이 독자적으로 청문회를 패싱했다는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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