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을 강화하는 취지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이러한 법안이 새 정부의 발목잡기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법안통과의 결정권을 쥔 민주당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신중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이유를 앞세워 은근히 힘을 주는 모양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새 정부에 대한 ‘발목꺾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명분을 내세우긴 했지만, 법안을 둘러싼 정치적 계산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상황에서 여야의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오전 10시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통령령, 총리령 및 부령 등 이른바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조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상임위 활동을 하다 보면 시행령 같은 행정입법이 모법(母法)에 위임 범위를 벗어나거나 취지와 다르게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가 상당히 있다”며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조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는 소관 중앙행정기관장이 제출한 대통령령‧총리령 및 부령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요청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에 보고해야 한다. 법령의 권한을 넘어선 시행령의 제정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이른바 ‘국회 패싱 방지법’이란 이름이 붙었다. 민주당 소속 의원 13명이 해당 법안의 공동 발의자로 나섰다.

명분은 명확하다. 입법권이 국회의 권한인 만큼, 행정부의 무분별한 행정 입법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조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입법권은 국회에 있는데 취지와 달리 위임하지 않은 것까지도 법으로 다 담아 법을 뒤집고 무력화 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행정부를 통제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입법 취지와 다른 시행령이 만들어질 때 국회가 그것을 견제하거나 의견을 낼 것인가 하는 절차에 대한 문제”라고 언급했다.

◇ ‘발목 꺾기’ 날 세운 국민의힘

원칙을 앞세웠지만 정치적 셈법은 복잡하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법안 발의 배경에 법무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간 민주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까지 거론하며 이를 강하게 비판을 해온 것도 맥을 같이 한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소통령 한동훈’을 위해 제멋대로 시행령을 뜯어고쳐 인사정보관리단을 만들어 준 것이 누군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번 법안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마무리 단계라고 보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수완박 악법에 의하면 검찰 수사권은 경제범죄와 부패범죄로 한정돼 있다. 그런데 경제범죄와 부패의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며 “범위가 포괄적으로 규정될수록 민주당의 방탄조끼는 얇아진다. 바로 이것이 민주당이 두려운 지점”이라고 쏘아붙였다.

날을 세운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독주 프레임’ 덧씌우기에도 부심이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대통령 선거 패배하고 지방선거에서도 패배해 이제 남은 권력은 국회”라며 “다수당 권력을 극대화해 행정부를 흔들어보겠다는 것이 국회법 개정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행정입법에 대한 통제장치가 이미 있는데도 민주당이 행정입법의 수정‧변경을 강제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국회뿐만 아니라 행정부도 장악하여 기어코 윤석열 정부의 발목을 꺾으려는 심산이라고밖에는 달리 볼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시행령을 활용한 윤석열 정부의 ‘우회로’를 차단하겠다는 생각이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검수완박 법안 이후 역풍을 맞았던 경험이 있는 데다, 윤석열 대통령이 “시행령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헌법에 정해져 있는 방식과 절차를 따르면 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드러낸 것도 부담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실익’은 없이 정치적 부담만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민주당은 해당 법안이 ‘의원 개인’의 입법 활동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당론 여부에 대해서도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며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의 공세를 적극 방어하고 나섰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야당에게 발목잡기 소설 쓰면서 덧씌우고 공세를 하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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