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창기 국세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창기 국세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김창기 국세청장을 청문회 없이 임명하면서 ‘국회 패싱’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국회 일정 지연으로 더 이상 국정 공백을 좌시할 수 없었다는 윤 대통령의 설명에 민주당의 반발도 궁색한 실정이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13일 오후 늦게 “윤 대통령이 조금 전 김 청장을 임명했다”고 밝혔고, 14일 오전 윤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직접 김창기 국세청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윤 대통령은 “마냥 기다릴 수가 없다”며 “다른 국무위원들은 국회가 정상화될 때까지, 원 구성될 때까지 좀 더 차분하게 기다리려 하는데 세정 업무를 그대로 방치할 수가 없어서 부득이하게 인사를 했다”며 국회 인사청문회 없이 임명한 이유를 설명했다.

김 청장은 지난달 13일 국세청장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둘러 싼 국회 원 구성이 지연되면서 청문회 없이 국세청장에 임명됐다. 이에 따라 지난 2003년 국내에 국가정보원장·검찰총장·경찰청장·국세청장 등 4대 권력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청문회 없이 임명된 첫 사례가 됐다.

김 신임 청장은 지난 이명박정부 청와대에서 행정관으로도 근무했으며, 안동세무서장,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장, 국세청 본청 감사관, 중부지방국세청장, 부산지방국세청장 등을 지낸 세무 전문가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국회를 패스하고 권력 기관을 하루라도 빨리 장악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인사청문회 등 기본적인 절차도 지키지 않고 임명을 강행한다면 갈수록 이 정부의 정당성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사회부총리,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 강행될까

이번에 김 청장이 임명되면서 아직 청문회를 거치지 못하고 있는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승겸 합참의장 후보자 등의 거취도 주목받고 있다. 박 후보자는 음주운전 전력으로, 김 후보자는 부동산 갭투자 및 편법 증여 의혹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박 후보자에 대해 “음주운전 그 자체만 가지고 이야기할 게 아니다”며 “음주운전도 언제 한 것이며 여러 가지 상황이라든가, 가벌성이라든가 도덕성 같은 것을 따져봐야 하지 않겠냐”고 감싼 바 있다. 하지만 국민정서 등을 감안해 정부여당에서도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박 후보자와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시한이 오는 18일까지인 만큼 좀 더 기다려보겠다는 뜻을 전했다.

두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열리기 위해서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원 구성 합의가 우선 돼야한다. 하지만 현재 여야는 주요 쟁점인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 국회가 벌써 2주째 공전 중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연일 국민의힘에 대해 억지 주장을 하며 입법부를 공백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국민의힘 측에서도 ‘거대 야당’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기 힘든 상황이다.

아울러 14일 정치권에는 “법사위원장은 국힘에서 맡는걸로 민주당과 합의했다”는 내용과 함께 구체적인 법사위원장 후보에 대한 소문까지 돌았다. 이에 이수진 민주당 대변인은 “허위사실에 대한 향후 책임은 국민의힘이 져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 대변인은 또한 “지난 8일 오전 11시 회동 이후 여야 수석부대표간의 회동도 없었고, 만나자는 의사나 내용에 대한 진전 노력도 없었다”며 “아직 여당으로서 정착이 안되셨는지 책임감 없는 모습으로 약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했다.

양 측에서 법사위원장을 두고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고 있는 만큼 정치권은 박 장관과 김 장관도 청문회 없이 임명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한 여당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두 후보자가 특별한 의혹이 없다면 충분히 임명이 가능한데, 현 상황에선 국민정서법상 최대한 기다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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